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의 유전자는 루마니아와 로마로 통한다!
1868년 프랑스에서 처음 발견된 크로마뇽인(Cro-Magnon man)의 화석은 유럽에서 발견된 가장 대표적인 화석이다. 현생 인류의 직접적 조상으로 호리호리한 체구의 크로마뇽인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4만 년 전 유럽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1901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 지대에서도 발견되었다.
기원전 약 4만 년경 처음으로 호모사피엔스는 유럽과 유라시아 안쪽 지역에 등장하였다. 서유럽에는 기원전 3만 년경에 진출했다. 크로마뇽인은 이미 유럽에 들어와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경쟁했다. 아프리카나 유라시아에서 유럽으로 인간이 진출한 후 수만 년 동안 유럽은 원시시대였다.
과학자들은 유럽에 들어온 초기 현생인류는 그리스가 있는 발칸 반도를 통해 왔다고 추정한다. 남동유럽에서 많은 인간 화석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화석들 가운데 문화적 유물과 관련된 것은 거의 없었다. 2022년 연구에 의하면 발칸반도 중 루마니아가 진출의 발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에서 중후기 구석기 시대(30만 년 전~기원전 7~9000년경)의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에서 유럽의 초기 현대 인류가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유사한 유물들이 넓은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이들이 이동하면서 지속적인 교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15544-5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발칸반도의 왼쪽 이탈리아 반도에 로마가 등장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또한 ‘모든 유전자는 로마로 통한다.’ 로마제국은 제국을 연결하는 수만 킬로미터의 도로를 건설하면서 지중해와 유럽 전체의 인간유전자도 로마의 도로를 따라 이동하였다. 기원전 1만 년부터 기원전 4000년까지 로마인의 유전자는 서유럽의 수렵채집인과 유사하였다. 하지만 기원전 2천 년부터 기원전 1500년까지 신석기 시대에 농업중심 경제가 만들어지면서 소아시아 터키 일대에 살았던 아나톨리아인과 유프라테스 강 주변에 살았던 이란인 농부들이 유입되었다. 또한 청동기 시대가 되면서 지중해 전역에서 온 사람들과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유전적 교합이 이루어졌다. 로마가 건국됐을 당시에는 근동지역과 서유럽 혈통이 주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후 제국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근동,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전역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섞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유전적 다양성은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고 있어 ‘모든 유전자는 로마로 통한다.’라는 재미있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유럽중심적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