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세포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일종의 ‘화학’ 공장이다. DNA에 들어 있는 단백질 정보를 해석해 단백질을 합성한다. 식물은 바이러스 등이 공격하면 특정 메신저 RNA들이 빨리 번역되어 그 공격에 대응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식물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공격을 받으면 방어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공격한 곳으로 이동하는 면역세포가 없어 세포 하나하나가 병원체와 싸운다. 이로 인하여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생산이 중단돼 식물 성장이 둔화된다. 식물에서 방어 단백질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을 통제하면 성장을 다시 정상화시킬 수 있다.
식물의 방어기능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면역세포를 가진 동물이 탄생하였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공격에 싸우는 방식은 다르지만 식물이나 동물 그리고 인간의 대응은 본질에서는 같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것이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로 자연선택 되면서 백신까지 개발하여 대응하고 있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어 포식자가 나타나도 피할 수가 없다. 반면 초식동물은 사자 같은 포식동물의 공격을 받으면 도망가고, 동료에게 신호를 보내 경고하고 숨는다. 이러한 행동은 동물이 탄생하기 전에 이미 식물로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식물은 자신의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다른 잎으로 칼슘이온을 보내 위험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받은 식물은 잎에 독성물질을 채우거나, 줄기 및 잎을 공격에 노출되지 않는 쪽으로 이동하는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한다. 식물들은 이 같은 경고 신호를 같은 종에게만 보낸다. ‘종’ 차원의 생존전략이다. 인간도 코로나19가 발발하자 인간끼리만 그 위험을 알리고 공유한다. 인간 ‘종’ 차원의 생존전략이다.
어떤 식물은 천적이 나타나면 휘발성 화학물질을 공기 중에 분비해 위험 상황을 다른 식물들에 전파하고 다른 식물은 방어 물질을 분비한다. 막 돋아난 토마토가 벌레에 물리면 ‘엄마, 벌레가 깨물어!’라고 소리 지른다.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완전히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애벌레가 토마토를 갉아먹으면 전기신호가 기다란 체관을 통해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전파됐고 식물 전체에 전기적 생화학적 방어 반응이 나타난다. 전기신호를 받자 과산화수소 같은 방어물질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식물의 방어기제가 진화과정에서 동물의 방어행동으로 발전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다른 종의 공격에만 대응하지만 인간은 아주 다르다. 같은 ‘종’끼리도 무리를 지어 전쟁을 하고 살육을 저지른다. 전쟁터에서 적군을 발견하여 아군끼리만 그 위험을 알린다.
식물은 화학신호를 이용하므로 정보의 전달이 매우 느리다. 동물의 신경세포와 뇌는 전기 신호를 이용하여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동물은 움직이고 사냥을 하면서 빠른 신호교환이 필요하여 화학신호에서 전기신호로 바뀌었다. 하지만 식물은 화학신호를 사용하므로 소통이 느리다. 벌레가 잎을 물어뜯으면 그 사실을 다른 잎에 알려 화학물질을 만들게 한다. 이러한 방어행위는 사실 동물과 그 기능은 본질적으로 같다. 뇌나 신경세포는 없지만 세포 속 칼슘이 방어시스템을 작동하도록 하고 이때 전달물질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극전달물질(glutamate)이다. 인간은 이제 신문과 방속, 인터넷과 광통신은 이용하여 위험을 알린다. 이러한 정보는 인간 ‘종’ 전체에게 보내진다. 그러나 인간의 면역 체계는 매우 불평등하다. 코로나19 같은 위험정보는 오지나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느리게 전달된다. 또한 백신도 접종할 기회도 아주 적고 느리다. 인간만이 ‘종’ 안에서 차별을 하고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고도로 발달한 지능의 후유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