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간단한 잠버릇이 삶을 풍요롭게


삶의 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잘 자는 것이다. 잘 자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해가 떠있는 대낮에는 가급적 낮잠은 자지 말고 운동을 하고 해가 지면 가급적 운동은 하지 말고 특히 과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늦은 시간 술과 카페인은 피한다. 

일정한 시간에 침실로 들어간다. 

침실의 온도를 적절하게 하고 충분히 조용하며 어둡게 한다.

잠이 오지 않으면 명상이나 요가를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지를 설명하는 과학은 복잡하다. 그러나 무지는 ‘죄’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인간은 생체시계가 있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밤에 잠이 와서 시계를 보면 대게 비슷한 시간이다. 생명은 수십억 년의 진화과정에서 태양이 뜨고 지는 리듬에 맞추어 진화해온 것이다. 인간은 태양의 움직임 아니 지구의 자전에 따라 춤을 추는 존재이다. 1995년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은 인간의 몸에는 생계시계 역할을 하는 단백질(clock gene period)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생체주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내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가 노벨상을 받았을 때 감사할 대상은 지구의 자전이다.


진화과정에서 생체시계를 내장하고 태어났지만 사람마다 생체시계는 모두 달라 잠자는 습관은 제각각이다. 모든 개체가 다른 것이 진화의 힘이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도 멀쩡하게 산다. 반면 하루에 10시간씩 자지 않으면 못 버티는 사람도 있다.


잠을 자면 뇌 안이 청소된다. 하루 종일 쌓인 정보들을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고 편집하고 저장하는 일을 밤새도록 뇌가 한다. 그래서 잠을 잘못자면 학습장애도 나타나고 치매에도 악영향을 준다. 더욱이 잠을 잘 못자면 지능이나 학습능력도 떨어진다.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가장 비효율적이다.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뇌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뇌 단백질이 급증한다. 50~60대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높아진다. 또한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 환자는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잠을 잘 자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은 뇌 인지기능과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잠을 못 자면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다.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이른 아침에 깨어 다시 잠들기 힘든 증상이다. 불면증은 노인이 많고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 나이가 들면 육체가 노화될 뿐만 아니라 뇌도 노화되고 수면의 질과 양도 나빠진다. 노인들은 대부분 일찍 자고 새벽같이 일어난다. 막상 누워도 실제 잠이 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잠이 들어도 중도에 깨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잔 시간을 나타내는 수면 효율이 80~85%로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잠들어도 곧 깨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 따라 생체 수면 사이클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수면 장애나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연구로 알려졌다.


65세 이상인 사람인 경우 잠자는 시간이 5시간 이하이면 7~8시간 잠을 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나 높다.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하루 수면 시간은 5.5~7.5시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파로 측정된 수면시간으로 치면 4.5시간 이하와 6.5시간 이상인 사람이 인지기능 점수가 떨어졌다. 잠을 많이 잔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인지기능이 장기간 안정을 유지하는 적정(sweet spot) 수면시간이 단시간과 장시간 사이의 중간 범위임을 보여준다. 잠도 ‘중도’인 것 같다. 그러나 필요한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자고 났을 때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은 현재의 수면 습관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수십만 명의 사람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 중년 이후 수면시간은 7시간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보다 많거나 적으면 인지기능이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수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기억중추인 해마를 포함한 영역이다. 수면시간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뇌 부피도 줄었다. 침대에 누어있는 시간이 8시간 이상인 것도 수면의 질과 관련이 있다. 즉 잠에 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뒤척이는 시간이 많아 전체적인 수면 시간이 길어질 뿐 깊은 잠은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이 되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각교차상핵(supraoptic nucleus)이 노화된다. 시상하부는 수면과 각성, 생체리듬, 체온 조절을 담당한다. 시상하부가 노화하면 수면과 각성 주기가 깨지고 생체리듬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시상하부는 잠을 잘 때 심부 체온을 1도 떨어뜨리고 일어날 때는 정상체온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시상하부가 노화되면 청년보다 2~3시간 일찍 체온이 떨어지고 정상체온으로도 일찍 돌아온다. 나이 들수록 깊은 수면(서파수면) 시간이 짧아진다. 청년기에는 서파 수면이 전체 수면의 20%를 차지하지만, 중년에 이르면 5% 이하로 떨어진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잠자기 2시간 전부터 분비량이 늘어 자정부터 새벽까지 고농도를 유지하다가 해가 뜨면 줄어든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체에서 분비되는데, 나이가 들어 송과체가 퇴화하면 멜라토닌 분비도 줄어든다. 


