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권장 운동 시간은 5~17세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하루 최소 1시간 이상이다. 수십 년간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매일 평균 60분 이상의 신체 활동을 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더욱 위축시켰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아이들의 신체운동이 줄어들어 부모세대보다 건강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23328940.2022.2102375
보통 선진국 청소년은 운동을 많이 한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그러나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 146개국 11~17세 남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의 신체 활동 수준은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 운동량이 부족한 한국 학생의 비율은 94%로 최하위였다. 규칙적인 운동과 과외 활동의 필요성이 과학적으로 널리 주장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비과학적인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운동 시간 특히 야외 활동도 부족한지 비타민 D 수치가 낮다.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충분하여 비타민 D가 부족할 수가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비타민 D 수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2008). 2008년 이후에도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여름철에도 적정 혈중 농도에 미치지 못 하고 여성과 20~30대일수록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그런지 OECD 국가 중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고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일조량과 야외 활동 그리고 운동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육체건강 그리고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한 필수물이다.
운동과 야외 활동이 인간에게 왜 필요하게 되었는지는 당연히 진화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의 조상은 두 발로 걷고 뛰기 시작했다. 약 1만 년 전에 농업과 목축이 시작되기 전까지 인간은 사냥과 채집으로 먹고 살았다. 사냥과 채집을 하려면 공간 감각이 필요했는데, 이는 뇌의 해마와 전두엽 피질에서 담당한다. 먹을 것을 찾아내고, 사냥터와 채집할 장소도 기억해야 했다. 수렵과 채집은 혼자하기보다는 공동으로 하여야 하므로 의사소통도 필요했다. 이러한 기능은 주로 뇌의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담당한다. 이러한 활동 즉 운동은 지능과 ‘함께’ ‘공진화’했을 것이다. 따라서 운동과 뇌의 기능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운동을 할 때는 힘들지만 기분이 상쾌해지고 머리도 맑아지고 건강도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인간이 움직이는 생물 즉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뛰고 체력이 좋은 개체가 살아남으면서 진화를 이루었을 테니 그 후손인 우리 인간에게도 운동은 본질적인 특성이다. 또한, 운동능력과 인지 능력은 어느 정도 관련성도 있었을 것이다. 일본 쓰쿠바대학 연구진에 의하면, 조깅을 단 10분만 운동해도 머리가 좋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단 한 명의 ‘학술’ 노벨상이 나오지 않았지만 쓰쿠바대학은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대학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입시에만 관심 있고 교육내용과 교육의 질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풍조에서 노벨상이 나오면 기적일지도 모른다. 중·고등학교에서 교양교육을 강화시키면 즉각 학부모의 반발로 이어질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중요한 사회이다.
운동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은 완전하게 규명하지 못했지만 기존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운동이 인지기능과 학습능력에 유익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운동을 하면 뉴런이 생성되고 기억력을 개선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지 기능이란 뇌에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꺼내 사용하는 모든 행위, 즉 기억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운동을 하면 뇌에 염증이 덜 생기고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어 인지기능에 좋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심폐 지구력을 유지한 사람들은 두뇌기능을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심폐기능이 좋아 잘 달리는 사람은 20년 이상이 지나도 다른 사람들보다 인지 능력이 더 좋다. 또한, 꾸준히 운동을 하여 심폐기능을 잘 유지할수록 인지 능력이 잘 유지되었다.
이 같은 결과는 흡연과 당뇨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는 심폐기능을 키운 사람과 젊을 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은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여러 연구에서도 심혈관 건강과 두뇌 건강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폐기능은 신체가 두뇌로의 혈액 공급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를 보여 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운동 지속 능력은 두뇌의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장병은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한 뇌질환의 원인이 되고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고 소고기 같은 ‘붉은색’ 고기 섭취를 줄이고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린 사람들은 심장 건강이 좋고 인지기능도 나아지지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새로운 신경 세포가 생성되고 뇌가 깨끗하게 돼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는 염증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거하여 새로운 신경 세포가 번성하도록 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 격한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엔돌핀’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할 때 나와서 ‘운동’ 호르몬으로 불리는 이리신(irisin)은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해마에 있는 이리신이 적다.
