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명품을 바라보는 시선(1): 사회현상


명품을 갖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은 대단하다. 수백만 원대의 제품이 당일 소진되고 일부는 판매되자마자 원래 가격의 50~100%가량 웃돈까지 붙는다.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시계가 대부분 들어온 날 바로 팔린다. 주말에는 백화점 명품매장에는 사람이 몰려 입장도 쉽지 않았다. 수요가 너무 많아 수백만 원을 주고도 기다려야 한다. 온라인상에선 특정 브랜드 매장의 제품 판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 명품 시장 이야기이다. 50~60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명품은 거의 모든 세대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21세기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에 대한 열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특히 20대 젊은 층이 크게 늘어났다. 1000만 원대 고가 명품도 20~30대 구매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10대들도 눈에 띤다. 명품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노숙도 한다. 10~20대의 경우 과시심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회 초년생이나 직장인도 일상생활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사치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심리도 나타나고 있다. 


2030세대는 우리나라 명품시장의 주 소비자이다. 2020년 3대 주요 백화점 전체 명품 매출의 절반가량이 2030세대가 차지했다. 2021년 1분기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서 MZ세대가 결제한 비중이 73%에 달했다. MZ세대로 통하는 2030 소비자들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를 ‘플렉스 문화’(flex culture)라고 부르는데 사치와는 약간 다르다. 플렉스(flex)라는 단어는 준비 운동으로 몸을 푼다는 의미이다. 이 단어는 ‘과시하다’(flex your muscles)라는 숙어로도 쓰인다. 젊은 세대는 집을 사는 대신 그 돈을 명품 같은 것에 사용한다. 다른 모든 소비를 악착같이 줄여서라도 명품 제품을 단 하나라도 소지하려는 성향을 탓하기만 할 수가 없다. 기회가 적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신의 집을 살 가능성이 없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택한 삶이다. 


극단적인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다. 성공을 과시하기 위하여 최고가 브랜드의 양복, 최고가 브랜드의 ‘금딱지’ 시계, 최고가 브랜드의 핸드백 등등. 그래서 전 세계의 최고급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앞 다퉈 들어오고 한국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사람은 물건은 비쌀수록 잘 사는 미스터리 민족’이란 조롱 섞인 말을 듣는다.


심지어 사람도 ‘명품’의 대상이 된다. 미국에는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라는 조롱 섞인 말이 있다. 트로피 와이프는 성공한 남성들이 성공과 함께 ‘마누라’를 ‘업그레이드’ 하여 바꾸고 수차례의 이혼과 결혼 끝에 얻은 젊고 아름다운 주부를 말한다. 이 용어는 1980년대 말 미국의 경제신문인 포춘(Fortune)이 커버스토리로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진 단어이다. 성공한 중장년 사람들이 부상(副賞)으로 트로피를 받듯이 ‘새로이’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는다는 뜻에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였다. 이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대신 책임지는 남편이라는 뜻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와 수면시간이 알려주는 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