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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춘향 아이들 집도 싫다

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 업데이트 글입니다.



우리는 천재라고 하면 IQ가 150이 넘는 사람을 생각하지만,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의 지능지수는 115~130 정도임을 앞에서 설명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은 지능지수가 122였다. 천재라고 불리는 특별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IQ가 150이 넘는 특별한 지능의 소유자라기보다는 스스로 커다란 동기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로 자신의 분야에 평생을 매진하는 사람들이었다. 천재적인 능력이나 업적은 열정에 바탕을 둔 자발적인 헌신에서 나온다. 이를 신경과학자인 이드리스 아베르칸(Idriss Aberkane)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천재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랑이 모든 인식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천재는 애정으로 일한다. 점수를 따거나 상을 타거나 동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가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한다.”


아인슈타인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로부터 여섯 살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처음에는 배우기 싫어해 1년 만에 그만두었다. 이때 어머니는 강요하지 않았다. 몇 년 뒤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 다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자기가 원해 다시 시작했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에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그는 어느 날 모차르트 음악이 수학적 구조로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은 혼자서 깨닫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은 떠밀려서 가는 학원과 사교육이 얼마나 비교육적인지를 알려준다. 2022년 신문기사를 보면 그것이 실감난다. “저는 매일 학원에 가요. 주말에도 아침만 집에서 먹고 학원에 가있어요. 저는 사실 학원에서 별로 공부 안 해요. 학원에 안 가면 부모님이 불안해하니까 그냥 가요. 그러니 집중은 안 되고 성적도 안 오르고 그만 두겠다고 말할 용기도 없어요. 집에 오면 밤 12시가 다 되는데 또 학원 숙제를 해요. 종종 집에 안 들어가고 집 주변을 돌아다녀요. 집도 싫어요. 눈물만 나고 힘들어요.”(경향신문, 2022.6.17.). 이렇게 그렇게 하는 공부는 자발적인 헌신과 동기를 무너뜨린다. 그럭저럭 입시에 성공하더라도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욕은 소멸된다. 그들은 지쳤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모차르트, 뉴턴, 피카소, 다윈, 아인슈타인 등의 공통적인 특성은 자기중심적인 편집광, 쉴 새 없이 뭔가를 하는 열정, 풍부한 상상력, 끈기 있게 매달리는 집념, 강렬한 개성 등이다. 운동으로 성공한 사람이 체력이 좋고 힘이 좋고 운동능력이 뛰어난 것만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꿈과 희망, 노력과 집념이 배경을 이룬다. 작은 체격의 축구선수 박지성을 보면 알 수 있다.


동기와 흥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의 뇌 기능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공부할 때 자기 자신이 스스로 의식적으로 판단해서 기억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보를 기억하기 전에 뇌의 해마에서 그것을 기억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관찰된다.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정보는 해마의 신경세포에서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뇌과학에 의하면,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핵심 부위는 해마이다. 해마는 기억을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장기 기억이 필요한 정보는 대뇌 피질로 옮긴다. 장기기억을 하려면 해마가 그것을 중요한 정보로 판단해서 대뇌 피질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그렇게 하고 싶고 그런 동기가 있어야 ‘뇌’가 ‘그렇게’ 기능할 것이다. 일방적인 공부 압력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출되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이 저장될 대뇌 피질로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서와 감성이 요구된다. 단기기억도 해마의 신경세포로 얼마나 활발하게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 이것은 ‘흥미’를 가져야 뇌가 ‘스스로’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흥미가 없으면 해마는 기억할 생각을 안 하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편도체는 정서를 담당한다. 청소년기에는 편도체의 반응이 강해 이성적인 판단에 앞선다. 따라서 학습을 위해 중요한 것은 정서 상태이다. 아이들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나 등산,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나 연극 관람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온다. 그러나 언젠가는 정말로 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은 부모로서는 정말 힘든 선택이다. 명심할 것은 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면 결국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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