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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05. 2023

사랑의 진화로 읽는 언어

언어는 자음과 모음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사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장류는 거의 모음으로 울음소리를 낸다. 반면 유인원은 자음과 유사한 소리를 낸다. 자음을 쓴다는 것은 좀 더 진화한 언어일 것이다.


유인원은 어떻게 자음을 쓰게 되었을까? 한 가지 가설을 보자. 숲속 나무에서 사는 오랑우탄은 땅에서 사는 고릴라와 침팬지, 보노보 보다 더 많은 자음 소리를 낸다. 땅에서 사는 고릴라나 침팬지는 두 팔로 도구를 사용한다. 그러나 나무에서 사는 오랑우탄은 팔다리 중 일부를 나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써야 한다. 견과류를 빼먹기 위하여 오랑우탄은 입술이나 혀, 턱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실제로 오랑우탄은 입술만으로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동물원에서 막대기를 주면 오랑우탄은 입으로 문다. 이러한 행동이 입술과 혀, 턱뼈를 움직여 내는 자음(무성음)을 탄생시키는 기반이 됐다는 추정이다. 초기 인류 역시 나무에서 내려오기 전, 열악해진 수목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술을 터득해 자음 발성을 낼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와 분리된 이후에도 나무에서 생활한 기간이 생각보다 더 길었다는 걸 시사한다. 가능한 설명이지만 아직은 가설이다.


과학자들은 영장류나 유인원은 성대의 발성 능력이 떨어지고 종 특유의 소리 외에 다른 발성은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고릴라도 복잡한 성대 움직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수십 년 간 훈련받은 서부저지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가 수화 표현 1천 개 이상을 써서 의사소통을 하고, 영어를 듣고 상당 부분 이해했다. 구어는 인간만의 특징으로 인간이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하면서 발달한 것으로 보아왔지만 구어는 훨씬 더 과거로부터 기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이다. 실험에 의하면 침팬지도 제한적이지만 상징적 언어능력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언어능력 상당부분 영장류와 유인원 시절부터 기원하며 공통분모가 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 우리는 그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표정과 몸짓을 보면 대부분 그 사람의 ‘상태’를 알아챌 수 있고 몸짓으로 무언가 표현도 한다. 아이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하면 머리를 흔들어 ‘안 된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사람 성인은 대체로 유사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몸짓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화가 다르면 특히 그렇다. 인도에 가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 ‘예스’이다. 물론 대부분 표정과 몸짓은 유사하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유인원도 머리를 흔들어 ‘아니다’라는 의미를 표현한다고 한다. 2살 이하 사람 아기의 몸짓은 침팬지와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연구도 있다. 유인원이 인간보다 훨씬 먼저 지구상에서 살기 시작했고 인간은 이들이나 이들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왔으니 유사성이 있을 것이다.


유인원은 다양한 몸짓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보노보가 가슴 털을 반복적으로 문지르는 것은 그루밍을 해 달라는 의미이고,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흔들면 교미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을 쓴 글이다. 근거는 없지만 재밌다. 그 남자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얼굴과 몸도 그 사람 방향으로 간다. 머리를 자주 만지고 귀 옆머리를 자주 넘긴다. 대화할 때 목소리 톤이 높다.” 이것을 눈치 채는 남자도 있고 전혀 감 잡지 못하는 남자도 있다. 사람은 표정이나 몸짓에 자신의 생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는 자신의 저서『마음의 기원』(2005년 번역출간)에서 언어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고 침팬지가 서로 털을 골라주는 행위에서 이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화과정에서 언어유전자가 나타나 언어능력이 발생한 원인으로 영장류의 공동체 생활인 ‘털 고르기’가 언어로 바뀌었다는 학설이다. 인간은 유인원과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유인원들끼리는 몸짓을 공유하며 보노보와 침팬지는 95% 겹친다. 아마 인간도 유인원의 몸짓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알아채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흥미로운 실험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침팬지와 보노보가 많이 사용하는 못짓 10가지를 녹화한 영상을 온라인 퀴즈로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풀었는데 정답률이 50%를 넘었다. 인류가 과거 유인원과의 공통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의사표시방법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https://doi.org/10.1371/journal.pbio.3001939


생명과 인간이 생존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진화되었다면 당연히 언어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후자인 번식은 인간세상에서 사랑의 문화로 발전했다. 언어도 사랑을 위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주장은 자연스럽다. 우리가 쓰는 말은 그 사랑뿐만 아니라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그것이다. 마음을 전달하는 좋은 단어를 사용하면 좀 더 따뜻해질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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