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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리고 메멘토 모리를 생각한다


나는 아나필락시스 증세로 2년 동안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들부부의 학위수여식이 미국에서 열려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사를 의뢰하여 무려 100개 이상의 알레르기 주사 테스트를 받았다. 다행이도 노바백스를 맞을 수 있어 3주 만에 2차까지 접종하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코로나19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결국 감염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감기나 독감에 걸리지 않는 체질이다. 다만 걸리면 무지무지 아프다. 다행히도 통증은 독감 같이 심하지 않고 이제 나아가는 중이다. 아내가 감염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고열이 나고 목이 심하게 아프고 고통 받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살았다면 그래도 ‘행운’이다. 물론 코로나19의 사망비율은 낮지만 죽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2021년 3월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2020년 미국인들의 사망원인의 3위를 코로나19가 치지했다고 잠정적으로 밝혔다. 심장병과 암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았고 코로나19로 자살은 10대 사망 원인 밖으로 밀려났다. 2020년 미국에서는 약 37만5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사망원인 1위는 심장병, 2위는 암, 3위는 코로나19이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은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폐렴이지만 코로나19로 2020년 6월까지 2018명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어 한국의 전체 사망자 수에 대한 비중이 낮다. 다만 코로나19는 다각도로 기존의 사망 원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인간은 암과 심장관련 질병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지만 그에 대한 경각심은 아주 낮다. 코로나19에는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하지만 암 등에는 미온적이다. 가공식품, 초 가공식품, 빨강색 육류 과다섭취, 운동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죽을 때가 돼서야 후회한다. 약간 냉소적으로 쓴 것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려는 의도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코로나19 환자목록에 올라서 생각하는 것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인간의 역사에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수도 없이 많다. 물론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훨씬 많다. 지구는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2022년 9월 8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6억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650만 명 이상이 세상을 떠났다(출처: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숫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자연은 냉혹하고 ‘사랑’의 신이란 떠오르지 않는다. 


이 통계수치 뒤에는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이 또한 존재한다. 650만 명 이상이 세상을 떠났으면 최소한 1억 명에 가까운 사람이 깊은 슬픔에 고통 받았을 것이다. 특히 숫자의 이면에는 부모를 잃은 자녀가 있다. 코로나19로 부모 중 한 명 이상을 잃은 어린이가 1000만 명을 넘었다(2022년 8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부모를 잃은 어린이 비율이 50명 중 한 명꼴이었다. 사망자는 천만 명이 되지 않지만 자녀는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로 고아가 되거나 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이렇게 많다. 정말 냉혹하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ediatrics/fullarticle/2795650


코로나19에 걸리고서 마음에 담는 것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이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오늘은 ‘그들이’ 죽었지만 내일은 내가 죽는다. 이글을 쓰면서 머리가 아파오지만 주변을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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