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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음에 감사하여야 한다는 말의 과학적 의미

2019년 말에 터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이었던 2022년 8월 8일 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그날 서초구 서초동 맨홀에 빠져 실종됐던 50대 남매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우가 쏟아진 날에 도로의 하수구 안으로 두 남매는 휩쓸려 들어가는 변을 당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지구역사상 소행성 충돌, 화산폭발 등으로 생명계의 대량 멸종이 여러 번 발생했다. 그러한 증거는 지구상에 널리 존재하여 입증되었다. 지구상 생명체의 99% 이상이 멸종하였다.…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우연성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십니다.’라고 기독교인들은 말하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홍수로 죽을 확률보다는 운석에 맞아 죽을 확률은 훨씬 낮을 것이다. 지구상에는 하루에 10~20개의 유성과 운석이 날아들지만 대부분 대기 중에 타버려 별똥별이 된다. 인간이 떨어지는 운석에 맞을 위험이 약 1만 년(9300년)에 한 번이라고 추정된다. 따라서 운석에 맞아 사망한 사람의 사례를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3년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에서는 운석이 비처럼 쏟아지는 ‘운석우’ 현상이 발생해 건물이 파손되고 1200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에서 무게가 11g인 운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었으나 사망 원인이 운석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초로 확인된 증거는 터키의 정부 기록 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3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1888년 8월 22일 밤 8시 30분경 이라크 북부의 한 마을에서 마치 비와 같은 ‘무엇’이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운석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한 남성이 사망했고 당시 함께 운석을 맞았던 여성은 큰 부상을 입었다는 기록이다. 지금까지 사람이 운석에 맞아 숨진 사실을 기록한 최초의 문건으로 추정된다.


인간역사상 지진으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은 정말로 많다.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파괴했던 지진 중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것은 아마도 1755년 모든 성인의 축일이었던 11월 1일에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갈가리 찢어놓은 지진이었을 것이다. 6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몇 킬로미터에 걸친 지역의 건물들이 모두 무너져버렸다. 당시 리스본은 가장 강력한 가톨릭 국가의 하나였다. 막대한 부로 로마 교황청의 최대 후원자였으며 유럽 내 가장 독실한 가톨릭 국가였다. 리스본의 종교 재판소는 많은 이들을 이단이라는 이름으로 화형에 처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날은 모든 성인의 축일이라 불리던 만성절이었다. 리스본의 모든 이들이 미사를 보려던 시점 땅은 크게 요동쳤다. 성직자들은 리스본의 타락을 이야기했고 신의 징벌이라 외치며 회개를 강요했다. 이런 대도시가 지진에 의해 폐허가 된 것은 유럽에서는 처음 있는 일었다. 유럽의 철학자들 눈에 신의 징벌이라는 소리는 말이 되지 않았다. 당시 리스본은 종교적인 도시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성인의 축제일에 일어난 이러한 사건은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가져왔다. 하지만 종교는 여전히 고집스러웠다. 개신교는 리스본 대지진을 가톨릭이 가지고 있던 무자비한 종교재판소와 종교적 차이에 의한 신의 징벌이라고 봤다는 점에서 가톨릭과 다름없었다. 칼뱅 파를 위시한 개신교와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이런 비판에 앞장섰는데 근본적으로 신의 징벌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유교도 홍수, 가뭄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통치자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하늘의 징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남아시아를 휩쓸었던 ‘쓰나미’에 이슬람은 그들이『코란』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였고 비기독교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에 대해서 미국의 목사들은 신의 징벌임을 강조했다. 일본 동북부지역의 지진에 대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목사들 또한 신의 징벌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 1755년과 지금의 종교가 과연 어떤 점에서 다른지 궁금하다.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신의 징벌이라는 무지한 논리를 편 반면 영국성공회는 자연재해 보다 매일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 오히려 더 놀랍다며 이런 광신도적인 접근에 우려를 표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접근을 보였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1303년의 대지진으로 8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사실 지진은 벼락이 치는 것처럼 아무렇게나 일어난다.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지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산분출지수 7 이상의 마지막 화산 폭발이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에서 발생했다. 당시 폭발 이후 며칠 만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화산은 엄청난 화산재를 분출해 지구의 평균 기온을 1도 떨어뜨렸다. 전 세계적으로 흉년이 들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집중호우와 홍수로 콜레라가 유행했다. 2022년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에서 해저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수백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멸종과 자연재해로 인한 죽음은 지구의 역사에서 너무도 흔한 일이었다. 지금도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살아있는 우리에게 경고장을 분명하게 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세계는 이제 어떤 사고가 날지 누구도 모른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2100년 이전에 통가 화산 폭발보다 10~100배 이상 강력한 화산 폭발(화산분출지수 7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17%에 달한다.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나도 인류는 어떤 준비도 돼 있지 않다. 화산분출지수 7 이상의 대규모 화산 폭발은 세계 기후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폭 1㎞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한 경우보다 수백 배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한다.

https://cp.copernicus.org/articles/18/485/2022/


1815년 세계인구와 21세기 세계인구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만일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인간이 사는 지구는 끔찍한 곳이 될 것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우리 인간만이 인간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경고에도 사람들은 살기에 바쁘다. 살아있음에 감사하여야 한다는 칼 세이건의 말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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