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얼마나 불평등할까? 우리가 피부를 느끼는 불평등은 재벌과 거부(巨富)와 연봉 수천만 원에 집도 없는 자신의 차이이다. 그러나 좀 더 넓게 인류 전체를 보면 불평등이 도를 넘어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2017년 국제연합(UN)의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일 9명 중 1명꼴로 10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배고픔에 시달린다. 소득의 수준이나 집이 있느냐를 넘어서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 5억 여 명, 아프리카는 2억 5천여만 명,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은 4천여 명이다. 또한 하루 생활비가 2달러가 안 되는 절대 빈곤을 겪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2020년에는 더욱 악화되었다. 40여 개 국가 어린이 중 약 5천만 명이 심각한 기아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적인 가뭄과 분쟁으로 소말리아에서만 수천 명의 어린이가 아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간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굶주림의 배경에는 불평등이 있지만 인간 사회의 모순도 있다. 너무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 세계적 모든 사람이 먹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충분하게 생산되고 있다. 매년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생산되고 20억 인분 이상이 버려진다. 매년 낭비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현재 굶주리는 사람들의 두 배 이상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한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한 편에선 남는 음식을 버리고 비만으로 살을 빼고 있다. 오래 전인 1980년 영국인 1인당 필요한 열량은 2,300㎉이었는데 영국에서 생산된 식품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1인당 3,100㎉이었다. 얼마나 많은 음식물이 낭비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생산한 식품 중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고 그 금액은 1조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유통과정과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로 너무 많은 식량이 사라지고 있다. 식량의 생산과 운송, 저장,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낭비를 절반으로 줄이면 가용 식량을 약 12% 늘릴 수 있다.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 사료로 이용되고 있으며 물고기 어획량의 약 4분의 1은 인간이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다. 가축과 양식장의 물고기를 기르는 데 이용되는 고급 사료를 곡물 부산물이나 찌꺼기로 바꾸고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으로 돌린다면 최대 13%인 10억 명이 식량문제가 해결된다. 가축에게 곡물 찌꺼기를 먹였을 때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고려한 추정이다. 시나리오 별로 차이는 있지만 칼로리를 기준으로 6~13%, 단백질은 9~15% 에 달한다. 총 곡물 생산량의 10~26%, 해산물 공급량의 11%를 동물 사료에서 인간 식량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사료 전환을 하려면 식량 부산물 생산 업체가 이를 필요로 하는 농가나 양식장을 찾을 수 있게 식량 생산 시스템을 개편하여야 한다. 부산물 중 일부는 사료로 이용하기 전 가공 처리를 해야 한다. 이는 일부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3016-022-00589-6
식량의 유통과정과 사료 전환을 개선하면 가용 식량을 4분의 1가량 더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