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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09. 2022

우리가 사는 은하계의 간략한 탄생 이야기


시골이나 산속에서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우리 은하 안에 있다. 특히 여름철 밤하늘을 뿌옇게 가로지르는 은하수는 우리 은하 중심 부분의 모습으로 별이 너무 많아서 마치 구름처럼 뿌옇게 보인다. 


우리가 사는 은하의 원반은 중앙의 얇은 원반을 두꺼운 원반이 감싸고 있는 이중구조이다. 지름이 약 10만 광년에 걸쳐 펼쳐져 있는 얇은 원반(thin disk)은 두께가 1천 광년 정도고, 그 위와 아래로 수천 광년에 달하는 두께의 두꺼운 원반(thick disk)이 형성돼 있다. 얇은 원반에는 철과 같은 중 원소 비중이 수소와 헬륨 등보다 훨씬 높은 젊은 별이 집중돼 있다. 두꺼운 원반에는 중 원소 비중이 낮은 오래된 별이 아주 성기게 있다. 맑은 날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얇은 원반이며 두꺼운 원반은 희미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나선 은하 중심에는 빛나는 구체가 존재한다. 이것은 은하 내부의 별들이 빽빽하게 모여 군집을 이룬 형태로 ‘은하 팽대 부(Galactic Bulge)’라고 부른다. 은하계 팽대부의 기원은 오랜 논쟁거리였다. 두 가지 가설이 있다. 먼저 은하계 중심에서 점점 더 많은 별이 생성됨에 따라 수십억 년에 걸쳐 부풀었다는 이론이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팽대부의 밀도는 계속 증가하여 원반 은하와 비슷한 특징을 보이게 된다. 또 다른 주장은 각각 100억 년 전과 30억 년 전에 일어났던 두 번 이상의 폭발로 축적되었다는 이론이다. 당시 엄청난 양의 가스가 중심부에 뭉치면서 수많은 별이 탄생했다고 여겨진다. 가스는 은하계 중심으로 끌어 당겨진 원시 물질이었거나, 다른 은하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은하에도 땅콩 모양의 팽대부가 있다. 이런 구조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에 관한 여러 가설이 나왔지만, 아직 확실한 기원을 밝히진 못했다. 과거 두 차례 이상의 대규모 폭발로 형성되었거나, 수십억 년에 걸쳐 서서히 성장했다고 알려져 왔다.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은하계 중심의 팽대 부는 약 100억 년 전에 단일 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장대한 폭발 과정에서 한꺼번에 수많은 별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은하수를 관측하면서 조사 대상이었던 수백만 개의 별 중에서 7만 개를 골라 분석해보니 의외로 중 원소 함량이 같았다. 이러한 사실은 은하계 중심 1000광년 이내 대부분의 별이 거의 동시에 생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를 중 원소(금속)로 분류한다. 우주 초기에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들의 성분비가 정해졌고, 이후 별의 탄생과 사멸을 거쳐 우주의 화학적 진화가 진행됐다. 따라서 천체의 중 원소 함량은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므로 매우 중요한 물리량이다. 자외선 파장으로 측정한 별의 밝기를 이용해 구성 원소를 분석했다. 관측 데이터에 의하면 은하계 중심부의 별들이 생성된 시기는 약 100억 년 전이다. 약 45억 년 전에 태양이 탄생했음을 감안하면 태양의 중 원소 함량이 더 높아야 한다. 이는 최근에 탄생한 별이 이전 세대 별들의 죽음을 거쳐 생성된 중원소를 더 많이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팽대부의 별들은 태양과 거의 동일한 중 원소 함량을 보였다. 태양보다 오래전에 생성되었으나, 예상외로 매우 높은 금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은하계 중심부의 중 원소는 짧은 기간의 대폭발 속에서 생성되었다.


약 135억 년 역사를 가진 우리가 사는 은하도 여러 개의 주변 은하를 병합하며 형성되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그중 하나가 왜소 은하인 가이아 엔켈라두스(Gaia-Enceladus)이다. 지구에서 약 94광년 떨어진 인디언자리의 별(ν Indi)을 통해 우리은하와 가이아 엔켈라두스 은하의 충돌 시기를 추정한 연구이다. 이 별은 겉보기 밝기가 천왕성과 비슷해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하다. 2018년 발사된 우주망원경 테스(TESS)가 장기간 관측한 별의 밝기로 표현된 별의 진동을 통해 이 별의 형성 시기를 정확히 파악했다. 그 결과, 형성 시기는 약 110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이 별의 금속 성분이 태양의 3%밖에 안 될 정도로 미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래된 별의 특징이다. 별의 무거운 원소는 1세대의 별이 초신성 폭발로 사라진 뒤에야 출현했기 때문이다. 별의 위치와 움직임에 관한 자료를 통해 이 별이 우리은하 외곽인 헤일로를 구성하고 있던 별이지만 은하 간 충돌도 궤적이 바뀐 것을 확인됐다. 은하 간 충돌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이런 충돌이 별이 형성된 뒤에 발생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은하 간의 충돌이 이 별에 영향을 미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우리은하와 가이아 엔켈라두스의 충돌은 약 132억~115억 년 전에 시작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에는 135억 년 된 우리 은하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백색왜성을 보고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질량이 큰 항성은 마지막에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되고,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대부분의 항성은 백색왜성이 되고 결국 더는 빛을 못 내는 암체가 된다. 이런 항성 주변의 행성은 궤도가 바뀌거나 파괴되고 그 잔해는 항성 표면에 강착 된다. 우리 은하에서 이런 과정에 있는 100억 년 이상(각각 102억 년, 107억 년) 된 백색왜성 행성 계가 발견되었다. 지구에서 약 90광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항성과 행성 계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이다.

https://doi.org/10.1093/mnras/stac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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