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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07. 2023

반려견과 집사의 1~2만 년 빅 히스토리

반려견과 집사의 1~2만 년 역사


말이나 소 등은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가축화가 이루어졌다. 개의 가축화 시점은 기원전 2만 5000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키우는 개는 가축화되었지만 일부 개는 야생에서 들개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개는 자연에서 살기 어렵다. 유기 견을 보면 제대로 먹지 못해 삐쩍 마르고 초췌한 모습이다. 개는 고양이보다 훨씬 먼저 가축화되면서 ‘야생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집사’라고 불리며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는 야생 고양이를 가축화한 것이다. 반려 견뿐만 아니라 집사도 사람들은 극진하게 키운다. 고양이를 집사로 키우는 문화는 아주 오래 되었다. 8~10세기 경우 카자흐스탄 유적지에서 부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유골이 발견되었다. 영향상태가 좋은 것으로 보아 극진하게 보살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고양이는 완전하게 가축화된 동물은 아니다.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사냥하면서 생존하며 짝짓기를 할 수 있는 반가축화(Semi-Domesticated) 동물이다. 도시 고양이는 아파트에서 살지만, 시골 고양이는 집에서 키워도 들에서 쥐를 잡아먹는다.


전 세계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야생 고양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고양이는 기원전 1만 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시작된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인간과 처음 함께 살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양이는 한 지역에서 기원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들이 오랜 세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유전자 빠르게 변이가 일어나 지역에 따라 집고양이 유전자가 크게 다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37-022-00568-4


반려 견도 변이가 많이 발생하여 종에 따라 뇌가 다르다. 오랜 기간 경찰견으로 개량된 도베르만은 시각 및 후각과 관련한 뇌가 발달 돼 있다. 투견으로 개량된 개는 두려움과 스트레스, 불안 등과 연관된 부위가 덜 발달 돼 있다. 사냥개는 시각을 주로 이용해 사냥을 하는 종도 있고, 주로 후각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냥개는 이미 사냥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오랜 기간 개의 품종을 변화시키면서 개의 뇌 구조가 바뀐 것이다. 인간이 동물을 길들이면서 뇌 구조를 변화시키고 진화시킨 셈이다. 


반려 견은 일방적으로 사람을 따르지만 놀이나 행태를 보면 고양이보다는 더 인간 의존적이고 덜 영리해 보인다. 고양이는 사람을 반려 견처럼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며 까불까불 뛰노는 모습이 인간이 봐도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놀랍게도 고양이는 영장류가 아닌 포유류 중에서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게놈 구조를 가진다.


개가 주인을 바라보는 눈에는 피할 수 없는 강렬한 호소력이 느껴진다. 큰 눈망울과 눈썹은 슬픈 표정이나 애원하는 표정 등으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이러한 표정은 늑대나 여우에게는 없다. 개가 인간과 살면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개가 인간과 하는 소통은 눈빛이나 눈 맞춤에 의한다. 밥이 없거나 물이 없으면 주인을 쳐다본다. 개의 얼굴에는 늑대에 없는 특별한 근육(AU101)이 있어 얼굴 안쪽 눈썹을 들어 올리는 구실을 한다. 이 근육을 들어 올리면 눈이 더 크게 드러나고, 사람이 짓는 슬픈 표정과 비슷한 모습이 돼 사람의 돌봄 반응을 유도한다. 안쪽 눈썹을 자주 들어 올리는 애견 보호소 개일수록 빨리 입양된다고 한다. 표현력이 풍부한 눈썹 근육을 가진 개는 인간이 개를 키우면서 선호해 선택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기뿐만 아니라 동물의 새끼도 귀엽다. 새끼가 예쁜 것은 포유류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거의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귀여운 모습을 유아도해(乳兒圖解, Baby schema)라고 어려운 용어로 부른다. 아기나 아기동물들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보살펴야겠다는 정서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감정은 뇌 과학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어린 아기나 동물의 새끼를 보면 동기부여에 관련된 뇌의 영역(안와전두피질)에 빠르게 자극된다. 이러한 자극은 만져주거나 돌봐주려는 행동을 유발한다. 진화론에 따라 설명도 가능하다. 오랜 시간동안 진화를 계속하면서 아무래도 예쁘게 생긴 아이나 새끼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아이를 더 좋아하는 동물이나 사람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이러한 동물 새끼에 대한 사랑은 반려동물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들은 인간과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자연선택(인간에 의한 선택)으로 더 사랑스런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좋아한다. 같은 사람인데 선호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왜 이렇게 다를까. 자라온 환경도 있겠지만 유전적 요인도 있다. 쌍둥이를 보면 그런 면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100% 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50%가 같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동시에 개를 기르는 비율이 훨씬 높다. 일란성 쌍둥이 여성은 58%, 남성은 52%로 이란성 쌍둥이 여성은 35%, 남성은 30%, 남녀인 경우 20%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어릴 때 개를 길러본 사람은 청년기에도 개를 기르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부모와 자식이 유전자가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보통 여자 아이들이 동물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애완견을 볼 때의 뇌 활동이 아이를 돌볼 때와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반려 견은 배신하지 않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지나치게 인간 의존적인 동물이다. 반면 고양이는 독립적이지만 나름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에게 꼬리치는 ‘존재’를 더 좋아한다. 반려견의 지나친 가축화는 생명의 독립성을 해치는 면이 있다. 공생과 기생은 생명계의 한 축이지만 지나치면 생명이 노리개로 취급할 수 있다. 그래서 키우다가 늙으면 버리는 유기견이 많아진다. 


반려 견을 키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주인의 코르티솔 수치와 반려견의 코르티솔 수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주인이 신경질적인 사람인 경우 반려 견으로부터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을 더 보였으며 이는 반려견의 코르티솔 수치에 영향을 줬다. 주인의 스트레스가 반려견이 받는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반려 견은 주인의 고통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위로 행동으로 반응한다. 인간과 개는 오랜 기간 같이 살면서 공생관계로 진화되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강아지와 고양이 먹이에 매년 약 9조원, 동물 의료비용에 약 8조원 이상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2003년도 것이니 지금은 훨씬 많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휴가 동안 애완견들이 개전용 특급호텔에서 뉴웨이브 음악을 들으며 지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 견 등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애지중지 키운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반려 동물은 버릇이 없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나 다른 반려 동물을 만나면 엄청나게 시끄럽게 으르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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