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은 포유류로의 대전환과 약 5천만 년 전 영장류, 약 3천만 년 전 유인원, 수십만 년 전 현생인류인 우리가 탄생했다. 수천만 년의 길고긴 세월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뇌는 진화과정에 나타났으니 서로 간에 유사성이 있다. 간단한 것이든 복잡한 것이든 모든 뇌는 뉴런을 기본 구성요소로 사용하고 지구상의 모든 동물 종은 뇌와 뉴런 안에서 거의 동일한 전기화학적 소통 시스템을 이용한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뉴런을 따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전기신호에서 나온다. 이 전기신호는 화학적 신경전달 물질을 이용해 시냅스를 건너 다음 뉴런을 활성화시킨다. 본질적으로 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종의 중추신경계와 마찬가지로 그냥 전기화학적 회로 판이라 할 수 있다.
유인원과 인간은 유전적으로 99%정도 비슷하지만 인간의 뇌는 유인원에 비하여 크고 뛰어나다. 유인원과 인간의 뇌를 만드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뇌 신경세포인 뉴런은 아직 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신경 전구세포(‘미완성 신경세포’를 말함)로부터 만들어진다. 신경전구세포가 충분히 증식되고 성숙하면 증식 속도가 늦어지면서 뇌세포를 완성한다.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이것이 5일 만에 이뤄지는데 사람의 뇌 7일이 걸린다. 사람의 신경전구세포가 유인원보다 더 오랫동안 더 많은 분열을 일으켜 뇌신경세포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람의 뉴런 숫자는 유인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한 유전자(ZEB2)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릴라의 신경전구 세포에서 이 유전자 발현을 제어해 신경전구세포의 분화기간을 길게 만든 결과 고릴라의 뇌는 사람의 뇌와 비슷한 크기로 발달했다. 반면 사람의 뇌에서 이 유전자 발현을 촉진시켜 분화기간을 줄이면 유인원의 뇌와 비슷하다.
2017년 개봉한 영화 ‘혹성탈출(원제: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Pierre Boulle, 1912~1994)의 1963년 소설『Planet of the Ape』이 원작이다. 동물을 대상으로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약물을 실험하던 도중 침팬지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면서 나타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기업이 개발한 약을 주사 받은 침팬지가 높은 지능을 갖고 그 침팬지가 약을 훔쳐 동료 유인원에게 뿌린다. 실제로 20세기 이후 영장류들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같은 유인원을 포함한 영장류의 후두가 커지고 있고 진화 속도가 더 빠르다. 후두가 커진다고 해서 사람처럼 곧바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조건은 충족시킬 수 있다. 어쩌면 꽤 오랜 세월이 흐르면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해본다.
원숭이 같은 동물은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에 가깝게 만들 수도 있다. 큰 논란을 일으킨 2020년 독일과 일본에서 진행된 원숭이 실험이다. 원숭이 수정란에 인간 유전자 중 하나(ARHGAP11B)를 주입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인간의 유전자를 주입하자 원숭이 태아의 뇌는 일반 원숭이 2배 수준으로 신 피질이 확대됐으며 뇌 표면 주름이 인간 수준으로 발달했다. 이 원숭이가 출산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결과 등 윤리적 문제 때문에 연구가 종결되었다. 인간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뇌에 신 피질 등이 발달하면서 지능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이러한 신 피질 등의 발생에는 유전자가 관여한다. 인간의 유전자를 원숭이에게 집어넣자 인간과 비슷한 뇌로 분화된다는 것은 원숭이와 인간이 얼마나 가까운 종인지를 보여준다. 신 피질뿐만 아니라 해마 등은 인간의 지적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뇌 부위이다. 이러한 부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교육에서도 중요하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계속 다루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돌아보면 인간의 지능은 지구상의 동물과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른 뛰어난 지적능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인간의 뛰어난 지능은 대뇌 피질과 관련이 크지만 유인원과 일부 영장류에도 비슷한 부위와 지적능력이 발견된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간뿐만 아니라 포유류의 뇌는 신 피질이라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대뇌피질이 없고 뇌가 작은 까마귀 같은 조류도 유사한 지적능력이 있다. 대뇌피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