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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16. 2022

제 나이는 35억살입니다

약 45억 년 전에 지구라는 행성이 나타나고 약 10억 년 동안 생명은 아직도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10억 년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지 만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세월이다. 만년도 우리에겐 낯선 시간이다. 10억 년은 만년이 십만 번 있어야 하는 세월이다. 지구상에 생명이 복잡하게 진화하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던 한 가지 이유는, 당시에는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대체로 오늘날의 수준으로 늘어나는 데에는 지구역사의 40%에 해당하는 20억 년 정도가 걸렸다. 이 놀라운 일을 한 자는 인간도 신도 아닌 미생물 같은 것이었다. 바로 남 조류이다. 남 조류는 지금도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바위 침대란 뜻을 가진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최소한 35억 년 전에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생명체가 바다 표면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photosynthesis)이라고 불리는 기초화학반응으로 태양빛을 가공하는 엽록소(chlorophyll)분자를 가지고 있다.  ‘남 세균’으로도 불리는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며 물속에 살았던 단세포 생물로 약 36억 년 전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면서 지구에 산소 양을 늘리는 데 일등공신을 한 생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35억 년 전경에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살아있는 돌’을 볼 수 있다. 바로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 유해와 진흙 등이 퇴적돼 엽층리가 발달한 생태적 구조를 갖는 미생물 화석이다. 너무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생물 기원인지 지질학적 운동에 의한 것인지 불분명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화석으로 발견될 뿐만 아니라 현재도 지구상 일부 수역에 있다. 호주 서부 남쪽 연안의 하멜린 베이(Hamelin Bay) 해변에 현존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그 예이다. 


1961년에 오스트레일리아의 북서 해안에서 살아있는 스토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s)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지구역사상 가장 오래된 화석이라는 주장은 학계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학적 방식에 의해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definitive presence)를 제시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이 이 미생물 흔적에서 발견된 유기물 조직들이 실제로 미생물이었다는 주장에 크게 반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생명체 표식들(signs)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고, 결론을 맺지 못한 채 30여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9년에야 가장 오래된 화석임이 증명되었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인정받은 34억3000만 년 전 화석이다. 


2016년 약 37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추정되는 암석이 그린란드에서 발견되었지만, 이 암석이 생물 기원인지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2022년에는 호주 서부의 필바라(Pilbara) 지역의 퇴적암층인 드레서 지층에서 발견된 약 34억8000만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발견되었다.

https://doi.org/10.1130/G50390.1


35억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이 지금도 살고 있다. 이 돌들은 생명으로 가득 차있고, 제곱미터 당 36억 개(기원전 35억 년과 연관성은 없겠지!)의 생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주 자세히 보면, 산소를 배출하느라 생기는 작은 기포를 볼 수도 있다. 20억 년 동안에 그렇게 배출된 산소가 지구 대기의 산소를 20%로 끌어올림으로써, 다음 단계의 더욱 복잡한 생명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더 복잡한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그들은 자신들에 의해서 존재하게 된 바로 그 생물체들에 의해서 거의 모든 곳에서 멸종되었다. 그들이 만들어준 산소 환경으로부터 진화한 우리가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의 염도가 너무 높아서 남 조류를 먹고사는 생물들이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우리 인간과 생명계를 ‘창조한’ 주체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세포분열에 의하여 증식한다. 인간은 번식을 하고 죽지만 세포분열을 하는 생명은 죽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살고 있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나이는 최소 35억 년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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