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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Nov 04. 2022

진화와 과학으로 보는 코 파는 인간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 홀로 있는 사람이 코를 파고 음악을 듣는다. 홀로 있는 부장님이 코를 파는 것을 웃음이 터졌다는 후배의 얘기도 있다. 누구나 코를 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기 중 이물질이 코털 또는 비강 내부의 오목한 부분에 걸려서 코 내부 점막과 섞여 고체화된 물질이 코딱지다. 코딱지는 콧속의 점액과 코털이 잡아낸 먼지, 세균 등과 융합하면서 딱딱하게 굳어 생겨난 이물질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약 90%의 사람이 코딱지를 판다고 한다. 사람들의 코딱지 파기는 습관적인 셈이다. 어떤 설문조사에서는 거의 모든 청소년이 하루에 약 4번 코를 판다고 한다. 코를 판 네 명 중 한 명은 코피가 난 경험이 있었다. 고릴라, 침팬지 등도 코를 판다. 인간과 해부학적 구조가 비슷하니 유사한 행동을 한다.


코딱지를 파내지 않고 놔두면 코로 숨을 쉬기가 힘들어 대다수 사람들은 손가락을 이용해 코딱지를 파낸다. 코를 팔 때는 가급적으로 청결한 손을 사용하고, 너무 깊이 억지로 파려고 하지 말고 코를 풀어서 빼도록 해야 한다. 제일 편한 방법은 물을 코에 조금 넣고 코를 조금 주물러준 뒤 푸는 것이다.


코 파는 사람이 많고 다른 유인원도 코를 파는 것을 보면 자연 선택된 행동이다. 코를 파지 않는 생물이 도태된 것인지 아니면 그런 행위가 원래부터 지속되었는지는 확실한 것은 모른다. 다만 생존에 뭔가 이점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코 파는 행위가 더럽지만 계속 하는 것은 뭔가 뇌의 행복 중추를 자극한다는 연구도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코딱지를 불결하다고 생각하지만 코딱지를 먹으면 인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 서스캐치원대학(The University of Saskatchewan) 스콧 네퍼 교수는 코딱지를 먹으면 병치레가 없고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제로 그런 것을 관찰했다. 코딱지가 죽은 병균 덩어리를 뭉쳐 놓아 천연백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독일 튀빙겐대학(Eberhard Karls Universität Tübingen) 연구팀은 세균 활동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들의 코에는 항생제를 만드는 미생물이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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