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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호르몬?’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2004년 과학저널「네이처」에 ‘바람 끼’ 유전자라는 이름의 연구가 나왔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소프레신(V1a) 수용체를 일부일처제가 아닌 들쥐에게 넣자 일부일처제의 충실한 쥐로 변했다는 연구이다. 일부일처제가 유전적인 것이라는 결정론적 생각을 지지하는 연구결과였다.


우리 인간이 결혼해서 한 사람과 평생 같이 사는 것도 유전자의 힘이고 바람을 피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유전자결정론이다. 그동안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해왔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유전결정론을 손을 들어주었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이 만들어낸 매우 특이한 제도 중 하나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자손을 남겨야 하는 생물체 존재의 원래 목적에 들어맞지 않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유일한 종은 아니다. 새들은 약 90%가 일부일처제이다. 포유류 중에는 늑대, 비버, 수달, 여우를 비롯해 일부 박쥐 종들이 그렇다. 그러나 포유류의 경우 3~5%의 종만 일부일처제이다. 그중에서 초원들쥐라는 짝에게 평생 순정을 지키는 동물로 알려졌다. 초원들쥐에게 고등한 자유의지가 있을 리는 없고 이들에게 나오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이 많기 때문에 이렇듯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 이 호르몬은 포유류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게 하는 물질로 알려졌다. 


1980년대 이래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는 수컷과 암컷 간의 애착 발달의 주요 경로로 제시됐다. 들쥐를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서는 약물을 이용해 옥시토신이 수용체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자 짝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oxytocin)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들쥐가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 없이도 짝을 맺고 관계를 유지하며 양육도 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유전자 가위로 변이된 들쥐가 출산은 물론 양육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젖 분비량이 적어 이유기까지 생존하는 새끼가 적었으며, 몸의 크기도 더 작았다. 약물을 이용한 이전 연구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약물과 유전자 연구의 정확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단일 경로나 분자가 사회적 애착을 결정한다는 모델은 너무 단순한 것임을 알려준다.

https://doi.org/10.1016/j.neuron.2022.12.011


‘~유전자’ 또는 ‘~호르몬’ 같은 말은 생명을 또한 인간을 그리고 진화를 너무 단순화시킨 말이다. 생명은 컴퓨터 같은 기계보다 훨씬 복잡하게 진화했고 우연성과 불확실성이 많다. 너무나도 당연한 연구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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