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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하고 같은 시간에 함께 세상을 떠나려면


여자는 남자보다 오래 산다. 2019년생 기준 남성의 기대수명은 80.3세, 여성의 기대수명은 86.3세로, 약 6년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동물도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산다. 사육 동물에서 암컷의 수명이 수컷보다 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야생 동물에서도 처음 확인됐다. 101종의 포유류를 조사한 결과 60%가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다. 포유류 101종 134집단을 조사한 결과 암컷은 수컷보다 수명이 18.6% 길었다. 이는 인간의 남녀 수명차이 7~8%보다 큰 수치이다. 백세인 남녀비의 세계적 평균은 1:7~8 정도, 선진국의 경우는 1:4~5 정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백세인 남녀비가 1:8 정도로 개선됐다(2019). 여전히 100세 이상, 105세 이상 등 초 장수 연령으로 올라가면 여성 비율이 높다. 


역사적으로 남녀 간 수명 차이는 여성이 일방적으로 우세하지는 않았다. 20세기 들어 수명이 길어지면서 여성 수명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여자가 아주 힘든 삶을 살았던 것이 원인일 수 있다. 21세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남녀 평균수명 격차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에 전 세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71.4세이다. 남자아이는 69.1세, 여자아이는 73.8세로 4.7년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1985년에는 8.6세, 2015년에는 남자 78.8세, 여자 85.5세로 6.7년 난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7년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다 최근 들어 6년 정도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82.7년이다. OECD 평균인 80.7년보다 2년 길다.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남자는 79.7년 여자는 85.7년이다(2017). 2020년 남자는 80.5세 여자는 86.5세로 6세 차이로 줄었다.


남자가 여자보다 수명이 짧은 것은 사회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까지를 보면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남녀 간에 수명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난제이다.


남녀 수명 격차는 지역과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10년 이상이 벌어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남녀 간에 수명 차이가 거의 없는 지역도 있다. 남녀 수명 격차가 큰 대표적인 지역은 구소련 연방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11.6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도 모두 남녀 간에 10년 정도 수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녀 수명 차이가 큰 나라에는 르완다, 시리아, 엘살바도르, 베트남 등이 있다. 모두 극히 가난하거나 전쟁을 겪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말리는 기대수명이 남성 58.2세, 여성 58.3세로 성별 격차가 0.1세 정도에 불과하다. 부탄, 시에라리온, 기니아, 바레인, 니제르, 파키스탄, 이란 등도 남녀 간 수명 차이가 1~2년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지역은 대부분 평균수명이 짧으며 경제적으로 가난하다.


남녀의 수명 차이를 유발하는 사회적인 요인이 있다. 남성이 여성보다 전쟁, 격투 및 과격한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되고 생활 습관 면에서 상대적으로 흡연과 음주 빈도가 높은 것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가부장제가 강한 사회에서 남자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홀로 경제활동에 나서야 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흡연과 음주 비율이 높고, 교통사고도 많았다. 또한 남자는 도전적이고 모험적이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충동적인 편이다. 이는 남성호르몬과도 연관성이 있다. 사회적 요인도 있다.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도 한 몫 한다. 여자는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임기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호르몬의 보호를 받는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남자 사망률이 여성보다 높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많이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아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은 크다. 남자들은 백신도 덜 맞고,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에서도 여자보다 덜 하는 편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잘 준수하지 않는 편이다. 백신도 여성보다 덜 접종받는다.


전 세계의 남녀 기대수명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여자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경제적 부담을 짊어진다.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만큼 앞으로 20~30년 후에는 남녀 간 수명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들의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 자료는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는데, 몇몇 개발도상국들의 격차는 여전하다.


흡연은 관련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을 약 두 배 이상 높인다. 45~64세에 금연하면 사망 위험이 66% 가량 낮아진다.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으면 흡연을 지속할 때보다 사망 위험이 90%나 줄어든다. 35세 이전에만 금연에 성공하면 사망률이 비흡연자보다 3% 높아 거의 비슷하다. 21년 동안 50~60만 명을 관찰한 결과이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797597


종교도 영향을 미친다. 이슬람 문화권은 남녀 수명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다. 남자는 금주하고 매일 다섯 차례씩 코란을 외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중국 신장성 지역은 남성 백세인 비율이 여성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에 속하면서도 이슬람문화를 지키고 사는 신장성 주민의 특수성은 생물학적 요인 외에 문화적 요인이 장수 여부를 결정짓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거주지의 물리적인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평야 지대보다는 중 산간 지역의 수명이 길다. 우리나라에서 남성이 장수하는 지역은 주로 지형이 험하고, 춥고 강설량이 많은 곳이었다. 여성이 장수하는 지역은 지형이 험하지 않고 비교적 온난한 기후를 갖고 있었다. 일본의 장수 지역인 오키나와는 기후가 따뜻하고, 남성 장수 지역인 나가노 현은 산악지역으로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사회 환경이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고, 이에 대응하는 남녀의 서로 다른 행동 양식이 수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백세인의 남녀 비율이 거의 같은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지방 남성들 또한 신체 활동이 많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매일 산에 올라가 양을 키우면서 산다. 우리나라에서 기대수명 중 남녀의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제주도이다. 7.5년 차이가 난다. 남자는 제주도에 가면 안 되고 여자는 제주도에서 살아야 할까. 


여자가 오래 살지만 남자보다 질병이 많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살지만, 장수인 사이의 건강 상태를 비교할 경우 남성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 여성이 병원을 더 자주 방문하고 통증도 더 많이 생긴다. 이를 여성 패러독스(Female Paradox) 또는 수명질병 패러독스(Mortality-Morbidity Paradox)라고 한다. 


부부가 백년해로하고 같이 떠나려면 고소득자로 살아야하고, 부부가 같이 일하고, 담배를 끊고, 신앙을 가지고, 산악지대에서 일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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