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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05. 2022

우리가 하는 대화는 5억 년 전부터 진화되어 온 것


지구상에서 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그러나 언어는 대부분의 동물도 가지고 있다. 언어가 다른 동물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자연과 인간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리를 내는 발성에 의한 의사소통은 아주 오래되었다. 척추동물은 폐에서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면서 목구멍 구조를 통해 소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동물이 그들만의 의사소통 체계를 보유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개, 고양이, 개구리, 새 등은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한다. 아이린 페퍼버그(Irene Pepperberg)가 쓴『천재 앵무새 알렉스와 나』(2009년 번역출간)의 주인공인 앵무새도 수십 년간 말을 가르쳐 초보적인 의사소통을 했다. 이들의 기원만큼 의사소통은 오래된 것이다.


발성 의사소통이 적어도 현재보다 약 4억700만 년 전에 살았던 마지막 공통조상만큼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2022년 연구는 그것을 암시해준다. 거북과 폐어는 발성으로 소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도 단순한 소리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다양한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33741-8


아프리카대륙 남단 해안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펭귄 또는 검은 발 펭귄(학명 Spheniscus demersus)은 ‘멍청이 펭귄’(Jackass penguin)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울음소리에 인간과 언어학적 동질성이 발견됐다. 이탈리아 동물원에 사는 아프리카 펭귄이 내는 짝짓기 관련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인간 언어와 일부 다른 영장류의 의사소통에 나타나는 ‘지프의 법칙’과 ‘멘제라스-알트만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프의 법칙(Zipf's Law of Brevity)은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가장 짧은 경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영어의 경우 정관사 ‘the’ 같이 흔하게 쓰이는 단어는 매우 짧다. 멘제라스-알트만의 법칙(Menzerath-Altmann Law)은 여러 개 음절로 된 긴 단어는 매우 짧은 음절 여러 개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효율적인 발성과 언어가 발달하면서 모든 언어에서 두 법칙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됐다는 게 언어학자들의 견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특성은 인간과 다른 일부 영장류 등 고등한 포유류에서만 관찰됐다. 이러한 법칙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영장류가 아닌 다른 동물이 의사소통을 위해 내는 소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아프리카 펭귄의 울음소리를 분석한 결과 같은 특징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동물들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 하는 것이다.


원숭이도 다양한 포식자와 새의 종류를 가리키는 어휘가 있고, 유인원과 앵무새는 아주 많은 기호를 학습할 줄 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동물이 문법과 구문론을 습득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돌고래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이 유보된 상태이다.


수십 년 간 훈련받은 서부저지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 코코는 수화 표현 1천 개 이상을 써서 의사소통을 하고, 영어를 듣고 상당 부분 이해한다. 고릴라는 복잡한 성대 움직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영장류의 성대 능력이 극히 제한적이고 자발적으로 발성을 조절할 수 없고, 그들 종 특유의 소리 외에 다른 발성은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구어는 인간만의 특징으로 인간이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하면서 발달한 것으로 보아왔지만 구어는 훨씬 더 과거로부터 기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침팬지와 그 이전 고통조상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고 이러한 능력이 진화해 인간의 말하는 능력으로 된 것일지도 모른다.


포유동물의 FOXP2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한 결과 약 700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생쥐와는 세 곳이 달랐고 약 2500만 년 전 갈라진 붉은털원숭이나 그 뒤 갈라진 유인원들과는 두 곳이 달랐다. 즉 영장류 가운데 인간만이 303번째와 325번째 아미노산 두 곳에 추가로 변이가 생겼다. 포유동물도 갖고 있는 언어유전자(Foxp2)에 중요한 변화가 발생해 인간 고유의 언어 구사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포유동물도 비슷한 언어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과 다른 동물의 언어 구사 능력의 차이는 그 유전자의 일부 변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모두 715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이 유전자는 쥐와는 아미노산 3개, 침팬지와는 아미노산 2개만 다르다.이 두 가지 변이는 침팬지 등과 갈라진 뒤 진화과정에서 인간에게 발생한 것이다. ‘인간형’ FOXP2의 진화가 인간만이 정교한 소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고, 언어 유전자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런 미세한 차이는 단백질의 모양을 변화시켜 얼굴과 목, 음성 기관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뇌의 일부분을 훨씬 복잡하게 형성하고 이에 따라 언어 능력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이 언어유전자의 정확한 역할을 밝힌 것은 아니며 이 유전자 외에도 언어 구사에는 다른 여러 유전자들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경우 발음이 새고 언어의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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