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2022년 9월「블룸버그」는 ‘과도한 학원비 등으로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은 가져왔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0.81로 경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저이다. 한국은 어떤 선진국보다 부모가 자녀의 미래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고 있으며 대부분은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들어갔다.
물론 원인은 사교육비 뿐만은 아니다. 한 해에 중고등학생에게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학원을 보내고 사교육을 시키는 교육이 과연 성공적일까? 과연 ‘객관적인’ 또는 과학적인 근거 또는 실증적인 근거는 있는 걸까? 그런 근거를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부모들은 학원의 ‘협박’과 주변의 근거 없는 이야기에 휘둘려 애들을 학원으로 몰아넣는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결론인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돈을 써서 아이를 학습 ‘절름발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원에 가서 배우는 것은 당장 머릿속에 지식을 밀어 넣어 기억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기계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르게 기능하여 입력시킨다고 그대로 저장되거나 출력되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지식수준이 높지 않아 사교육과 학원의 ‘힘’으로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다.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답을 즉시 가르쳐주거나 주입식으로 푸는 방법을 배우면 메타인지 관점에서 학습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바로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문제해결능력이 개발되지 않아 점차 성적이 떨어지는 것인데 그런 아이는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문제를 쉽게 이해하지 못 하고 풀 엄두도 못 내면서 끙끙대는 것이 학습의 중요한 과정이다. 아이가 문제를 풀지 못 할 때 스스로 풀어 보도록 놔둬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학습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물론 아이들의 학습방법이 잘못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공부할 때 문제와 답을 동시에 보면서 학습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공부 방식은 학습 결과가 좋지 않다.
영어 단어 시험의 예를 보자. 단어를 제대로 외웠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모니터링을 하여 확인하여야 한다. 모니터링은 언제할지, 어떤 방법으로 할지도 정하여야 한다. 외우면서 중간중간에 확인하거나 모두 외우고 나서 확인하는 방식도 있다. 그런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어 암기를 실험한 결과 단어를 다 암기한 후에 영어 단어를 보고 그 뜻을 점검하는 공부방법이 가장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공부를 한 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종합적인 테스트를 하는 방법이 효과적인 것이다. 많은 아이의 점검 방식은 단기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방법도 ‘가급적’ 아이들 스스로 찾아내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사례를 들어본다. 이 사례는 한 학부모가 영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낸 이야기를 쓴 신문기사를 편집한 것이다. 영국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교육선진국의 아이들은 학교를 좋아한다. 학교가 ‘재밌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데 교과서도 준비물도 심지어는 시간표도 없다. 우리나라 부모에겐 ‘끔찍한’ 일이다. 당장 학교에 항의가 들어갈 것이다. ‘입시’ 공부 시키라는 항의일 것이다. 아무튼 영국의 아이는 1주일에 한 개씩 주제를 받아 스스로 공부한다. 우리나라 부모라면 불안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한 학기 주제는 기후변화였다. 선생님은 유럽에서 2022년 발생한 이상고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아이는 뉴스를 찾아보고 관련 책을 스스로 찾아 읽고 글짓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로부터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해결방법 대해 학기 내내 강의와 잔소리를 들었다. 주제는 계속 바뀌었다. 영국의 초등학교는 가볍다. 한국처럼 주어진 시간 내에 집중해 문제를 푸는 능력은 영국 아이들에게는 거의 없다. 그래서 학습 능력 성취도에서 최상위는 중국,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이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는 단기간에만 효과가 있다. 우리의 교육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학은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오직’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사고의 유연함과 영역을 넘나드는 창의력 그리고 메타인지는 대학 교육(학사, 석사 및 박사)과 먼 훗날 개인의 삶에서 발휘된다. 영국의 대학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며 영국은 최상위 선진국이다.
또한, 사교육과 학원교육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메타인지’ 때문이다. 자아 인식이 스스로 자기를 인지하는 것을 의미하듯이 메타인지는 스스로 자신의 ‘앎’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에서의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스스로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메타인지는 학습능력에 결정적이다. 메타인지는 모니터링(monitoring)과 통제(control) 두 단계를 거친다. 모니터링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아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것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통제행위이다. 메타인지에 의한 교육은 경험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학습 향상 효과가 높은 것으로 인정되었다. 아이에게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부모나 사교육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메타인지의 중요성은 뇌과학으로도 설명된다. 인간은 태어날 때 신경세포와 그 연결이 미완성인 상태로 태어난다. 그것은 바로 아이가 완성된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용근 포스텍 수학과 교수가 2022년 물리수학 분야 호암상을 수상한 포스텍 수학과 오용근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면 당장은 성적을 잘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학을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수학 포기자(수포자)를 양산합니다.…초등학교 시절부터 선행학습으로 문제 푸는 방법만 배우면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스스로 풀어 보는 연습을 반복하여야 수학도 쉽게 배울 수 있다.”(서울신문, 2022.5.29.). 오용근 교수의 언급은 ‘메타인지’를 말한 것이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입력하면 그것이 뇌에 쌓여 지식이 되고 문제해결능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문제해결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태어나서 자라면서 환경과 교육에 따라 뇌세포의 연결성이 달라진다. 점차적으로 뇌 안의 신경세포와 그 연결성이 발달하고 지적인 능력이 개발된다. 분명한 것은 아이의 지적 능력이 수동적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스로 문제를 생각해내고 해결하면서 뇌세포들이 효과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편적인 지식을 많이 입력한다고, 푸는 방법을 미리 배우는 방식으로는 지적인 능력의 성장에 있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