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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Oct 26. 2022

회색늑대와 반려 견의 진화


강아지는 새끼 때부터 사람을 잘 따르고 사람의 손짓과 몸짓에 반응한다. 반면 늑대는 새끼 때부터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 과거 늑대를 가축화시키면서 사람에게 좀 더 친숙한 새끼를 많이 키웠기 때문일 것이다. 거칠거나 사나운 새끼는 죽이거나 도태시켰다.


동물 중에서 개가 가장 먼저 가축화 되었다. 개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만4200년 전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동안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1만 5000년 전에 개의 조상이 나타났다고 보았다. 그러나 개가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했는지는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개는 최소한 1만5천 년 전 이전에 빙하기의 회색늑대(Canis lupus)가 길들어진 것이다. 고고학적 증거는 1만 5천 년 전으로 보이지만 유전자 분석에 의하면 개는 2만7000년 전부터 4만 년 전 사이에 가축화되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다. 1만 1000년 전 개들의 유전자를 보면 회색늑대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개의 유전자로 변이 되었다. 1만 1000년 전 최소한 5개의 혈통이 분화하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와 아시아의 초원지대(steppe)에서 사람과의 동거가 이어지면서 신석기 시대 유럽 개의 조상들이 탄생했다. 근동 지역, 북유럽, 시베리아, 뉴기니, 아메리카에 살았던 개의 송곳니가 늑대가 아닌 개의 송곳니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개가 탄생한 것이 1만 5000~1만  600년 사이였다고 주장해왔는데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당시 개의 유전자가 지금 살고 있는 개의 유전자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치와와(Chihuahuas)는 초기 아메리카에 살았던 개의 유전자에서 기원한다. 또 에스키모 개(Syberian Husky)는 고대 시베리아의 개의 후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회색늑대는 흰색과 검은 색 털도 있다. 유전적으로 유라시아 서쪽보다는 동쪽의 고대 늑대에 더 가깝다. 유럽 동부와 북부, 시베리아, 미주 등지의 초기 개는 유라시아 동쪽의 늑대 유전자에 단일 기원을 두고 있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 남부 등의 개는 동쪽 늑대에 중동지역 늑대의 유전자도 받았다. 늑대가 서로 다른 곳에서 한 차례 이상 가축화되거나 가축화 뒤 다른 늑대와 섞였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어느 쪽이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개에게 발생하는 홍역바이러스는 회색늑대에게 전파되었다. 개 홍역바이러스에 감염된 새끼 늑대는 거의 반이 죽으며 겨우 살아남아도 눈이 멀거나 발작에 시달린다. 개 홍역바이러스에 회색늑대가 감염되면서 검은 털이 생겨났다. 회색늑대에게는 검은 털을 만드는 유전자 변이(CBD103)가 있다. 개 홍역바이러스 항체를 가진 늑대는 털이 검은 경우가 많다. 또 개 홍역바이러스가 창궐한 지역일수록 검은 늑대가 많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개 홍역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북아메리카의 남쪽에서 많이 퍼졌다. 캐나다보다 멕시코 쪽 늑대가 더 검은 이유이다. 북미에 사는 회색늑대는 유럽의 회색늑대보다 검은 털이 많다. 인간과 함께 북미대륙으로 진출한 인간이 데려온 개가 회색늑대와 짝짓기를 하면서 수천 년 전 검은 털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 유전자 변이가 개의 면역체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i8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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