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주의 기원과 역사를 찾는 사람들


이 책의 원고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8월 8일 아침 커피와 함께였다. 당시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이 내게는 57번째(1959년~2016년)였다.’ 오늘은 2021년 1월 25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재판을 내기 위하여 다시 정리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어느 날 외삼촌이 필자의 실제 출생연도가 1960년이라고 알려주셨다. 호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기원도 확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주의 기원을 찾는 여정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2016년 8월 8일 이 책을 쓰기 시작한 후 1년 7개월이 지난 2018년 3월 14일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이 세상을 떠났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이 한 말은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였다. “고개를 들어 별을 보자…무엇이 우주가 존재하게끔 만들었는지 궁금해 하라.…내가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에 무언가 보탠 거라면,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필자 자신이 우주의 기원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지만 인류가 이룬 과학을 이해하고 또한 누군가에게도 의미가 되는 지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스티븐 호킹의 사후 그의 세 자녀는 성명서를 통해 슬픔을 전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오늘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위대한 과학자였습니다. 아버지는 언젠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었다면, 우주도 별 의미가 없었을 것(It would not be much of a universe if it wasn't home to the people you love.)’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영원히 그리워 할 것입니다.” 또한 이 글은 가족들과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2021년 이 책의 개정판과 새로운 책을 집필하면서 매일 새로이 발표되는 과학연구 해설을 정리하여 아내와 원고를 공유하고 있다. 오늘부터는 사랑하는 아들과 딸과도 공유하기로 했다.


잠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산속이나 시골로 가보자.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가득하다.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찾아보며 낭만에 젖기도 한다. 하늘에는 별이 천억 개가 모여 있는 은하도 있지만 그것이 별인지 은하인지는 우리 눈으로 알 알 수 없다. 하지만 우주의 크기와 광대함을 알고 나면 으스스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포함된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한 귀퉁이 있는 작은 별이다. 우리 은하에만 태양과 같은 별이 천억 개 내외가 있다. 


오랜 세월 우리 인간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했는지(우주의 기원), 우주는 얼마나 큰지(우주의 크기), 그리고 도대체 우주란 무엇인지(우주의 본질)에 대하여 탐구해 왔다. 지금도 우주의 기원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진 가장 큰 숙제이다. 2010년 과학전문 웹 사이트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과학의 미스터리 1위는 단연 ‘우주의 기원’으로 나타났듯이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이다.  지금도 아이들의 질문으로 계속되고 있다.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빅뱅이 뭐지요?”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어요?” “누가 만들었어요?” 설명을 시도하지만 늘 아이들의 이어지는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아이들이 하는 질문은 묘하게 정곡을 찌른다. 오늘날 우주의 기원을 빅뱅으로 설명하지만 무엇이 팽창을 하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른다.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해왔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우주의 기원을 다양하게 전개하였다. 탈레스는 물, 아낙시만드로스는 아페이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세계의 구성요소이자 기원이라고 보았다. 엘레아학파의 창시자인 파르메니데스는 존재는 비존재로부터 생성될 수 없으므로 생성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주는 영원히 존재하고 시작도 끝도 없다는 주장했다.


200~300년 전 17세기에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종교가 주로 그것을 설명했다. 그리스도교(가톨릭, 개신교, 동방정교 등을 말함)는 우주가 신에 의하여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그것도 몇 천 년 전에. 2017년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을 보면 얼마나 그 믿음이 강력한지 잘 보여준다. “지구의 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구 나이는 신앙적인 나이와 과학적인 나이가 다르다. 창조과학·창조신앙을 믿는 입장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창조과학이 지구의 나이를 6000년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느냐?”고 다시 묻자 박 후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라고 답했다. 지구의 나이가 6천 년임을 신앙적으로 믿지만 과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이다.     


21세기 과학은 놀랄만한 성과를 이룩했고 앞으로도 인류지성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시작이 있었을까? 우주는 영원히 존재해온 것일까?”라는 질문에 얼마나 진전된 답을 내놓았을까. 물론 수많은 연구결과가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생각이 일치하지 않고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 또한 인간이 언젠가는 우주의 기원을 밝혀낼 가능성도 알 수 없다. 필자는 이 책의 두 번째 판을 출간하려고 정리하고 있지만 더 알게 된 것은 많지 않다. 여전히 알려진 것은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되었고, 우리를 둘러싼 우주는 무한에 가깝거나 무한하고,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있으며, 알 수도 없는 물질(암흑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기원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주가 시작되고 역사가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인간의 역사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서술은 인간만의 역사이고 우주의 역사에서 너무도 짧은 기간의 역사이다. 우주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와 생명의 역사도 있다. 그래서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이전의 역사까지 포함하는 역사를 거대 사(big history)라고 부른다. 따라서 역사를 제대로 서술하려면 우주론과 진화론도 다루어야 한다.


