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아인슈타인이 남보다 잘하길 바라지 않았다. 무언가 남과 다른 특출한 재능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녀는 아들에게서 ‘Best’가 아닌 남과 다른 ‘Unique’한 재능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렇게 자란 아인슈타인은 “나무에 오르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판단하면 물고기는 자신을 바보라 생각하며 평생을 살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천성, 취향 그리고 적성이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사람마다 성장 속도도 다르다. 인간이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사람마다 최적의 발전과 자기실현을 위하여 다른 길이 있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교육을 바라보는 핵심적인 관점이다.
그런 점에서 덴마크의 교육 시스템은 모범적인 사례이다.
“덴마크의 교육 제도는 기본적으로 아이마다 능력이 다르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공부 못 하는 아이는 공부를 못한다기보다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특별히 칭찬하는 일도 없고, 못 하는 아이라고 무시하는 일도 없다. 공부라는 한 가지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열이 아니라 다름이 있을 뿐이라는 이 생각의 근본은 인간에 대한 평등 정신이다.”
이처럼 중요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이 청소년들에게 모두다 ‘일류’ 대학이라는 단일 목표를 지향하게 하는 교육은 수많은 아이를 파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대학 입시에 소외되고 몇몇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사회에서의 학벌차별은 더 심각하다. 이 문제의 구조적인 해결을 위해 어디에서 출발할지 결정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다만 가정에서나마 부모들이 아이의 다양성을 수긍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필자를 비롯하여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 언론에 나온 뉴스를 정리하여 얘기해본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부를 제대로 못한 ‘그’는 아이만큼은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사립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보내고 매년 수천만 원을 부담하면서 일류 강사로부터 과외도 받고 학원도 보냈다. 아이는 공부 잘 했고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이는 “앞으로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마세요.”라고 폭탄선언을 한다. 아이는 부모와 일체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고 부모가 묻는 말에는 일체 대꾸하지 않는다.
자식을 ‘일류’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업을 갖고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램 자체가 잘못일 수는 없다. 문제는 자기 자식이 어떤 아이인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지 대화를 하지 않고 모른다는 점이다.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부모가 원하는 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집착인지 혼동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생각이 있고 고민이 있으며 기질도 차이가 많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는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며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데로 끌고 가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크지만 부모란 다 그렇다.
‘왜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했을까?’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오랫동안 자녀의 기질을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을 겪었던 사람이 쓴 책이다. 문제의 본질은 아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한 부모에게 있음을 쓴 책이다. 필자는 그렇지 못했지만 결혼하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타고난 기질은 옳은 것과 나쁜 것이 아니며 아이의 기질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기질은 당연히 선천적으로 타고난 측면이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 과거 연구결과이다. 자녀의 성격 형성에 부모가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이의 선천적인 성격도 부모의 육아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 연구를 보면 자녀 양육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쌍방향의 관계이다. 아이가 친화성과 성실성이 두드러지면 부모는 온화한 양육 방식을 가진다. 반면 친화성이 떨어지는 아이의 육아는 부모에게 강한 스트레스를 준다. 즉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 부모의 육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착한 아이를 만들거나 버릇없는 아이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래 가지고 있는 기질이 있으며 이런 부분이 역으로 육아에 영향을 미쳐 아이의 성격을 만들어나간다. 따라서 자녀의 기질과 부모의 성향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자녀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참 중요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런 것을 배워본 적이 거의 없다.
자녀의 기질을 고려한 연구로 유명한 것이 심리학자 스텔라 체스(Stella Chess)와 알렉산더 토마스(Alexander Thomas)는 25년에 걸친 장기간의 연구결과이다. 아이의 기질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https://dataverse.harvard.edu/dataset.xhtml?persistentId=hdl:1902.1/01126
다음의 체크리스트로 아이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1. 아이의 행동 범위가 작다.
2. 규칙적으로 먹고 잔다.
3. 새로운 것에 쉽게 다가선다.
4.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한다.
5.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다.
6. 소리, 빛, 냄새, 온도 등 자극에 예민하다.
7. 평소 기분이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8. 주의가 산만하지 않다.
9. 관심이 있는 것에 집중력이 높다.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 1점
가끔 그렇다 → 2점
자주 그렇다 → 3점
항상 그렇다 → 4점
까다로운 아이는 전체 아이의 10%정도를 차지한다. 잘 울고, 잠을 잘 안자고, 잘 먹지 않거나 불규칙적으로 먹고, 잘 달래지지 않는다. 18점 이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아이’이다. 부모와 종종 충돌하므로 화를 내지 말고 잘 설명해주어야 한다. 13점 이하는 ‘매우 까다로운 아이’이다. 뭐든지 예민하여 달래기 힘들다. 어디서든 울고 떼를 쓰는 아이가 대개 이 유형으로 육아 스트레스가 심하다. 성장하면서 점점 좋아진다. 순한 아이는 전체 아이의 40%를 차지한다. 생활이 규칙적이고 잘 적응하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이며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 쉽게 달래지며 평온한 아이이다. 18~26점인 아이는 ‘순한 아이’이다. 양육태도에 따라 까다로울 수 있어 좋아하는 것과 적성을 파악하고, 대화로 키우는 것이 좋다. 27점 이상인 아이는 ‘정말 순한 아이’이다. ‘손이 별로 가지 않는 아이’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적은 편이다. 혼자서도 잘 놀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스스로 하도록 하고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머지는 보통의 기질로 전체의 50%에 해당한다. 두 가지 유형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물론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을 단 하나의 척도로 이해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너무도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 부모와 자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