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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다이어트 맞는 걸까


2022년 추석 전날 아침을 많이 먹고 저녁을 적게 먹는다고 체중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30명을 대상으로 두 달 동안 아침을 많이 먹는 식사와 저녁을 많이 먹는 식사를 실험했는데 체중감량 차이가 거의 없었다.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22)00344-8#%20


그럼 아침은 두둑하게 저녁은 간소하게 먹는 다이어트 방식은 틀리단 말인가?


미국의 영양학자 레나 쿠퍼(Lenna F. Cooper, 1871~1965)는 19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세 끼 가운데 아침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널리 알려졌다.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 뒤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게 비만을 막는 이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왔다. 아침 식사가 체중 감소 효과를 낸다는 점을 보여준 연구 결과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9년 메타분석 연구도 아침 식사 여부가 몸무게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를 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메타분석이란 기존 연구결과들을 모아 다시 분석하는 것으로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된 논문 열세 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이다. 아침을 먹지 않은 그룹이 불과 0.44㎏ 체중이 더 많이 나갔다. 아침을 먹든 안 먹든 체중 변화 폭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말이다. 아침을 챙겨 먹는 게 좋은 다이어트 전략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아침을 건너뛰는 게 오후에 식욕을 더 높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아침을 안 먹는 게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는 단기간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 2020년 연구를 보면 아침을 알차게 먹고 저녁을 줄이는 것이 비만과 고혈당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아침 식사의 대사 작용이 저녁보다 두 배 이상 활발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로 체내에 들어온 칼로리가 물질대사를 통해 더 잘 소진된다는 얘기다. 인체는 음식물을 소화하여 나온 영양분을 흡수, 운반, 저장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한다. 식이성 열 발생(Specific dynamic action, SDA. Thermic Effect of Food, TEF. Dietary Induced Thermogenesis, DIT)은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기초대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아침 식사의 식이성 열 발생은 함유된 열량과 상관없이 저녁 식사의 두 배가 넘는다. 혈당과 인슐린 수치도 저녁보다는 아침 식사 후에 덜 올라갔다.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단 것에 대한 식욕이 강해진다는 것도 확인됐다. 건강한 사람이나 비만인 사람도, 체중을 줄이고 대사 질환을 예방하려면 저녁보다 아침 식사를 충분히 하는 게 좋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출지 헷갈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침을 많이 먹으나 저녁을 많이 먹으나 체중차이는 미미하다. 아침을 많이 먹은 사람이 약간 덜 나간다. 중요한 것은 하루에 먹는 총량이다. 과학적인 실험을 할 때 아침을 많이 먹는 사람과 저녁을 먹는 사람을 비교하면 하루에 먹는 총량을 외부에서 통제한다면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생활은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침에 탄수화물을 적게 먹거나 음식을 적게 먹으면 식탐이 생길 수 있다. 오전 내내 배가 고프기 때문이다. 아침을 안 먹거나 대충 때우는 사람들은 대체로 식습관이 좋지 않은 편이다. 아침을 먹는 사람은 신체의 지방 세포가 당분 축적을 덜 한다. 아침 식사가 인슐린 호르몬의 조절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은 신체활동이 적거나 점심에 과식을 하고, 고칼로리 간식을 먹는 등 대체로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이 먹거나 고칼로리 음식이나 가공식품을 많이 먹게 된다. 이는 체중증가의 가장 큰 적이다.


아침을 많이 먹으면 하루 종일 배고픔이 덜하여 식욕을 조절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침 식사를 많이 하는 것이 장기적 다이어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침을 부족하게 먹게 되면 하루 졸일 허기져서 더 많이 먹게 된다. 앞에서의 실험은 하루 음식량을 통제했기 때문에 체중이 늘지 않은 것뿐이다. 실생활에서는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1시간 이내에 아침식사를 맛있게 충분히 먹고, 식사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먹는 것이 배고픔으로 식탐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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