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자연과학은 우리 인간이 몰랐던 세상의 ‘진실’을 밝혀내왔다. 당연히 과학 특히 우주, 생명, 인간의 진화 등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자연과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존 호건(John Horgan)은 1996년『과학의 종말(The End of Science)』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당시 대표적인 과학자들과 인터뷰 한 결과 ‘과학의 발전은 끝났다.’고 결론 내렸다. “우주, 생명과 인간의 비밀은 대부분 밝혀졌고, 진화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정도의 새로운 발견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며, 과학은 약간의 수정이나 교정에 그칠 것이다.”라고 예단했다. 그는 2015년『과학의 종말』을 다시 출간하면서 “전면적으로 지식체계를 바꾸는 발견은 없을 것이고, 우주의 기원이나 생명의 뿌리 같은 근본적인 주제는 영구미제로 남겨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45~2010년 사이 60여 년 간 과학 논문을 분석한 결과도 파괴적 발전이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파괴력 점수를 분석한 결과이다. 파괴력 점수는 논문 발표나 특허 출원 뒤 5년 내에 인용된 양상을 토대로 한다. 논문의 파괴력 점수는 사회과학은 91.9%, 자연과학은 100% 줄었다. 특허는 1980년에서 2010년 사이에 컴퓨터 및 통신은 78.7%, 의약분야는 91.5% 감소했다. 논문의 수는 크게 증가하지만 획기적인 발견과 혁신은 둔화했다. 상대성이론이나 DNA 이중 나선구조 연구처럼 파괴적인 것은 줄고, 기존에 있던 것을 심화, 개선하는 쪽에 치우쳤다. 그 원인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적어지고, 과학자들이 배워야 할 지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자들이 논문을 잇달아 내지 않으면 도태되고, 얼마나 많은 논문을 내는지를 평가하는 연구 문화도 한계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2-05543-x
2013년에는 스탠포드대학의 수학자 키스 데블린(Keith Devlin)은 “한 세대 안에 우리가 알고 있던 수학은 끝을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비관했다. 경제학자 노아 스미스(Noah Smith)는 2021년 미국의 교육전문지에 ‘학문이 끝에 다다랐을 때(When Disciplines Hit Dead Ends)’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학문종말론을 다룬 논평이다. 학문의 종말이 왔는지에 대한 혼란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없던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의 기우일수도, 실제로 한계점에 다다른 징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학문의 발전이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종착역에 도달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나온다. 경제학자인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2021년 경제학계가 지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다고 우려했다.
오늘날 학문세계에서 점점 더 연구주제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나타나기 전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의 비관처럼 공연한 걱정일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 한계점에 다다른 징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맞는지는 미래는 오지 않아 알 수는 없다. 21세기 들어서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고, 힉스 입자가 발견되는 등 놀라운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객관적 진실 또는 진리를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에 부딪히면 회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세계 탐구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회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오만이자 자만일 뿐이다. 우리는 유한하고 한계가 있는 인간이다. 지적인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것과 진실은 알 수 없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후자만 생각하면 회의적이지만 전자를 생각하면 희망적이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자 자유의지이다. 절대 진리를 찾겠다는 집착만을 내려놓으면 우리는 평화로울 수 있다. “우리는 호두 껍질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무한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는 햄릿의 말처럼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탐구를 지속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한계는 있지만 우주 전체를 탐험할 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인간은 그런 능력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다.
우리 인간은 오랜 세월 많은 것을 알아냈고 지금도 끊임없이 지적인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은 유용하며 이 세계를 점점 더 잘 설명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날 자연과학이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세계의 수수께끼를 놀라울 만큼 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다고 수수께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세계는 더 수수께끼이고 ‘신비’로 남을 뿐이다. ‘신비’가 없다면 과학도 인간의 탐구심도 필요가 없어진다. 2005년 과학저널『사이언스』는 ‘인류가 여전히 풀지 못한 수수께끼 25개’를 꼽았다. 그 중에는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 ‘의식의 생물학적 기반은 무엇인가?’ ‘물리학의 모든 법칙들은 하나로 통합될 수 있을까?’ ‘지구 밖 우주에는 생명체가 있을까?’ ‘지구상 어느 곳에서, 어떻게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을까?’ ‘인간이 분자와 원자를 조립해 생명체를 만들 수 있을까?’ 등이 있다. 여전히 이 질문은 신비로 남아있다. 앞으로도 세계는 신비로운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탐구도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