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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한 일을 앵무새는 알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참새는 몸집도 작은 만큼 머리도 작다. 어찌나 영리하고 날렵한지 잡을 수가 없다. 참새는 그리 똑똑하지 않지만 앵무새는 정말로 똑똑하다. 그래서 법정증인으로도 세울 수 있다.


1993년에 미국에서는 앵무새가 살인 현장 목격자로 채택되었다. 앵무새는 살인사건 법정증언으로 “리처드, 노 노!”라는 말을 반복했다. 법원은 죽기 전 범인에게 저항하며 남긴 마지막 말을 앵무새가 그대로 기억했다가 증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최종 증거로 채택됐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6년 영국에서 앵무새가 주인 여자의 불륜을 폭로하였다. 앵무새가 “안녕, 게리”라는 말을 반복하자 외도를 의심한 남자는 ‘게리가 누구냐?’며 여자를 추궁했다. 결국 직장동료와의 은밀한 사이임을 자백했다. 2016년 쿠웨이트에서 앵무새의 말을 증거로 삼아 경찰에 남편의 불륜을 고발하였다. 평소 아내는 남편이 가사도우미와 내연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의심했지만 증거를 잡지 못했었다. 아랍어를 능숙하게(?) 하는 앵무새가 이들의 나눈 대화를 그대로 따라 하자 이를 증거로 삼은 것이 삼아 남편을 경찰에 다. 하지만 경찰은 앵무새의 말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앵무새가 TV 대사를 배운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잘 따라한다. 노래도 따라 부른다. 소리를 흉내 내는 능력은 앵무새뿐만 아니라 명금(songbird)과 벌새도 있다. 노래를 따라 부르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성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뇌 기능도 있어야 한다. 이들 3종의 새는 모두 뇌 속에 노래 핵(song nucleus)이라는 부위가 있다. 다른 새는 소리를 학습하는 유전자가 노래 핵의 중심부에서만 발현된다. 반면에 앵무새는 노래 핵의 중심과 바깥에서도 유전자가 발현되어 더 뛰어나다.


2018년 SBS TV 동물농장은 개를 사랑한 앵무새 이야기를 방송했다. 이 앵무새는 위험에 처했는 때 이 불독이 구해주었다고 한다. 앵무새는 고마운 마음이었는지 불독에게 열량이 많은 맛있는 먹이를 주었다. 먹이를 주면서 “다 먹었어? 맛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앵무새의 사랑에 힘입어 불독은 1년도 안 되어 몸무게가 10kg 이상 늘어나 비만견이 됐다. 앵무새는 부끄러움도 타는 것 같다. 사람이 친밀하게 접근하면 머리 깃털을 세우고 뺨을 재빨리 붉게 물들인다고 한다.


앵무새가 어떻게 이렇게도 영리할까? 뇌 과학이 그것을 설명해준다. 영장류의 뇌에는 ‘교핵’이라는 것이 있다. 교핵은 대뇌의 피질과 소뇌가 정보를 교환하여 지적능력을 높인다. 인간과 영장류는 교핵 크기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아주 큰 반면에 새는 교핵 크기가 매우 작다. 영장류와는 달리 새는 피질과 소뇌를 이어주는 다른 ‘연결고리’가 있다. 특히 앵무새의 연결고리는 다른 새에 비해 2~5배로 아주 크다. 교핵처럼 피질과 소뇌를 연결해주는 이 연결고리가 발달한 것이 앵무새를 똑똑하게 만들었다. 또한 앵무새는 일부 포유류보다도 더 많은 뉴런을 뇌에 가지고 있다. 뉴런은 뇌의 신경세포이다. 앵무새는 뇌 크기가 원숭이보다 작지만 뉴런이 뇌 전체에 촘촘하게 분포돼 있다. 뇌 속 뉴런 밀도가 높아 앵무새 지능이 일부 포유류를 능가하는 것이다.


호주에 가면 앵무새(Cacatua galerita)가 쓰레기통을 뒤져 빵과 과일 같은 먹이를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는 부리로 뚜껑을 잡고 쓰레기통을 연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하여 관찰한 결과 2018년에는 시드니 교외에서 쓰레기통을 여는 앵무새가 세 차례 발견됐지만 2019년에는 44건으로 늘어났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으면 쓰레기들이 어질러진다. 이를 막기 위하여 사람들은 쓰레기통에 새가 쓰레기통을 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처음에는 쓰레기통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았지만 앵무새는 머리로 밀어내어 뚜껑을 열었다. 다른 새들도 따라 했다. 그래서 쓰레기통을 열고 닫는 장치를 설치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같은 장치를 설치했다. 앵무새는 아직 여는 방법을 모른다. 쓰레기통을 두고 인간과 앵무새 사이에 머리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적’ 기술 집단 내부로 퍼져 ‘문화’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문화전파는 침팬지나 고래에게도 나타나며, 심지어 곤충에서도 볼 수 있다.

Barbara C. Klump et al., “Is bin-opening in cockatoos leading to an innovation arms race with humans?,” Current Biology, Vol. 32, Issue 17, pp. 910~911, 2022.9.12.


앵무새가 이렇게 똑똑해 진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수렴 진화’이다. 수렴 진화란 앵무새와 포유류가 서로 다른 동물이지만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방향으로 적응하면서 닮아가는 것을 말한다. 포유류인 고래가 물속에서 살면서 어류와 닮아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간과 새가 이렇게 지능이 좋아진 것은 뇌의 피질과 소뇌가 잘 연결되고 신경세포가 잘 발달했기 때문이다. 뇌가 발달한 방향은 약간 차이가 나지만 지능이 좋은 이유는 같다.


우리 인간은 대뇌에 있는 피질이 발달하여 똑똑하다. 그러나 새는 피질이 없지만 다른 부위에서 피질과 같은 기능을 한다. 새의 뇌의 외피에는 피질과 비슷한 신경망이 있다. 새는 뇌가 작지만 뇌의 가장 바깥 영역에 신경세포가 많아 포유류 못지않은 지능을 발휘한다. 새나 공룡 그리고 인간이 나타나기 전에 이들 모두의 조상이 살았다. 이들이 살던 3억2000만 년 전에도 이미 이러한 지적능력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 후 포유류는 피질이 발달하는 방향으로 조류는 뇌 피가 발달하는 방향으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진화(수렴진화)했다.


이로부터 우리는 재미있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만약 지능이 높은 외계인이 발견된다면 그들의 뇌는 우리와 아주 다를 수 있다. 뇌가 아니라 엉덩이(?)에 신경세포가 집중되어 엉덩이가 머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외계인이 발견되면 엉덩이에 지능을 담당하는 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앵무새와 인간이 모두 지능이 발달했지만 그 진화의 구체적인 기제는 분명 다르다. 외계인은 어쩌면 훨씬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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