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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나누는 대화는 자녀의 미래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을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 외국어 교육 등 교육열이 대단하다. 수백만 원을 들여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과외와 학원을 어렸을 때부터 전전한다. 독서의 중요성이 대두하자 독서토론, 독후감 활동을 시키고 관련 책을 사서 읽힌다. 하지만 정작 부모들은 자녀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공부해라.’ ‘게임 그만해라.’ 등 ‘명령적인’ 말이나 잔소리가 많다. 어렸을 때 언어 노출은 중요하며 학업 성취도와 연관된다. 생후 3년까지 노출된 언어의 양이 9~10세 무렵의 언어 능력과 학교 시험점수까지 예측한다는 연구도 있다. 부모가 지적이어야 하고 책을 읽고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양질’의 대화가 가능하다. 부모가 책을 읽지 않고, 언행이 좋지 않으면 아이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


자녀와의 사랑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가난한 나라의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1986~1987년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시에서 저소득층 유아 중 성장이 늦은 아이 129명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이다. 네 그룹으로 나누어 첫째 그룹은 심리적 격려를, 둘째 그룹은 영양 보조를, 셋째 그룹은 심리적 격려와 영양 보조 모두를, 그리고 마지막 그룹은 아무런 처방도 받지 않았다.


심리적 격려란 사회복지사가 매주 한 시간씩 방문해 엄마가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2년간 이를 진행한 후 약 20년 후 아이들이 22세가 되었을 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리적 격려 처방을 받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소득이 약 40% 더 높았다. 반면 영양 보조를 받은 그룹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먹는 것보다는 대화가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이다. 부모가 잘사는 것 자체보다 얼마나 대화를 하고 사랑을 해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여기서 엄마가 단지 자녀와 대화만 하더라도 달라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1995년 미국인 42개 가정을 부유한 전문 직업인 가정, 일반 근로자 가정, 사회복지보조금 수혜 가정의 세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한 결과는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준다. 자녀들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만 3세가 될 때까지 2년6개월간 매달 한 번씩 각 가정을 방문해 한 시간씩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내용을 모두 녹음했다. 이에 의하면,, 전문 직업인 가정 자녀는 시간당 평균 2100단어, 일반 근로자 가정은 약 1200단어, 생활 보장을 받은 가난한 가정은 약 600단어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3세가 될 때까지 가난한 집 아이는 부유한 계층의 아이보다 총 3200만 단어를 덜 듣는다.


이 연구 결과를 기초로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는 저소득층 부모가 어린 자녀와 더 자주, 더 다양한 어휘를 써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더 나아가 가족들이 함께하는 식사만으로도 아이들의 지능이 좋아지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입증했다.


그런데 1995년의 이 연구를 재현한 결과는 다소 다르다.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에서 듣게 되는 단어 수나 어휘의 다양성은 부유한 가정이나 가난한 가정이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주변 사람의 이야기까지 포함할 경우 저소득층 아이가 더 다양한 말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주변친지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아이를 함께 돌보는 사례가 많고, 관련된 형제자매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은 단순히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가족들과 대화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며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할수록 지능과 언어 능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인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성장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지능지수 및 언어 이해력, 단어 표현 능력 등이 14~27% 높다. 그 밖에도 대화를 많이 하면서 키운 아이들일수록 수학과 과학 성적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지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지적인 직업을 가지게 됨은 자연스럽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책을 많이 읽고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들과 대화가 가능하려면 함께 놀아 주고 가정생활 자체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매일 학원으로 자녀들이 떠돌면 사실 대화할 시간은 없기 마련이다.


가족의 대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가족들의 식사 시간이다. ‘식구’라는 단어의 ‘식’은 먹을 식(食) 자이다. 밥을 같이 먹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 식사는 아이들의 어휘 능력 개발에 특별히 중요하다. 아이가 배우는 2000개의 단어 중 책에서 얻는 단어는 140여 개인 반면 가족 식사로 얻는 단어는 무려 1000여 개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점에서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의 방식도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일방적인 지시 같은 대화나 훈계나 잔소리는 안 된다. 일방통행 식 대화보다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좋다. 주고받는 대화가 적은 고소득층 아이의 경우 언어능력 및 두뇌 반응에서 성취도가 낮게 나타난 반면 주고받는 대화가 많은 저소득층 아이는 성취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대화의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OECD 평균이 하루 2~3시간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시간도 되지 않는다. 대화를 한다 해도 ‘공부해라’ 잔소리가 많다. 부모는 말하지 말고 우선 들어주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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