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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대지진과 튀르키에대지진을 보면서


2004년 쓰나미로 인도양 국가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2023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만 명이 사망했다. ‘하나님은 왜 자연재해를 허락하시는가?’라는 오래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 질문에 미국의 기독교 웹사이트 갓퀘스천(gotquestions)은 이렇게 설명한다. 좋은 날씨에 대해선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으면서 자연재해가 한번 발생할 때면 ‘신의 행위’라고 부르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하나님은 온 우주와 자연법칙을 창조하셨고(창 1.1.) 자연재해는 이러한 법칙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면서 「신명기」 11장 16~17절과 「야고보서」 5장 17~18절을 통해 신의 주권을 설명한다. “마음이 변하여 다른 신들에게 끌려 그 앞에 엎드려 섬기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차려라. 야훼께서 너희에게 화를 내시어 하늘을 닫으시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시어 밭에서 소출을 거두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야훼께 받은 그 기름진 땅에서 이내 사라지고 말 것이다.”(신명기 11.16~17.). “엘리야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지만 비가 오지 않게 간절히 기도하자 삼 년 육 개월 동안이나 땅에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다시 기도하자 하늘은 비를 내렸고 땅에서는 곡식이 열매를 맺게 되었습니다.”(야고보서 5.17~18). 또 「민수기」 16장 30~34절에서 하나님은 때때로 죄에 대한 심판으로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하나님은 사람들의 악행을 허용하시듯 비슷한 방식으로 인간의 죄가 창조물에 끼친 결과를 땅이 반영하도록 허락(롬 8:19~21)하시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재난을 통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하나님의 선하심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은 끔찍한 비극으로부터 큰 선을 끌어내실 수 있다고 마무리하며 「로마서」 8장 28절을 제시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학살도 용인된다는 주장은 끔찍하다. 도대체 어떤 선을 이루기 위하여 수십만 명을 집단살해 한다는 것인지. 자신들의 ‘선’을 이루기 위하여 수백만 수천만을 몰살한 히틀러나 스탈린도 그러면 용인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1775년 리스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었다. 리히터 규모 9.0, 건물의 85% 파괴, 사망자는 4만 명이었다. 리스본 전체 인구 25%가 죽었다. 대지진은 11월 1일 만성절(All Saints‘ Day)에, 유럽에서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가장 성스러운 도시였던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였다. 성당, 미사가 열리는 성소, 십자가, 예수님을 그린 성화도 무너졌고 아비규환의 지옥이었을 것이다. 리베이라 궁전과 가톨릭 성지였던 리스본 대성당도 지진과 쓰나미로 파괴되었다. 무차별 대학살이었다. ‘갓퀘스천’은 이슬람지역인 인도네시아와 튀르키에 지진을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면서 은근하게 이슬람을 ‘악’으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성스러운 도시는 왜.


아이러니하게도 리스본의 집창촌인 알파마만이 화를 면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에 자리를 잡은 덕분이었다. 창녀들이 사는 집창촌은 선이었을까?


중세엔 성매매 여성이 없으면 ‘정숙한’ 여성이 해를 당할 수 있다면서 ‘필요악’으로 여겼다.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교부로 통하는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필요악으로서 성매매’를 옹호했다. 국가와 교회는 성매매를 금지하기보다는 관리하였다. 유럽 주요 도시에는 성매매 집결지인 ‘유곽’이 자리 잡았다. 모두 국가와 교회가 관리하였고, 점차 국가와 교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일부 지역 신부와 수녀들도 자신들의 건물을 성매매 장소로 대여하기도 했다. 수익성에 모두가 눈이 먼 시대였다. 영국 전역에서 교회 내부에 매춘이 만연한 탓에 케임브리지 대학 총장의 임무 중 하나는 매춘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은 교회의 부설기관이었다. 중세유럽의 수도원에서는 공공연히 매춘이 행해졌다.


교회의 관리를 받은 유녀들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중세 기독교는 유녀를 구별 짓기 위해 특별한 옷을 입히기도 했다. 영국 브리스톨 유녀들은 줄무늬 망토를, 프랑스 마르세이유에서는 줄무늬 후드를 입혔다. “종류가 다른 실을 섞어 짠 옷을 네 몸에 걸치지도 마라.”(레위기 19.19.) 성직자들은 유녀들에 대한 장례미사도 거절했다. 유녀들의 시신은 시민들에 의해 한 곳에 모아졌다. 지금도 런던 크로스 본즈라는 지역에는 중세시대부터 근세까지 장례미사를 거절당한 유녀들의 집단 묘지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못된 짓을 한 교회를 처단하고 비극적으로 살아간 유녀들을 보호한 것인가.


이 지독한 역설에 ‘삐뚤어진 인간을 향한 신의 심판’이라는 기독교의 목소리에 반발하였다. 최소한 삐뚤어진 것은 기독교라는 입장이다. 볼테르는 신이 세상만사를 관장한다는 신정론을 비판하였다. 신이 리스본의 성당을 무너뜨리고 집창촌은 그대로 둘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지진 이후 리스본을 세운 건 인간의 지식이었다. 그래서 리스본 대지진을 유럽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본기도 한다.


2023년 대지진이 튀르키예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1755년 리스본 부활이 2023년 튀르키예에서도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이슬람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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