불면증 중에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다. 잠자는 중에 과격하고 생생한 꿈을 꾸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한다. 이로 인해 배우자가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부가 각방을 써야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 잠을 잘 못자기 때문에 같이 자면 수면방해가 되기도 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60세 전후에 발병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흔하고 깨어났을 때 꿈을 잘 기억한다.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싸우거나 격렬한 내용의 꿈을 꿀 때도 수면전문가와의 상담과 검사를 통해 렘수면행동장애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 이들 중 20% 내외에서 파킨슨 병 등의 신경질환과 동반된다. 렘수면 행동 장애를 진단할 당시 뇌신경계 질환이 동반되지 않았더라도 발병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는 50% 이상에서 파킨슨병 혹은 치매가 발생한다. 따라서 파킨슨병 증상과 인지 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진료가 필요하다. 


30~60대의 수면무호흡증은 남자와 여자에서 각각 4.5%, 3.2%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 중 수면무호흡증 빈도는 20% 내외이다. 노화하면서 수면무호흡증이 더 흔해진다. 체중증가, 상기도 허탈의 증가, 근 긴장도 감소, 폐 용량의 감소, 갑상선기능 저하, 수면분절과 서파수면 감소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주간 졸림, 인지기능장애, 대사성 및 심혈관계 장애 등을 가져온다. 체중감량, 측위 수면, 상기도 양압술, 구강 내 장치, 수술로 치료를 한다. 노인에서의 수면무호흡증은 환자 본인이나 배우자가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코를 골고 깊은 잠을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 개운하지 않고 낮에 피곤한 증상이 있을 때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 병 환자는 생체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알츠하이머 병 환자는 밤에 유령처럼 돌아다니고 낮에는 잠을 잘 잔다. 알츠하이머 성 치매 환자는 낮잠을 잘 자는 것은 낮에 깨어있게 하는 ‘각성’ 뉴런(신경세포)이 손실됐기 때문이다. 치매가 오기 시작하면 낮잠 자는 시간이 늘어난다. 80세 이상 노인이 낮잠을 자주 자거나 길게 자면 치매 신호일 수 있다. 낮잠이 잦고 길어지는 것은 치매가 나타나기 전의 증상(underlying pathology)이다. 따라서 나이 드신 부모나 자신이 낮잠이 많아지면 신경을 써야한다. 낮잠은 앉아서 눈만 잠시 감는 정도로 하고 가급적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치매 환자는 각성을 촉진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수가 적다. 지나친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미쳐 24시간 생체 리듬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치매 위험을 높이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불면증은 인지기능장애,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불면증과 공존하는 공존질환으로 가장 대표적은 것은 우울증이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에 의한 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약물치료에는 수면제 혹은 신경안정제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노인은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면 낙상, 인지 장애, 섬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 환자에서 흔히 발견되는 불면에 연관된 잘못된 버릇 및 수면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는 것이다. 잘못된 수면습관을 피하면서 수면제 등은 필요한 최소량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면 리듬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꾸준히 운동하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되도록 낮잠은 피한다.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는 삼가고,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식도 먹지 않는 게 좋다.


운동은 해가 떠있는 밝은 대낮에 해야 한다. 적당량의 햇빛은 수면에 좋고 낮에 활동을 해야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다. 해가 진 이후에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취침 전 과격한 운동은 좋지 않다.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각성효과를 줘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길게 할 수 있다. 


술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불면증이 있다면 끊어야 한다. 알코올은 잠에 잘 들도록 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잠에서 쉽게 깨어나고, 한번 깨고 나서는 다시 잠들기 어렵게 한다. 수면을 위해 지속적으로 음주할 경우, 잠에 빨리 들게 하는 효과 역시 떨어진다.


규칙적인 수면시간이 중요하다. 그래야 생체 시계도 안정된다. 수면은 우리 몸의 생체 시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면 및 기상 시간이 불규칙하면 잠들기는 더 어려워진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침실 밖으로 나가는 게 좋다. 침대를 벗어나 복식 호흡, 요가 등의 가벼운 운동을 하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치료 중 가장 먼저 시도해볼 것은 침실점검이다. 침실의 온도를 적절하게 하고, 충분히 조용하며 어두운 상태로 유지하기만 해도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늘 저녁에 산책을 해왔다. 오늘부터 낮에 산책을 하려고 한다. 행복은 단순하게 찾아오지만 불행은 복잡하고 피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성하게 잘 먹고도 건강하고 날씬한 식사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