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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는대로 나이를 먹는 것은 아니다


같은 해에 태어나도 주민등록을 잘못하면 액면 나이가 다르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이상하게 거꾸로 잘못된 나이이긴 하지만. 주민등록이 같아도 실제 나이가 다르다.      


세월이 간다고 모든 생물과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같은 속도로 노화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모두가 늙어가지만, 그 속도와 나타나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신체적 나이는 크게 네 가지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대사, 면역시스템, 간의 기능, 그리고 신장의 기능이 그것이다. 대사 형 노화는 당뇨병이 대표적이다. 생활 습관에 따라 이러한 노화는 달리 진행된다.     


노화의 속도는 면역체계가 쇠퇴하는 속도와 관련된다. 면역체계는 병원균에 대해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염증반응을 나타낸다. 반면 ‘나쁜 염증’은 전신에 걸쳐 만성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만성적인 염증과 질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 만성적 염증을 통한 노화 정도는 염증성 노화 시계(inflammatory aging clock)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염증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노화 시계’인 혈액 면역 지표도 있다.     


그래서 달력상의 나이보다는 ‘염증 나이’(inflammatory age)를 기준으로 삼는 것을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급성 염증은 열이 나거나 붓거나, 통증이 생기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감염 질병을 퇴치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에 걸리면 급성 염증으로 아프고 열이 난다. 이런 염증은 보통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만성 염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세포와 장기를 망가뜨린다. 염증 수치는 보통 나이가 들면서 높아진다. 노화한 세포가 염증을 일으키고, 흡연과 비만, 오염 노출 그리고 스트레스와 같은 요인에 의해서도 심해질 수 있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피해는 생각보다 느려 실제 고혈압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까지 몇 년이 지나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만성 염증의 측정 기준인 염증 나이를 측정하는 혈액검사도 개발되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른 염증의 수준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인 염증 나이를 계산할 수 있었다. 염증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더 좋은 건강 지표이다. 100세 이상의 고령자는 평균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염증 나이가 40세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79세 사이 집단 중 대다수는 실제 나이보다 높은 염증 나이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일부 참가자는 실제 나이와 염증 나이의 편차가 더욱더 컸다. 실제로 참가자 중에서 건강한 105세 남성은 무려 25세의 염증 나이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40~50번의 세포분열을 한 후 더 이상 분열을 할 수 없어 노화 세포가 쌓인다. 노화된 세포는 죽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인간 조직에 남아있다. 노화 세포는 분열하지 않으므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더라도 암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노화 세포가 ‘좀비’ 같이 우리 몸 안에서 남아서 버티면 염증이 생기고 암에도 영향을 준다. 그 염증 인자가 바로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단백질이다. 노화 세포는 세포분열을 하지 않지만 사이토카인을 계속 분비한다. 이 단백질은 염증을 일으키고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를 끌어들여 자기 몸을 공격하게 만든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지고 다발경화증, 염증성 창자 병, 건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염증은 심장병, 당뇨병, 치매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염증 나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 타고난 유전자 기타 여러 생활 습관이 쌓여 신체나이가 형성된다. 그런데 그러한 신체나이는 나이에 따라 정확하게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세 번에 걸쳐 갑자기 신체나이에 위기가 온다. 신체적 노화가 평생에 걸쳐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세 번의 급진적인 노화 시기를 거친다. 34살, 60살, 78살이 그 시기이다. 환갑잔치를 하는 과학적 근거도 있는 것이다. 아마 젊은 30대 초반에 갑자기 체력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환갑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개는 탄생 직후 급격히 노화되다가 점차 느려진다. 한 살 된 개는 사람 나이 31세만큼 나이가 는다. 개의 2살은 사람의 42살, 12살은 70살로 노화 속도가 느려진다.     


인간 세포에서 추출한 디엔에이(DNA)에는 수명을 알 수 있는 지표가 숨어있다. 세포의 DNA 메틸화 유형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나이를 1.5~3.6년 오차범위 내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호바스 시계’(Horvarth’s clock)라고 한다. 일찍 늙는 사람들은 암에 잘 걸린다. 척추동물의 DNA 메틸화 유형의 분석을 통해 자연 수명을 추정할 수 있다. 아프리카들개는 20년, 침팬지는 40년이다. 멸종한 동물의 자연 수명 예측도 가능하다.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은 40살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 수명보다 오래 산다.     


70대는 신체 기능이 크게 약해지는 분기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0년 83.5살이다. 남자가 80.5살, 여자가 86.5살로 남녀 간 6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건강 수명은 73.1살로 10년 정도 짧다. 건강 수명에서도 여자 74.7살, 남자 71.3살로 여자가 3.4년 더 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과 건강 수명도 80.5살, 70.3살로 10년 차이가 난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이 ‘힘’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일까? 40대 이후 키는 10년마다 약 1cm씩 줄어들다가 70대에 들어서면 그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진다. 근력은 60살 이후 연간 3%까지 감소한다. 따라서 가벼운 낙상 사고에도 심한 부상 가능성이 크다. 장기의 기능도 약해져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매 등의 만성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나이가 70대다. 이러한 위험이 도사리는 70대를 잘 넘기고, 78세를 넘어가면 거의 100살까지 살 것 같다. 평균수명이 80대이니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해 보면 100살은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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