오늘날 물리학은 우주의 시초를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기술하는 데 극적으로 성공했다. 빅뱅에서부터 시작하는 138억 년에 걸친 이야기이다. 오늘날 우주와 지구의 역사에 대한 과학의 설명은 이렇다. 우주는 138억 년 전에 나타났고 태양계와 지구는 그 후 약 90억 년이 지난 후 나타났다. 지구상에 인간은 수십만 년 전에 나타났고 그들의 후손으로 오늘 내가 여기에 서있다. 다시 말하면 138억 년 전의 빅뱅, 135억 년 전 별과 원소의 출현, 45억 년 전 태양계와 지구의 탄생, 38억 년 전 생명의 탄생, 200만 년 전 인간의 등장, 약 1만 년 전 농경의 시작, 근대 혁명 그리고 ‘나’의 탄생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대부분 초신성폭발로 생긴 물질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우리는 초신성을 발견했고 그것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를 알아냈다. 인공지능이 자신을 누가(인간) 만들었는지를 알아내고 그 인간은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탐구하는 격이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와 지구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수십억 년에 태양별과 지구가 탄생했다. 그 무렵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다. 대기는 독성이 가득한 상태로 뜨겁게 응축되어 있었으며 번개와 화산재, 뜨거운 온천에서 솟아나는 증기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태초의 가스가 서로 반응했고, 아미노산, 알칸(Alcane), 지질(脂質) 종류, 최초의 원시세포 구조들이 형성되었으며 스스로 증식하기 시작했다. 지구는 오늘날의 식물, 동물, 인간이 될 원시 박테리아와 끈적이는 녹색 바이오매트의 고향이 되었다. 이제 인간은 지구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혜성의 충돌로 언제 멸망할지 모르며 언젠가는 물리적으로 멸망(종말)할 것임을 알고 있으며 스스로 발견한 과학지식으로 우주의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우주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은 달 탐험과, 태양계 탐사, 나아가 은하계와 코스모스까지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동식물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도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진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다른 생명과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우주와 생명 그리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38억 년 동안의 생명의 진화 끝에 나타난 인간은 우주와 생명 그리고 자신이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아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성찰’은 값진 일이다. 그것은…실패로 끝났던 그리고 실패로 끝날 탐구의 여정을 떠난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일원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탐구가 자신의 짧은 인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설령 그것을 안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설령 알려고 한다고 해도 알 수는 있는가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물론 그렇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길을 간다.


사실 인간에 의해 우주의 기원이 완전하게 설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며 인식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학적 탐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스도교가 거의 2천년 동안 가르친 천동설을 진리로 믿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그로 인하여 기독교 신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문명도 왜곡되었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천사들이 별을 밀고 다녔다고 믿었다.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적 지식은 당대에만 잠깐 진실로 인정되고 시간이 흐르면 송두리째 뿌리부터 뽑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19세기 말 유럽의 많은 과학자들은 과학은 이제 완성되었고 모든 것이 다 증명되었다고 확신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기가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현대 과학이 빅뱅으로 우리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지만 현대과학은 빅뱅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는 것이 없다. 


우리 인간은 이제 막 우주선을 태양계 밖으로 보냈다. 무인우주선 보이저 1·2호는 1977년 발사되어 각각 2012년과 2018년 태양계 밖으로 나아갔다. 보이저의 하루하루는 인간의 탐구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은하는커녕 우리 은하도 너무 커서 다른 항성까지 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인간도 태양계 밖을 여행할 날이 올 것이다. 그 언젠가에는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이미 없을 것이지만.


이 책의 초고를 쓰고 있던 2016년 2월 미국은 3억 달러를 들인 프로젝트로 중력파를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 다음해인 1916년,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물결과 같은 파장이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나 그것이 입증된 것이다. 오늘날 물리학은 명백한 성과들을 근거로, 언젠가는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어떻게? 모든 자연을 움직이는 모든 힘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직은 풀리지 않은 숙제이지만 역시 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류는 우주와 자연 그리고 생명과 인간의 비밀에 점차 다가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의 기원: 공생과 섹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