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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Feb 18. 2023

약 3억 년 전 땅에 묻힌 나무와 잠 못 이루는 문명


석탄기는 약 3억6천만 년~3억 년 전 시기를 말한다. 석탄기에는 곤드와나 대륙이 여전히 존재했고,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합쳐진 로라시아 대륙이 곤드와나 대륙과 합쳐지고 있었다. 이 시대 지층에서 많은 석탄층이 발견되어 붙인 이름이다. 이 석탄층은 인간 삶을 바꾼 연로이다. 석탄기에는 번창했던 식물들 속에 탄소가 저장되는 만큼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줄어들었다. 전 지구가 열대우림으로 뒤덮였을 만큼 식물이 번창하여 산소가 크게 증가했다. 양치식물 등 대규모 식물군이 발달해 공기 중 산소 함량이 40~50%나 됐다.


식물도 잠을 잔다. 식물이 밤마다 잎을 접는데 이를 수면운동(nyctinasty)이라고 한다. 찰스 다윈은 1882년 자신의 저서 『식물의 운동능력(The Power of Movement in Plants)』에서 콩과 식물에서 잎을 접는 수면운동이 나타난다고 기록했다. 수면운동은 토끼풀, 같은 콩과 식물인 미모사나 자귀나무, 난초나무에서 나타난다. 식물도 밤에 잠을 자는 것이다. 토끼풀은 낮에는 잎을 열고 있다가 밤이면 잎맥을 중심으로 접힌다.


2억5000만 년 전 화석을 통해 고생대에도 식물이 밤마다 잎을 접는 수면운동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https://doi.org/10.1016/j.cub.2022.12.043


 콩과식물의 잎에는 좌우 대칭으로 구멍이 나있다. 식물이 밤에 수면운동으로 잎을 접었을 때 벌레가 갉아먹어 잎의 좌우로 구멍이 난 것이다. 이런 구멍이 화석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수면운동이 서로 다른 식물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수면운동을 하는 식물은 모두 꽃이 피는 속씨식물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수면운동을 확인한 것은 소나무나 은행나무 같은 겉씨식물이다. 식물이 잠을 자는 것은 생존에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석탄기는 죽은 나무를 분해시키는 박테리아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식물이 지구에 번성했던 그대로 썩지 않고 저장되었다. 석탄기 식물들이 땅속에 묻혀서 오랜 세월 동안 지압과 지열을 받아 차츰 분해되면서 만들어진 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을 견인했다. 오늘날 인류가 살아가는 생활의 밑거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태동한 현대문명은 잠을 빼앗아갔다. 진화과정에서 식물에서도 나타난 자연스런 수면은 죽은 식물인 석탄을 개발하면서 인간으로부터 잠을 빼앗아갔다.


현대사회에서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일상이 됐다. 현대 문명은 수면 시간을 다른 무언가로 채울 것을 강요하고 삶은 고달파졌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거의 80%가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러다보니 수면산업이란 것이 나타났다. 2022년에는 수면산업 1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개념도 모호한 4차 산업혁명이 난리이다. 또 다시 사람들을 잠 못 자게 하는 혁명이다. 왜 초기식물이 나타났을 때부터 수면이 시작되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수면은 기초적인 인간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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