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건강 수명에 약이 되는 스트레스 독이 되는 스트레스


2021년 미국의 여러 호수에서 10kg에 달하는 금붕어가 발견되었다. 우리가 흔히 어항에서 볼 수 있는 애완용 금붕어였다. 호수에 방류된 금붕어가 천적이 없어지면서 많이 먹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필자도 경험한 일이다. 잘 갖춰진 어항에 민물고기를 키웠는데 천적이 없고 먹이가 좋아서 그런지 너무 뚱뚱하고 커지더니 일찍 죽었다. 물고기들이 천적이 없어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 먹기만 한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육체와 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그 기능이 위축되고 약해진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을 포함한 생명은 반복된 위험을 겪으며 진화했다. 생존을 위해 싸우거나 피하는 행동을 하는 ‘스트레스’가 늘 함께 했다. 진화의 과정에서 이런 스트레스는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적당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혈액 속의 화학물질 인터류킨(interleukin) 생성을 자극해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고 감염을 막는다. 운동은 근육과 몸에 육체적 스트레스를, 책을 읽고 지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뇌에 스트레스를 준다. 운동은 중추신경계와 인지능력도 자극한다.


언젠가 “장수의 비결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인 모양이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오래 살려면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생명체는 평생 할 수 있는 대사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운동량은 대사 량을 늘려 수명을 단축시킨다. 적당한 운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과는 연구가 나왔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운동을 하면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해주고, 운동 능력과 지구력을 키우고, 심장병·고혈압 등의 예방에 좋다. 놀라운 것은 노인이 상당히 ‘과한’ 운동을 하면 신체 나이가 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노인이 강한 운동을 하면 세포에 노화방지 또는 ‘회춘’ 효과(rejuvenating effect)가 나타난다. 실험용 늙은 생쥐를 대상으로 강한 운동을 했더니 실제로 신체수명이 10%, 인간 나이로 10~15년이나 젊어졌다. 단순히 몸의 건강이 좋아져서 젊게 보이는 것은 물론 ‘후성적’ 변화를 일으켜 실제로 더 젊게 해준다. 육체적인 나이가 다른 사람보다 실제로 젊어지게 한다.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 수(1분간 심장이 뛸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치의 심박 수)의 90% 이상까지 도달하는 운동을 말한다. 쉽게 할 수 있는 고강도 운동으로는 줄넘기, 팔굽혀펴기, 달리기 등이 있다. 신체 활동의 총량 못지않게 운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2분씩만 강도 높은 운동을 해도 7년간 사망 위험이 20% 가까이 낮아진다. 좀 더 길게 하면 40% 가까이 낮아진다.

https://doi.org/10.1093/eurheartj/ehac572


비슷한 연구 결과는 과거에도 있었다. 고강도 운동 1분을 포함해 10분간 운동한 그룹은 45분간 자전거를 탄 그룹과 큰 차이 없는 건강 개선 효과를 얻었다. 고강도 운동을 통해 심폐 건강을 강화하면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것이다. 시간 부족으로 규칙적인 운동이 불가한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끝내는 고강도 운동은 매력적인 선택이다. 버스 정류장까지 매일 속도를 내 달리는 등 생활 속에서 운동을 실천해보는 것이 좋다.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나쁘다는 주장과 고강도 운동이 좋다는 주장은 모순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 운동의 양이 아니라 운동의 질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시간을 운동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운동을 하되 자신의 신체능력보다 힘든 운동을 하라는 주장이다. 사람은 유기체라서 신체능력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하면 몸이 적응한다.


또 하나는 뇌를 많이 쓸수록 오래 산다는 것이다. 뇌의 활성도가 떨어지면 수많은 정신적 육체적 이상이 나타난다. 늘 새로운 주제의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읽지 않던 주제, 새로운 연구를 읽어야 한다. 늘 읽던 주제만 읽으면 그 사람은 죽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특히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배우고 지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육체와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계 최고 암 예방백신=신토불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