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젊은 피가 불로초일까


몇 년 전 일도 생생하게 기억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아침에 한 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기억과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손상도 늘어난다. 나이가 들면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자가 포식 기능이 급격히 약해지고 노폐물이 뉴런의 시냅스에 쌓여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을 발병시킬 수 있다. 건강하고 젊은 사람의 뇌에서는 새로운 시냅스의 생성과 오래된 시냅스의 손실이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냅스의 생성이 느려진다.


1860년대부터 과학계에서는 젊은 피를 수혈해 회춘을 유도하는 연구가 있어왔다. 본격적으로 ‘젊은이’로부터 회춘 방법을 찾는 연구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피부를 연결해 피를 공유시켰더니 늙은 쥐의 근육과 간이 젊어졌다. 젊은 피를 수혈 받으면 육체가 회춘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였다. 이후 젊은 피를 이용한 회춘 연구가 이어졌다. 생쥐는 인간의 뇌기능과 관련된 실험대상이다. 그래서 많은 쥐가 실험실에서 죽어간다. 우리 인간을 위한 희생이다. 


2015년에는 젊은 쥐와 늙은 쥐의 생체를 연결했더니 늙은 쥐에게서 회춘 효과와 생명 연장 효과가 나타났다. 근육세포와 간세포의 분열과 활성이 증가하고 심장 세포와 줄기세포의 기능이 강화됐다. 연결된 늙은 쥐는 보통 쥐보다 평균 4~5개월을 더 사는데(쥐의 평균수명은 약 2년), 사람으로 치면 15년에 해당한다.


2019년에는 젊은 쥐의 혈액에서 채취한 효소를 늙은 쥐에게 넣었더니 젊어 보이고 수명도 16% 정도 늘어났다. 인지기능과 지구력도 좋아졌다. 젊은 쥐의 혈액 속에 뇌의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두 가지 성분(THBS4와 SPARCL1)이 발견되었다. 생후 12~15개월의 ‘늙은’ 쥐에게 생후 2주 된 어린 쥐의 혈액을 주입했더니 어린 쥐의 혈액에 있는 두 가지 단백질이 늙은 쥐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이들 뉴런 사이의 신경 연결인 시냅스 수를 늘렸다. 이 단백질들을 실험실에서 배양한 사람의 뉴런에 적용하였더니 배양된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고 시냅스 수를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물질이 어떻게 회춘 효과를 일으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1년에는 젊은 피가 뇌까지 회춘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운동하지 않는 쥐에게 운동을 많이 한 쥐의 혈액을 이식했더니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였다. 노화로 발생하는 기억력 감퇴를 줄이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발견했다. 늙은 생쥐의 뉴런주위 망 속 화학 성분을 변화시켰더니 인지능력이 좋아졌다. 인간실험은 불가능하지만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젊은 쥐의 피를 수혈하면 늙은 쥐의 근육이 좋아지는 건 여러 연구로 확인되었다. 운동을 많이 한 쥐의 혈액을 수혈하면 그 안에 있는 단백질이 게으름뱅이 쥐의 뇌에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밝혀졌다. 젊은 생쥐의 뇌척수액을 늙은 쥐에게 이식했더니 기억력이 좋아졌다. 젊은 피를 수혈하면 신체 나이를 젊게 하듯이 정신(뇌)을 회춘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몸에 이어 정신까지 회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젊은이의 장내미생물, 피와 척수액 등 곳곳에 회춘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늙은 쥐의 혈액을 젊은 쥐의 혈액과 절반씩 교환하면 늙은 쥐에게서 회춘 현상이 나타나지만 늙은 쥐의 혈액으로 절반이 교체된 젊은 쥐의 경우 오히려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노화 세포란 세포가 손상을 입어 더는 분열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상태로 남은 세포이다. 주변의 정상 세포마저 손상시키는 염증성 물질을 분비한다. ‘좀비 세포’로 불리기도 한다. 늙은 쥐의 혈액에는 노화 세포가 많고, 이 때문에 젊은 쥐에게서 노화 현상이 촉진된 것이다. 늙은 쥐가 회춘한 것이라기보다 노화가 중화된 것일 수도 있으며 젊은 피에 노화 방지 물질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다. 늙은 쥐 혈액을 젊은 피로 교환하면 노화 세포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낡은 조직을 그대로 두고 젊은 피만 수혈해서는 노화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젊은 사람의 피를 노화 방지 목적으로 수혈하는 것은 검증된 효능이 없으며, 오히려 혈액 관련 질병의 전파와 수혈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기에 피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친구 따라 강남 가면 비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