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아인슈타인 문어, 오징어와 주꾸미


식물의 지능이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알았다.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그 진화의 역사는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우주가 137~8억 년 전에 탄생하고 그 후 130억 년이 지나고 나서야 육지에 동식물이 나타났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 않는 한 그 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진화의 역사가 우리의 유전자와 뇌에 남아 있음은 분명하다. 다른 생물지능과는 관련이 없는 사례이지만 다른 생물과 인간과의 연결의 예를 들어본다. 사람들의 귀를 잘 관찰해보면 구멍이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작은 구멍을 ‘이루공’이라고 한다. 시카고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닐 슈빈(Neil Shubin)에 의하면 이것은 물고기의 아가미가 퇴화한 흔적이다. 만일 당신에게 이루공이 뚜렷하게 남아있다면 당신은 물고기에 가까운 종인 셈이다. 물고기는 척추동물로 머리가 있다. 뇌가 없는 동물에서 뇌가 있는 동물로 진화한 것은 척추동물이다. 그러나 문어는 척추동물도 아닌데 뇌가 있고 상당히 지능이 좋다. 척추동물의 뇌와 지능을 보기 전에 문어의 지능을 먼저 다룬다.


2017년 미국의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Gwyneth K. Paltrow)가 문어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를 공유하여 화제가 되었다. “문어는 너무 똑똑하다. 뇌 신경세포가 인간보다 더 많다. 그 사실을 알고 너무 놀라 문어 먹는 걸 중단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문어보다 훨씬 똑똑한 소나 돼지는 먹으면서 문어를 먹으면 안 된다는 기네스 팰트로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어는 수억 개의 신경세포를 지니고 있는 반면 인간은 훨씬 많은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동물단체가 문어를 ‘바다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부를 만큼 상당히 머리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기네스 팰트로의 말에 동조하는 과학계의 선언도 있다. 2012년 ‘의식에 관한 케임브리지 선언(Cambridge Declaration on Consciousness)’이 발표되었다. 식물에서 동물로 진화되면서 뇌에서 의식이 나왔으며 동물과 인간은 연결된 존재라는 선언이다. 이 선언에는 인간 이외에 문어가 단일 종으로 유일하게 언급되었다.


지금까지의 증거에 의하면 인간이 의식을 가진 유일한 생명이 아니다. 인간 외에도 포유류, 조류 그리고 문어를 비롯하여 많은 다른 생명도 역시 인간과 유사하다.




주제와는 동떨어진 것이지만 잠깐 육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문어를 먹느니 먹지 말아야 하느니 논쟁을 보면서 생각이 났다.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면 참 아름답다. 기독교신자들은 창조계가 참 아름답게 창조되었다고 감탄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 안에서 사는 생물과 인간은 서로를 먹고 살아가는 먹이사슬을 이룬다. 특히 육식동물을 보면 끔직하다. 인간을 포함하는 생명계는 생명을 먹어야만 되도록 진화되었다. 더욱이 육식을 시작하면서 뇌에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어 뇌도 커지고 지능도 좋아졌다. 가끔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의 눈망울을 본 뒤 한동안 고기를 먹지 못한 경험을 한 사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도시화가 되면서 보통 사람들이 도축장을 볼 기회는 점차 사라졌다. 현대인에게 고기는 식탁 위에 놓여있는 음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자연을 바라보며 비극적인 모습을 떠올린다.






문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생물 중 하나이다. 8개나 되는 다리가 머리에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생식기는 발에 달려있다. 게다가 문어는 5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키우는 개와 비슷하다! 그런데 문어는 신경세포의 2/3 이상이 다리와 몸에 있다. 생각을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와 몸으로도 한다. 따라서 일부 과학자들은 문어가 머리와 8개의 다리를 합쳐서 총 9개의 뇌를 지닌 생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뇌와 신경세포가 있어 매우 영리한 8개의 팔을 지닌 동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문어는 다리가 잘라져도 다리가 꿈틀거린다. 문어는 기억이나 학습기능은 뇌에서 이루어지며, 그 정보가 각각의 다리에 제공된다. 우리 인간의 장에도 상당한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문어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동물의 뇌는 척추동물을 거치며 나타났다. 그러나 문어는 척추동물이 아님에도 뇌 기능이 있다.


참을성이나 절제능력은 지능이 높을수록 높다. 참을성이 강하고 인내력이 강한 사람이 눈앞의 만족보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달성에 매진한다. 자기 절제는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것이다. 인지 능력이 높을수록 자기 절제력도 높다. 이러한 절제능력은 유인원이나 영장류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머리가 좋은 개나 앵무새도 높다. 놀라운 것은 오징어도 절제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갑오징어(Sepia officinalis)는 새우 같은 먹이를 찾아 방향을 알고 학습과 기억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갑오징어를 종종 지능실험에 사용한다. 갑오징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갑오징어는 더 좋아하는 먹이를 먹기 위해서 1~2분 기다린다. 유인원이나 개, 앵무새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 이들이 눈앞의 먹이를 먹지 않고 참는 동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거나 눈을 감는 행동을 한다. 갑오징어도 참는 동안 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아이를 키울 때 참고 인내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사랑으로 감싸고 보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절제능력이 키워지지 않아 어른 어린이가 될 수 있다.

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0.3161


문어를 비롯하여 오징어, 주꾸미, 갑오징어 등은 ‘두족류’라고 한다. ‘두’는 머리를 ‘족’은 다리를 의미하여 머리와 다리가 붙어있다는 의미이다. 이들의 다리에도 신경세포가 있으니 ‘족’이라고만 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척추도 없고 뇌도 없는 무척추동물인데도 똑똑하다. 동물은 뇌가 있는데 문어는 ‘큰’ 뇌는 없지만 신경세포가 발달하여 지능이 좋다. 이것을 설명하는 과학 용어가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이다. 수렴 진화란 서로 관련이 없는 생물이 비슷해지는 것을 말한다. 박쥐는 포유류인데도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날개가 있어 날아다닌다. 박쥐와 새는 관련이 없는 종으로 모두 날개가 없는 조상으로부터 진화하였다. 그럼에도 박쥐와 새는 뼈의 구조와 날개의 모양에서 유사하다. 문어의 신경계도 뇌와 유사하게 지능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수렴’ 진화를 했다. 두족류는 뇌의 크기는 작지만,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복잡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배우자’를 보호하고, 관찰하여 배우는 등 놀라운 지능을 가지고 있다. 뉴런의 수는 5억 개로 2억 개인 쥐보다 훨씬 많다. 수억 년 전에 나타난 문어가 과연 또 다시 수억 년이 흘러가면 인간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생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조상도 수억 년 전에는 문어의 조상과 같았음을 생각해보면 진화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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