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은 집단으로 사냥하고 사냥감이 어디로 갈지 예측까지 한다. 이것이 사실이었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가 원숭이보다 지능이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육식공룡의 뇌 신경세포가 10억 내지 32억 개 이상으로 개코원숭이나 꼬리감는 원숭이보다 많았다. 이 정도면 오늘날 까마귀처럼 공룡도 도구를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cne.25453
이 연구는 과학계의 반론에 부딪혔다. 과학자들은 논문의 전제나 계산이 잘못됐다며 반박했다. 동물의 지능은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EQ)’로 비교한다. 체중과 뇌 용량 사이의 비율을 이용한 것이다. 클수록 지능이 좋다고 본다. 인간은 7.8이고 셰퍼드는 3.1이다. 공룡은 2.4에 그친다. 그러나 공룡의 뇌 크기는 몸 크기와 독립적으로 진화했고 특히 멸종한 동물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한편 공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연구라는 반응도 있다. 민첩하고 지능이 뛰어난 포식자였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아직은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도 있다. 화석 증거가 더 요구되며 신경세포만으로 지능을 확신할 수는 없다. 지능은 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판단할지 소개한다.
뇌의 절대적인 크기보다는 상대적인 크기가 지능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있다. 체중 대비 뇌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율인 대뇌비율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인간은 전체 몸에서 차지하는 뇌의 비율이 2%에 약간 못 미치지만 전체 에너지 중 20%를 뇌에서 사용한다. 침팬지는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1%가 되지 않는다. 상대적인 뇌 크기를 통해 동물의 문제해결능력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육식 포유동물은 체격에 비해 뇌가 클수록 문제해결능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뇌에는 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수백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 이러한 신경세포와 시냅스 소포가 기능을 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식물인간이 되어도 여전히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식물인간은 대뇌가 손상되어 의식과 운동기능은 없고 호흡과 소화 그리고 순환 등의 기본적 기능만 유지한다. 식물인간은 정상일 때의 약 절반 정도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나 뇌의 상대적인 크기만으로 지능을 설명하는 것은 또 모순이 생긴다. 덩치를 고려한 상대적인 크기는 나무두더지(tree shrew)의 경우 몸 질량의 10%로 가장 크다. 다람쥐는 몸에 비해 머리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머리는 좋지 않다. 결국 동물 간에 뇌의 절대적인 크기나 상대적인 크기만으로는 지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결론은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주장이다. 생명의 진화는 단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의 상대적인 크기가 커진 것은 지능발달만을 위한 진화는 아니다. 예를 들어 박쥐는 몸 크기가 뇌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줄면서 뇌의 상대적 크기가 늘어났다. 그 결과 박쥐는 먹이를 찾는데 필요한 지능을 유지하면서도 새처럼 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박쥐는 날기 위하여 몸이 작아지면서 뇌의 상대적인 크기가 커진 것이지 몸에 비하여 뇌가 커지면서 지능이 발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물 집단마다 뇌와 몸 크기에 일어나는 변화는 독특하고 개별적이었다. 예를 들어 육식 포유류는 사냥을 위하여 뇌보다는 몸 크기가 커지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결국 뇌의 상대적인 크기는 지능과 비례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21년 나온 포유류에 대한 연구결과도 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1억5000만 년 동안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포유류 1400종을 분석한 결과 뇌의 크기변화는 다양했다. 약 6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던 소행성 또는 혜성의 충돌과 약 2300만~3300만 년 전 있었던 지구 냉각기라는 두 차례의 큰 사건을 거치면서 포유류의 뇌와 신체의 크기는 두드러지게 변화되었다. 뇌가 큰 인간, 돌고래, 코끼리 모두 다른 방식으로 뇌와 신체 크기가 변화되었는데 코끼리는 몸 크기가 커지면서 뇌의 크기도 커졌고 돌고래는 뇌의 크기가 커지는 동안 신체 크기는 줄어들었다. 유인원은 뇌와 신체 크기가 비슷하게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호미닌은 신체 크기가 줄어들면서 뇌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커스를 할 정도로 똑똑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는 신체 크기에 비해 뇌의 크기가 매우 작다. 뇌의 크기가 결정되는 방식이 단순하지 않은 만큼 지능과 직접적인 연결성을 말하기는 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뇌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인지능력을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머리가 크면 지능이 좋다는 과학연구들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2019년에도 태어날 때 머리둘레가 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능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결과를 단순하게 머리가 크면 지능이 좋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1985년 1월부터 1986년 3월까지 독일에서 태어난 어린이 41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태어났을 때 머리둘레가 평균치인 35㎝보다 큰 아이가 26살 때 측정한 평균 IQ는 126이었다. 반면 머리둘레가 27㎝로 작게 태어난 아이의 절반은 26살 때 측정한 평균 IQ가 89였다. 태어났을 때 머리둘레가 클수록 뇌 발달에 필요한 머릿속 신경세포와 피질의 양이 많아, 지능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었고 뇌 속의 시냅스의 양과 성장호르몬 분비가 아이의 지능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머리 크기가 작은 신생아는 인지장애가 많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평균을 낼 경우 뇌의 크기와 지능과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 21세기 들어와 약 20년간 이루어진 많은 연구도 뇌가 크면 ‘평균적으로’ 지능도 높다. 2005년 메타분석에 의한 연구도 뇌 용적이 지능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뇌 용량이 클수록 지능지수가 높다는 연구결과는 많지만 증가 폭은 아주 미미하다. 지능지수와 뇌 부피 사이의 상관관계는 대략 R=0.33정도이며, 이는 꽤 약한 편이다. 뇌가 클수록 기억력과 논리력이 좋지만 그 영향도 2%에 불과하다. 단지 머리가 크다고 해서 인지 능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뇌 크기만이 절대적으로 인지 기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뇌의 해부학적 구조, 유전자, 환경, 인지발달 등이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