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7년 베르크만(Christian Bergmann, 1814~1865)이 주창한 베르크만의 법칙(Bergmann's rule)은 추운 지방에 사는 온혈동물은 체중이 무겁다는 내용이다. 체중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작아지므로 체열의 발산이 작아져서 체온 유지에 유리한 것이다. 반대로 온도가 높아지면 동물의 크기는 작아진다. 1877년 앨런(Joel A. Allen)이 주장한 앨런의 법칙(Allen's rule)은 온혈동물은 추운 곳에 사는 경우 귀, 코, 팔, 다리 같은 몸의 말단 부위가 작다는 것이다. 추울 때 체온을 유지하려면 열을 발산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 더워지면 말단부위가 커진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 포유류의 평균 크기는 마지막 간빙기였던 13만 년 전 이후 14% 작아졌다. 이러한 소형화경향은 향후 100년에 걸쳐 더욱 강하여져서 포유류의 평균 체중은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종전에는 연간 0.00011% 감소되었지만 앞으로는 매년 0.25% 감소하는 것이다.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일어난 현상이다. 삼림 벌목, 수렵과 사냥, 집약 농업, 급속한 도시화,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변화로 서식지를 대규모로 파괴되고 있다. 서식지가 갈수록 줄어들면 작은 동물이 생존에 유리해진다. 반면에 인간은 지난 200여년 사이에 평균 신장이 10센티미터 이상 커졌다. 미래에는 크기가 작고 수명이 짧으며, 새끼를 많이 낳고, 곤충을 먹어서 다양한 서식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동물이 지배적인 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명이 긴 동물은 멸종될 가능성이 높아 독수리나 검은 코뿔소 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체를 먹는 독수리의 멸종은 질병 확산 위험을 높이고, 곤충 섭취 동물이 많아지면 곤충 감소로 종 다양성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종 다양성의 감소는 자연 상태에서보다 더 강력하다. 생명체가 시간이 지나면서 몸집이 작아지는 것을『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가상의 소인국 섬의 이름을 따 릴리 풋 효과(Lily foot effect)라고 부른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물고기 크기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구 온도가 섭씨 4도 증가했던 간빙기(interglacial epoch) 동안의 물고기들의 크기가 35% 더 작았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간빙기는 전후의 빙기에 비해 비교적 온난한 기후가 상대적으로 오래 계속된 시기다. 오늘날의 온난화로 인한 릴리 풋 효과에 대해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으로 산소가 줄어들면서 생명체에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고, 따뜻해진 물로 인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진 물고기가 산소 소비를 줄이기 위해 몸집이 작아진다고 설명한다.
결국 인간은 크기가 커지고 많아지지만 동물은 작아지고 종은 적어진다. 지구상의 자원은 제한되어 무언가가 많아지면 다른 것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온도가 높아지면 동물은 크기가 줄어드는데 앞으로 인간이 계속 커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또한 생명다양성이 줄고 동물크기와 다양성이 줄어들면 인간의 먹이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간이 늘어나는 데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진화’가 나아갈지는 인간에 달려있을 수 있다. 21세기는 아마 진화의 방향을 지구상의 한 종인 인간이 좌우할 최초의 세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명다양성의 유지와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인간의 지혜가 요구된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이자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인 최재천 교수는 다윈의 이론을 발전시킨 전 세계 학자 12명과의 대담을 쓴 책 『다윈의 사도들』을 출간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적 통찰은 자연과학부터 철학은 물론 경제학까지 학문 세계 전반에 걸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최재천 교수는 생명다양성재단을 이끌고 있고 필자도 그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회원으로 회비도 내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의 목적과 설립과정을 소개한다.
1996년 최재천 교수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제인 구달 박사를 인터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제인 구달 박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제인 구달의 환경운동 프로그램인 「뿌리와 새싹」의 국내 활동을 펼쳐왔고, 장차 ‘제인구달연구소’의 한국지부를 설립하는 꿈을 품었다. 최재천 교수는 제인 구달 박사의 정신 및 철학과 깊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다 포괄적인 법인의 설립에 착수하였고,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32명의 인사들과 힘을 모아 2013년 7월에 비영리 공익재단을 세웠다. 생명다양성재단이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자연은 다양한 생물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곳이다. 생명다양성재단은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생명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한다. 자연에서 다양한 생명과 서식지를 존중하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실천과 변화를 만들어간다. 생명다양성재단은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이다. 야생 동식물의 연구, 생명존중을 위한 저변 확대, 자연 보전, 학문적 성과의 전달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생명다양성재단은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교수의 제창을 초석으로 삼는다.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앎에서 출발해야 하며, 학문을 통해 알게 된 자연을 사랑하면 환경 보호 및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환경보전과 기후변화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단체를 지원하고 참여한다면 더 큰 도움이 되고 인류의 미래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필자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필자의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 바란다. 재단의 사이트는 ‘https://www.diversityinlife.org/’이다.
https://www.diversityinli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