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대인보다 치아가 4배 정도 더 컸고 턱 근육도 발달돼 있었다. 그렇지만 인간이 불을 사용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요리가 발전하면서 치아의 크기와 턱 골격이 작아졌다. 음식을 익혀먹으면 소화가 잘되어 소화기도 작아진다. 먹고 소화시키는데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면서 두개골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n8351
그래서 인간이 요리를 하여 음식을 익혀먹으면서 뇌가 커지고 지능이 좋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익혀먹어서 머리가 좋아졌다기보다는 지능이 좋아져서 요리를 해 먹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류가 음식물을 요리하기 시작한 50만 년 전보다 훨씬 과거부터 턱과 치아, 소화기가 작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지능 발달 때문에 도구를 사용하여 요리를 해먹었다는 주장이다.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도 요리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생것보다 요리된 음식을 더 좋아한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은 인간이 침팬지보다 더 지능이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머리가 좋아야 음식을 잘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음식 ‘머리’도 있는 것이다.
또한 요리는 노동의 분업과 공동생활을 필요로 한다. 유명한 요리가설의 주장자인『요리 본능』(2011년 번역출간)의 저자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에 따르면 사냥과 요리로 인하여 노동 분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사냥하는 남자 또는 농사짓는 남자와 이를 익히는 아내가 꾸리는 가정과 공동체가 탄생했다. 더 나아가 사냥을 위하여 인간은 협력하고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협력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여 살면서 사회적 지능도 좋아졌다. 오랜 세월 인간은 가정을 중심으로 사랑을 이루고 살았고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다.
지금은 다르다. 현대인은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번잡하게 살아가고 SNS에서 많은 대화를 하지만 왠지 외롭고 공허하다. 한 동네 한 아파트에 살지만 지역공동체는 사라졌다. 사적인 대화를 할 사람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사람도 거의 없다. ‘군중’ 속의 고독이다.
2018년 일본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자, 나를 대여한다.’라는 내용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Do-Nothing Guy)’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모리모토 쇼지가 올린 것이다. 가장 많이 받는 의뢰는 “이야기를 들어 달라.”라는 것이다. 약속한 시간에 가서 누군가와 함께 있어주는 서비스이다. 함께 밥 먹고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면 대답한다. 단순히 누군가와 같이 있고 깊은 것,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은 진화의 유산이다. 누군가 한 사람과만 함께해주어도 세상은 덜 삭막할 것이다(미주한국일보, 2022.8.19.). 하지만 가족도 해체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다. 가족도 ‘군중’ 속의 고독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