2000년대 초의 동물을 운동을 하게 하면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도 3개월만 운동을 해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심혈관계가 좋아진 사람이 신경세포도 많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을 하면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정확히는 ‘치상회’)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운동을 하면 인간의 지적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커지고 뇌의 기능이 좋아진다. 운동을 하고 난 후 인지능력도 좋아진다. 운동은 결코 육체를 단련시킨뿐만 아니라 뇌와 정신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이다. 청소년도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면 신경세포성장인자 단백질(Brain Growth Factor) 혈중 수치가 증가하여 뇌 세포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성장을 촉진한다. 뇌세포의 기능을 강화하고 장기기억도 강화한다. 그리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각성도와 집중력, 의욕을 고취시킨다. 운동 후에 학습을 하면 뇌세포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져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특히 어려운 과목일수록 더 효과가 좋다. 아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노인의 뇌에도 운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60~79세 노인이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의 신경세포 성장 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와 해마 영역이 증가하고, 기억력이 개선되는 것도 밝혀졌다. 운동을 통한 뇌 기능의 향상은 기존 뉴런 사이의 결합의 증가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운동 부족은 과체중으로 이어지고 또한, 복부 지방이 많아지게 된다. 복부 지방이 많아지면 뇌의 회백질도 감소한다. 회백 질은 뇌나 척수에서 신경 세포체가 밀집되어 짙게 보이는 부분이다. 뇌의 회백 질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그런데 복부 지방은 뇌의 회백 질을 줄일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체중이 3㎏ 더 증가할 때마다 회백질의 양이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한다.”라는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활발한 신체 활동은 두뇌와 사회성 발달을 촉진한다. 신체 활동이 많은 어린이일수록 수학, 영어, 읽기 같은 기본과목의 성적에서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활발한 신체 활동이 혈액순환을 도와 뇌에 풍부한 산소를 공급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이기는 호르몬 분비도 촉진되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사실상 체육 수업이 사장된 우리 교육이 우려된다. 아이들에게 운동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동과 청소년이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면 정서조절 능력이 좋아지고, 학업 성취도도 향상된다. 2000~2002년 영국의 아이들 4천여 명의 장기 추적 자료를 활용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는 7세 아동은 자기 조절 능력과 초등학교 입학 후 학업성적이 더 우수했다. 규칙적으로 체육 활동을 한 11세나 14세 청소년도 자기 조절 능력이 우수하고 학업 성취도도 높았다. 열 살이 되기 전에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아이들은 중학교에 진학하여 주의 집중력이 더 좋고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발생 확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등학생 시절 체육 활동이 12세 이후 학업성적과 집중력 향상에도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 일리노이 주의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Naperville Central High School)는 0교시에 전교생이 1.6km를 달리기를 하는 체육수업을 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였고 일주일에 4~5회 규칙적으로 실시했다. 자기 체력 내에서 열심히 뛰는 정도의 달리기였다. 한 학기동안 참여한 학생들은 학기 초에 비해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좋았다. 또한, 수학과 과학 성적이 전국 하위권이었던 이 학교는 전 세계 과학평가에서 1위, 수학에서 6위를 차지했다.
체육 활동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다양한 도움을 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우리 부모들은 대부분 수용하지 않을 연구 결과이다. 주변 학부모나 학원의 말은 들어도 과학자의 말은 따르지 않는 반과학적인 현상이 우리사회에 팽배하다.
운동을 하면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몸이 건강할수록 시험 성적도 우수하다. 얼마나 쉽고도 좋은 교육인가!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운동을 잘하고 평생 동안 운동을 즐기게 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활용하는 것이다. 학교 체육이 ‘부실’하다면 가족과 함께 실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축구, 농구, 야구 같은 운동이나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하는 활동적인 놀이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가급적 야외에서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가족이 함께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거나, 산책을 함께 나가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