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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되돌릴 수 있다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쿄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 교수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포 재 프로그래밍은 일반 세포들을 다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역 분화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세포)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06년 쥐의 피부 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주입해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렸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원시세포이다. 역 분화에 쓰인 네 가지 단백질을 ‘야마나카 인자’로 부른다. 10년 뒤인 2016년 소크 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의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조로증에 걸린 쥐에게 야마나카 인자를 주입하여 회춘시키고 수명을 3분의 1 연장시켰다. 늙은 세포를 역 분화시켜 줄기세포까지 가지 않고 젊은 세포 상태로 만들었다. 노화는 자연의 필연이 아니라 질병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이다.


2022년 건강한 중년 생쥐의 생체시계를 장기간에 걸쳐 거꾸로 돌려 청년으로 회춘시키는 데 성공했다. 건강한 중년의 생쥐에 장기간 세포 역 분화를 시도해 피부와 장기를 젊은 생쥐와 같은 상태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역 분화는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방법이다. 인간으로 치면 35~50세의 쥐에게만 효과가 나타났고 더 나이가 많으면 효과가 없다. 역 분화를 유도한 중년의 생쥐는 신장과 피부가 젊은 생쥐와 같은 상태로 바뀌었다. 역 분화를 장기간 진행해도 생쥐에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바이오 기업인 앨토스 랩(Altos Labs)으로 옮겼다. 바이오 기업 앨토스 랩은 2022년 창업한 미국 기업으로 세포와 장기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인체를 회춘시키는 연구를 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억만장자 유리 밀너가 이 회사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이 3조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그만큼 성공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DNA에 돌연변이가 쌓이면서 세포가 망가져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2023년 노화의 주요 원인을 새롭게 밝혀냈다. DNA 손상이 노화의 원인이라고 봤던 기존 이론과 달리, DNA를 수리하는 단백질의 기능 저하를 노화의 더 큰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DNA 수리 단백질을 활성화하면 다시 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전자가 일치하는 쌍둥이 생쥐 중 한 마리에게 세 가지 유전자를 섞은 칵테일 인자를 주입했다. 칵테일 인자는 DNA 돌연변이를 고쳐주는 단백질이 오작동 없이 정확한 위치로 이동하도록 만든다. 쥐는 검은 털이 수북해지고 뇌와 근육, 신장 조직도 더 젊어졌고, 멀었던 눈도 회복됐다. 다른 쌍둥이 생쥐는 털이 희고 듬성듬성했다. 젊은 쥐의 노화 속도를 두 배로 높여 신체의 거의 모든 조직에서 파괴적인 노화 현상이 나타나게 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이제 노화는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는 가역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인체에 본체를 리셋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백업 카피가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노화의 원인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생긴 쓰레기나 손상에 의한 게 아니라, 오래된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세포가 DNA를 읽어내는 능력을 잃어 기능을 상실하는 것에 있다. 소프트웨어가 손상되는 이유와 리셋 스위치를 눌러 본체를 재부팅함으로써 세포가 게놈을 다시 제대로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밝혀냈다. 노화를 되돌리는 데에는 50살이든 80살이든 건강하건 노약자이건 상관이 없다. 이 회춘의 스위치는 호모에서 노화 조절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 유전자는 모든 생명체에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류를 대상으로도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역 분화에 사용했던 4가지 ‘야마나카 전사인자’ 중 3가지를 혼합해 사용했다. 후생유전자는 스위치처럼 유전자 작동 여부를 지시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는 후생유전자가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https://doi.org/10.1016/j.cell.2022.12.027


노화와 죽음은 점차 ‘자연의 이치’나 ‘신의 뜻’에서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가고 있다. 이미 인간의 수명도 치료 가능한 것임이 밝혀졌다. 과거 인간의 ‘자연수명’은 4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수명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과학이 발달하여 점차 100살로 향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이제 죽음마저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인간 ‘생물학’은 어디까지 발전할지 지금을 사는 우리로서는 가늠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은 늘 ‘상상’보다 더 빠르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같은 나이에 구정을 여러 번 맞을 수 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대학입시를 볼 수도 있다면? 죽어서 천당에 갈 사람은 빨리 천당에 갈 것인지 천천히 갈 것인지도 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천당에 먼저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더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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