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수 Feb 13. 2023

도시형 유전자와 진화를 아시나요?


뉴욕의 다양한 지역에 서식하는 생쥐들 사이에는 유전자 교류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뉴욕 주택가에 사는 시궁쥐는 도심에 사는 시궁쥐와 짝짓기를 하지 않았다. 둘 사이는 상업지구가 가로막고 있다. 도시가 블록화 되면서 생쥐들이 분리되어 살기 때문이다. 분리되어 사는 생쥐들은 점차 유전자에서 차이가 나고 오랜 세월 계속되면 종이 분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문명이 쥐의 종 분화를 가져올 만큼 지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도심에 사는 생쥐와 도심 밖에 사는 생쥐 사이에 유전자 차이도 생겼다. 도심의 생쥐는 신진대사, 면역반응, 해독능력 등과 관련된 유전자가 눈에 띄게 변형되었다. 뉴욕의 갈색 시궁쥐(‘Rattus Norvegicus’)는 후각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변형되어 있었다. 시시각각 다른 냄새가 쏟아져 들어오는 뉴욕의 지하 통로에서 길을 찾아다니는 시궁쥐의 능력과 유전자 염기서열의 변화가 유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의 쥐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이 가설은 대중을 사로잡았고 연구자는 방송에서 ‘스타 과학자’가 되었다.


도시에 사는 식물도 변화하고 있다. 토끼풀은 도시든 시골이든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란다. 공해가 심한 도시 강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2022년 3월 18일「사이언스」는 26개국 160개 도시 287명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하여 연구된 토끼풀을 표지로 실었다. 전 세계 도시에 사는 토끼풀이 초식 동물을 방어하기 위한 화학 물질(시안화수소)을 덜 생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도시에는 초식동물이 없어 화학물질을 덜 생산하는 토끼풀도 살아남은 것이다. 도시마다 달랐으나 도시와 농촌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차이가 났다. 지구상의 도시문명은 거의 모든 생태계의 진화의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영국 도심에서는 붉은 여우가 종종 나타난다. 도시에 사는 붉은 여우는 두개골 형태가 도심 생활에 맞게 야생 여우보다 전반적으로 작아졌으며, 암수 차이도 줄었다. 도시 여우는 주둥이가 짧고 넓적해졌다. 시골 여우의 기다란 주둥이는 도시 여우보다 더 빨리 다물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야생에서는 도망가는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주둥이를 빨리 닫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도시에서는 사냥보다는 쓰레기통에서 먹이를 주로 찾는다. 이때는 뭐든지 잘 깨물어 부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쓰레기통에 머리를 박고 냄새를 맡을 때도 주둥이가 짧은 편이 낫다.


도시에 사는 인간은 어떤 변이가 일어났을까. 도시남자와 시골남자의 유전자 차이는 있을까? 강남여자와 강복여자는 유전자 변이가 발생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동아시아에만 사는 노린재나무가 북유럽에서 발견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