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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09. 2023

동아시아에만 사는 노린재나무가 북유럽에서 발견된다면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끝나지 않는 대화이다.

History i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 1892~1982)


공룡은 신생대의 시작시점인 6500만 년 전 멸종했다. 공룡이 멸종한 시기인 신생대(Cenozoic era)는 약 65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이다. 신생대는 제3기와 제4기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제3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제4기는 단 200만 년에 불과하다. 우리는 신생대 제4기에 살고 있다. 제3기에는 대서양과 인도양이 넓어지고 태평양이 좁아지면서 대륙 배치가 현재와 비슷해졌다. 


신생대 지구의 기후는 수천만 년 동안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지구의 기온은 격별하게 요동치며 온실과 냉동실을 오고 가는 혹독한 시기였다. 해류의 순환이 급격하게 바뀌고, 지중해는 바닥까지 말랐다가 다시 바닷물이 차기를 반복했고, 대륙들도 끊어졌다 이어졌다 반복했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지구는 대륙판이 약 2억5천만~3억년 주기로 나누어졌다가 모이기를 반복하였다. 당시의 기후변화는 대륙이동으로 인한 것도 있었다. 6~7천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후 1천만년 간 바다의 용존 산소량이 낮았지만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던 5천500만 년 전 무렵에 용존 산소량이 급증했다. 이러한 산소량 급증의 주요 원인이 인도판과 유라시아대륙의 충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약 5천500만 년 전에는 인도 판이 아프리카 남부와 남극대륙 부근에서 떨어져 나와 유라시아대륙과 결합하는 대규모 충돌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히말라야산맥이 형성되고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 충돌로 지중해에서 히말라야를 거쳐 한반도까지 연결된 얕은 고대의 바다였던 테티스해(Tethys Sea)는 사라지고 지중해만 남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하여 바다에서도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늘어나는 변화가 있었다는 추정이다. 이 시기에 많은 호박 화석이 만들어졌다. 호박(琥珀, Amber)은 나뭇진의 화석으로 보통 3000만~9000만여 년 전의 것이다. 호박 안에서 곤충이나 작은 포유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인도에서 동식물이 무더기로 들어 있는 5천만 년 전 호박이 발견됐다. 초대형 호박(무게 150kg) 속에 700여 종의 곤충과 거미, 식물의 포자, 잎 조각, 작은 꽃들이 들어있었다. 이들 동식물 종은 대부분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호박 속에 든 동식물은 유럽 북부와 호주, 뉴기니, 아메리카 등의 생물과 가까운 유연관계에 있다. 지질학적 증거를 보면 인도 아대륙은 약 1억5천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분리되어 연간 20센티미터 내외의 속도로 이동하여 약 5천만 년 전 아시아 대륙과 충돌, 히말라야 산맥을 융기시키면서 대륙의 일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호박에서 인도 아대륙이 홀로 떠다닌 1억년 사이에 진화한 고유의 종들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호박 속에서 나온 것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발트 해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화석 상태로 발견된 다른 종들과 가까운 유연관계에 있다. 이는 아시아 대륙과 인도가 지질학적 증거가 제시하는 것보다 몇 백만 년 이른 시기에 합쳐졌거나 두 대륙을 잇는 작은 섬들이 있어 동식물들이 징검다리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호박 속에서 발견된 식물들은 5천만 년 전 인도의 생태계가 오늘날의 보르네오 우림과 같았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2023년에는 북유럽 발트 해 지역에서 출토된 약 3800만 년 전 호박 화석에서 한국 등 동아시아 특산식물인 노린재나무 꽃을 발견했다. 노린재나무는 지금은 동아시아에만 산다. 노린재나무는 우리나라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로 봄에 화려하고 꽃을 피운다. ‘노린재’란 이름은 가을에 잎을 태우면 노란 재가 남는다는 데서 비롯한다. 어떻게 추운 발트 해에서 노린재나무가 발견될 수 있을까? 당시에는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니 교역을 했을 리도 없다. 답은 당시 북해 지역이 지금보다 훨씬 온난했다는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에만 사는 식물들 가운데 일부는 북반구에 광범한 화석 기록을 남겨, 그곳에서 기원해 퍼져나갔음을 가리킨다. 기후 한랭화로 북반구가 빙하로 덮으면서 모두 절멸하고 동아시아에서만 살아남은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24549-z


에오세(Eocene, 약 5500만~3800만 년 전)는 호주가 남극대륙으로부터 북쪽으로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두 대륙 사이에 바다가 생긴 시점이며, 이 과정에서 남극 주변의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4000만 년 전 남극대륙에서 살았던 개구리 화석이 최초로 발견됐다. 2011~2013년 남극에서 발견한 이 화석은 남극대륙에서 발견된 최초의 양서류 화석으로, 현존하는 개구리의 조상으로 추정된다. 발견된 화석은 개구리의 엉덩이 부분이며, 분석 결과 몸길이는 4~5㎝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모습은 현존하는 개구리와 다른 점이 거의 없지만 크기만 조금 작다. 이 개구리는 4000만 년 전 남극에 어둡고 긴 추위가 시작되면 진흙 속에서 동면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화석이 발견된 남극 시모어 섬(Seymour Island)에서는 멸종된 고대 수련의 흔적도 발견했다. 수련은 다년 생 수생식물로 주로 연못에서 서식한다. 당시 남극이 모두 얼어있던 것이 아니라, 액체 상태의 담수가 흐르는 지역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개구리는 수련이 피어있고 담수가 있는 습하고 비교적 춥지 않은 지역에서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어도 고대 개구리가 서식했던 4000만 년 전의 남극에는 얼지 않은 담수와 습한 환경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빙하기는 약 4000만 년 전 시작됐다. 인간은 아직도 빙하기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축소된 빙하기에 해당한다. 마지막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대략 2만 년 전에는 육지의 약 30% 정도가 빙하에 덮여있었다. 지금도 지구의 10%는 빙하에 덮여있고, 14%는 영구 동토층을 이루고 있다. 지구상의 민물 중에서 75%는 얼음에 갇혀있고, 북극과 남극 모두에 만년설이 있는 지금의 상태는 지구의 역사상 아주 독특한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눈이 내리는 겨울이 찾아오고, 뉴질랜드와 같이 온화한 지역에서도 영구 빙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상황에 해당한다.


2016년 중국과학원은 3천400만 년 전 발생한 지구의 기후변화가 아프리카를 인류의 발원지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4천500만 년 전의 유인원 화석이 아시아에서 발견됐는데도 왜 아프리카가 인류의 발원지가 됐느냐는 질문에 답해준다. 당시에는 다양한 초기 영장류가 거의 모든 대륙에서 활동하였다. 그러나 지구 기후가 급변하면서 북미, 아시아 북부, 유럽에 번성했던 영장류는 사라졌다. 그러나 열대우림으로 남아있던 아프리카 북부와 아시아 남부의 영장류는 살아남았다. 결국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로 넘어가게 됐다. 인류는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지구가 빙하로 덮이면서 추워지자 아프리카에서 유인원이 살아남아 진화를 지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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