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뒤태가 아름다운 사람

나이 들수록 삶의 목적이 달라져야 행복하다

자연 다큐를 보면 우두머리였던 사자가 무리에서 쫓겨나 털도 빠지고 야생 들개의 공격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늙고 병들어 초췌한 모습이고 ‘우울’해 보인다. 실제로 사자나 쥐 같은 동물도 은퇴하면 우울증에 빠진다. 우두머리 쥐나 사자 또는 호랑이가 강력한 젊은 도전자에게 패하여 쫓겨나면 급격히 늙고 털도 빠지고 혼자서 맥없이 지낸다. 인간 같이 사회적 지위 또는 기능 상실로 급속하게 우울증이 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실망과 관련된 뇌 부위에서도 나타나며 식욕이나 생존욕구도 떨어뜨린다. 쥐를 대상으로 뇌의 관련부위를 조작하거나 우울증 약을 먹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사회적 지위를 회복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주는 하나의 교훈은 점차 마음을 비워야한다는 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잡고 늘어지면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doi.org/10.1016/j.cell.2022.12.033


오래 전에 은퇴한 대학 선배는 구속되어 감옥에서 몇 년을 살다가 나왔다. 잘 나가던 언론계 인사로 권력을 기웃거리더니 출마해서 국회의원을 했지만 철창 행으로 끝났다. 필자를 만나 자신의 ‘욕심’을 뒤늦게 후회했다. 그러다가 다시 욕심내어 기웃거리다가 또 무슨 법률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사자나 인간이나 생존해야만 하고 집단의 무리가 되려는 생물학적 요구로 살아간다. 그것은 피할 수 없고 살려면 해야만 하는 생존의 조건이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그런 욕구로만 살 수는 없다. 대학시절 그 유명한 철학자의 말을 평생 잊지 않는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쓸데없는 일만 한다고.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은퇴 후에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 삶이다. 은퇴 후 사람은 은퇴 전의 사람만큼이나 다양하게 살아간다. 은퇴 후 삶에 대한 태도는 행복한 여생에 중요하다. 은퇴 후에 삶의 목적이나 의미가 명확한 사람은 더 오래 행복하게 산다. 그냥 죽기 전에 실컷 즐기겠다는 사람의 삶과는 다르다. 또는 죽는 순간까지 재물과 권력만 획득하려고 하는 삶과도 다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의 ‘뒤태’가 나타난다. 뒤태라는 말은 어떤 기자가 쓴 말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이 만난 사람 중에 앞태가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은 많아도 뒤태도 아름다운 사람의 거의 없다는 말을 했다.


생물학적으로도 재물과 힘을 추구만 하는 사람과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은 차이가 난다. 은퇴 이후에 삶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더 적어 코르티솔과 염증사이토카인 등의 수치가 낮다. 50세 이후에 삶의 목적이 강하면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사망률이 떨어진다. 삶의 목적을 가진 사람은 몸이 건강하고 이로 인하여 정서적으로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산다. 사람은 유기체인지라 삶의 의미와 목적이 없으면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지려고만 하는 삶은 늙고 병들어 쫓겨난 사자처럼 초췌해보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사회처럼 오직 ‘돈’에 중독된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든 사람이 그리 멋있고 여유 있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간혹 주변에 참된 학자나 기업가를 보면 종종 만나 대화를 나눈다.


삶의 목적이 명확한 사람은 명랑하고 밝고 오래 산다. 2022년 연구를 보면 세상과 인생을 밝게 보는 낙관주의적인 여자는 90세 이상 장수한다. 미국인 15만 명 이상으로 26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이다. 낙관적인 상위 25% 여성은 수명이 5% 더 길다. 또한 가장 비관적인 25% 여성과 비교했을 때 90세 이후까지 살 가능성이 10% 더 높았다. 낙관적인 사람이 왜 오래 사는지는 모른다. 낙관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면서 몸의 염증 수준이 낮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은 개인의 몫이다. 그것은 찾아야 하는 것이지 고정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고정된 사람이라면 살았지만 죽은 사람이다. 인간은 그렇게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호르몬?’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