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름기(Permian)는 고생대의 마지막 여섯 번째 시기로 약 3억 년 전~2억5천만 년 전의 시기이다. 백 년 전도 가늠이 안 되는 우리에게 수억 년 전이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 과학 서적이 만 권 내외 팔리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 0.1% 이하의 사람이나 관심이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이 시기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튼 페름기에 지구 대륙은 하나였고 초 대륙 ‘판게아’가 있었다. 지금처럼 여러 대륙으로 나누어져있지 않았다. 수목이 우거진 열대 낙원 같은 시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룡과 유사한 반룡, 양서류, 곤충이 번성한 시기이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영장류나 유인원도 살지 않았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시대를 돌아보는 우리 인간이 참 신기한 존재이다.
페름기 말인 2억 5천만 년 전 4차 대멸종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지구 역사에 기록된 몇 차례의 대멸종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2억6천100만 년 전 화산폭발로 시작돼 2억3천5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온난화호 두 차례의 대멸종이 이어지며 파충류의 경쟁자가 사라졌다. 파충류는 고생대 말기인 페름기에 단궁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그러나 약 2억5천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가 급속히 진화하며 폭발적 종 분화가 이뤄져 파충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다. 악어, 도마뱀, 거북 같은 파충류는 이때 출현하였다.
2022년 페름기 대멸종보다 훨씬 이전에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파충류의 급속한 진화가 시작됐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파충류의 진화 속도는 지구 역사상 가장 긴 기후변화가 시작된 약 2억9천400만 년 전부터 빨라졌다는 주장이다. 기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온난화가 진행된 시기에 대부분의 파충류 그룹에서 새로운 환경 조건에 적응하면서 해부학적 변화가 예외적으로 높았다. 특히 그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가 페름기 말 대멸종 훨씬 전인 약 2억7천만 년 전이었다. 파충류의 번성이 페름기 말 대멸종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라 이보다 약 2천만 년 앞서 시작됐다는 점을 나타낸다. 온난화로 파충류 대부분에서 급격한 몸 구조 변화가 나타났다. 대형 파충류는 체온을 내리기 위해 몸 크기를 줄이거나 체온조절이 좀 더 용이한 물속 생활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했다. 파충류가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몸 구조로 환경에 적응하게 해 트라이아스기의 폭발적 다양화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기후변화의 결과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q1898
아무튼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했지만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지금도 살아있기 때문이다. 공룡과 조류의 시조가 된 ‘트리낙소돈’은 멸종을 피해간 몇 안 되는 생물이었다. 이렇게 생명이 공룡과 파충류 이어서 조류와 포유류로 진화하였다. 그리고 2억 5천만 년 후 필자가 태어나서 이 글을 쓰고 있고 몇몇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있다. 수억 년 대멸종으로 살아남은 생명이 우리의 조상이며 대멸종이 없었다면 진화의 방향도 달라져서 우리는 없었을 것이다.
대멸종 이후 공룡이 크게 번성하면서 수억 년 후「쥐라기 공원」영화가 탄생했다. 역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수억 년 전 출현한 공룡에 대한 첨단영화「쥐라기 공원」을 보는 문명도 출현했다. 그 문명은 다시 지구온난화를 초래했고 지구상 생명의 멸종의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를 초래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인간이라는 종 차원의 위기이다. 하지만 지구 생태계의 입장에서는 단지 진화를 의미한다. 정말로 심각한 온난화로 인간 종이 멸종한다면 또 다시 그에 적응한 새로운 생명이 진화하여 나타날 뿐이다. 그것이 진화였고 냉혹한 자연의 자연선택이었다. 다만 고도로 발달한 뇌와 지적능력을 기초로 스스로 극복하고 살아남을지는 또 다른 자연선택의 드라마로 남을 것이다. 그 드라마의 마지막 편을 인간이 볼지 아니면 인간은 사라진 한 종이 될지는 자연이 선택할 것이다. 아니 인간이 선택할지도 모른다. 호모사피엔스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