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에는 마술하는 여자들에 대한 ‘적의’가 존재해왔다. 그리고 “요술쟁이 여인은 살려두지 못한다.”(출애굽 22.17)라는『구약성서』 구절은 많은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신약성서』도 있다. “나를 떠난 사람은 잘려 나간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말라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런 가지를 모아다가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요한복음 15.6.).
오늘날의 연구에 의하면, (추방·사회적 매장 등의 처벌은 논외로 하고) 마녀사냥으로 죽임을 당한 여성만 최소한 10만 명 이상이거니와, “이 마녀재판은 유대인 박해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전쟁에 기인하지 않은 가장 엄청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집단학살이었다.”(게르하르트 쇼르만).
이단자 박해에서 일손이 남던 교황청 종교재판소는 여자들에게 사용할 고문 기구들을 생산·조달하느라 바빴다.: 밀고가 접수되면, 어떤 사람을 시켜 공식적으로 고발하는 대신 당국이 은밀하게 심리했고, 마침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 뒤따랐으며, 결국엔 화형이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시골 하층민 여성(귀족은 매우 드물었다.)이었기 때문에, 많은 밀고가 바로 공동체 자체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추정된다.
마녀사냥의 잔혹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예를 들어본다. 호수에 던져진 마녀 용의자가 물 위로 떠오르면 사람들은 그것을 마녀의 증거로 간주하여 그녀를 목매달아 죽였다. 거꾸로 익사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무죄의 증거로 여겼다.
15세기 이래, 특히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 시기에, 그저 주술을 행하는 여자들이 있다고 믿는 정도가 아니라 마녀들, 곧 독하고 충동적이고 자연의 힘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간악한 여자들이 악마와 결탁하여 극히 위험한 이단 활동을 한다고 믿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찌 이해·설명해야 할까?
그 많았던 마녀재판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책임은 신학자·탁발 수도회·교황과 교황청·황제와 국가권력 그리고 결국 교회 신자에게도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르네상스 교황 인노켄티우스 3세는 1484년 악명 높은 ‘마녀교서’(Summits desiderantes)를 반포했으니, 그로서 신종 마녀 론에 교황 강복을 내린 셈이었다.
마녀재판은 오랫동안 그리스도교 종파들의 변명과 공격의 대상이었다. 어떤 종파든 다른 종파보다 마녀사냥을 덜 했다고 변명하느라 바빴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모두 악마·마녀 신앙으로 극성을 떨었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그것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가톨릭 측이 이단자와 마녀들을 박해해온 오랜 전통의 괴로운 업보에 짓눌려 있다면, 개신교 측도 이 비인간적이고 비 그리스도교적인 광기에 맞서 싸우지 못했다.
마녀재판은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1600년경부터 그리고 프랑스에선 1650년 이전에 폐지되었던 반면, 독일제국에서는 1680년경에야 없어졌다. 일반적으로 1775년 가톨릭 지역 켐프텐에서 안나 슈베겔린이 마지막 마녀 화형으로 보았으나 1786년에도 브란덴부르크에서 집단화형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분명히 말해주는 사실: 마녀 망상·재판·화형을 근절시킨 것은 종교개혁이 아니라, 계몽주의였다. 종교개혁가로 알려진 사람들 역시 마녀사냥에 앞장선 역사가 있다. 종교개혁 당시에도 독을 퍼뜨리며 널리 퍼져있던 마녀 망상이 17~18세기를 거치며 계몽주의와 함께 점차 사라졌다.
마녀 망상은 오늘날에도 충분히 이해·설명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나 ‘마녀’는 존재했다. ‘마법’이나 ‘요술’을 부리는 여성이 바로 ‘마녀’이다. 인간이 저주를 내릴 수 있다는 개념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포함한 대부분 주요 세계종교에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10명 중 4명 이상이 마법을 믿는다. 튀니지의 경우 10명 중 9명이 초능력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지만, 스웨덴은 10명 중 1명 미만에 불과하다. 2022년 전 세계적인 설문조사(중국과 인도 제외)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6명 중 1명이 마녀와 마법을 믿는다. 여성, 도시 거주자, 젊은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더 많이 믿는다.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은 마법에 대한 믿음이 약했다. 그리고 종교적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크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76872
종교가 존재하는 한, 인간의 무지가 지속되는 한, 마녀에 대한 믿음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