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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17. 2022

스반테 페보와 인간진화론의 패러다임 전환

스반테 페보와 인간진화론의 패러다임 전환

인류의 기원은 고고학과 인류학의 연구주제이다. 동굴이나 무덤 속에서 발굴된 뼈와 유물 등으로 그것을 파헤친다. 고인류학은 고인류의 화석과 유물을 기초로 연구한다. 그러나 유골을 관찰하거나 석기를 연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고학과 인류학은 인문ㆍ사회과학으로 분류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고고학과 인류학을 바꿔놓았다. DNA와 게놈 분석이 등장한 것이다.


고유전체학(paleogenomics)은 멸종된 종의 유전체를 분석한다.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가 창시자이다. 고고유전학(archaeogenetics)은 DNA에 대한 분석을 고고학 및 인류학적 증거와 교차 검증한다. 두 학문 모두 고 DNA가 연구대상이다. 고DNA 연구는 인간뿐만 아니라 가축과 작물, 특히 매머드나 땅늘보 같은 멸종 종에 대한 연구도 대상이다. 그러나 수만~수십만 년 된 고 DNA가 손상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고, 미생물 등이 DNA가 섞여 분석이 어렵다. 


스반테 페보(Svante E. Pääbo)는 1980년대부터 고 DNA 분자를 오염 없이 다량으로 추출해 해독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대학원을 다니던 1981년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DNA를 추출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해 국제학술지「네이처」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해독하려고 했지만 네안데르탈인 뼛조각 자체가 희귀했다. 그래서 약 2만4000년 전 멸종한 곰의 뼈로 추출 방법을 집중 연구했다. 동굴 곰 뼈는 네안데르탈인의 뼈와 상태가 비슷하면서도 구하기 쉬웠다. 1997년부터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서 유전학 책임자로 연구에 전념했다. 1997년 세계 최초로 멸종한 인류의 유전자 정보를 밝히는 데 성공한다. 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낸 것이다.


고 DNA의 양을 급격하게 증폭시킬 수 있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이 나왔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시료의 유전체 전체를 단시간에 모두 분석하는 전장유전체 염기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도 나왔다. 유전체 해독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는 2010년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독일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뼈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과 게놈을 해독했다. 또한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뼈에서 DNA를 추출 데니소바인을 발견했다. 인간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지만 네안데르탈인은 한반도에 산 적이 없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공존하면서 함께 자손을 낳고 그런 자손들이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염기 서열이 인간 안에 6000만 개가 있어 인간의 삶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피부색과 수면, 음주와 흡연, 정신활동 등 다양한 형질에도 영향을 준다.


여전히 현재 분석 기술로는 고대인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향후 분석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비밀도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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