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는 열대의 따듯한 물이 바다 표층에서 극지로 올라갔다가 차가워지고 가라앉은 뒤 저위도 지역으로 다시 흘러가는 심층 해수 순환이 일어난다. 남반구의 남극 역전 순환과 북반구의 대서양 자오선 역순환이 대표적이다. 해수 순환을 따라 열, 탄소, 산소, 영양분이 이동해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며 세계 각지의 기후를 형성한다.
대서양 자오선 역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은 멕시코 만 부근에서 시작해 북아메리카 동해안을 따라 북동쪽으로 흐르는 걸프 해류를 포함하는 심층 해수 순환이다. 이러한 해류 흐름은 염분이 바닷물을 순환하도록 만드는 ‘열염순환’과 대기작용으로 나타난다. 북대서양 해류로 이동한 물은 고위도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져서 해수면과 대기의 온도 차가 커지면서 증발한다. 이에 따라 표층 해수의 염분 농도가 높아진다. 또한 북위 60도 이상의 대서양에서 해빙이 생성되면서 염분 농도가 상승한다. 표층 해수는 염분이 많아지면 무거워서 가라앉는다. 이 바닷물은 대기가 추워 냉각되었고 이 차가운 바닷물이 심해로 흘러가서 다시 해류를 타고 남쪽으로 향한다. 이러한 순환은 대서양과 북반구의 대기와 해양의 열 운반에서 25%를 차지하여 지구 기후 시스템의 중요한 요소이다. 멕시코 만 부근에서 시작해 북동쪽으로 흐르는 ‘걸프 해류’가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북서유럽의 겨울철 기후가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이유이다. 그 덕에 서유럽은 위도에 비해 기후가 온난하다.
대서양 자오선 역순환이 완전히 붕괴된 것은 1만28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였다. 당시 지구의 평균 온도가 10년 만에 10~15도 변화했다. 인류가 존재하던 시기 한 세기에 1~1.5도 가량 변화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해수 순환은 지난 150년 동안 이미 불안정해져 왔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담수 유입이 많아지고 염도가 낮아져, 해수가 고위도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순환은 지구 온난화로 1600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며 2021년 위기로 넘어가는 ‘티핑 포인트(갑자기 상황이 바뀌는 지점)’ 신호가 감지된 이후 점점 약화하고 있다.
북대서양 해류의 속도가 20세기 중반보다 15%가량 느려졌다. 이에 따라 해류 소멸로 인한 기상 이변이 우려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서 담수가 증가했고, 대서양의 강우량도 증가하여 북대서양 해류의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연구에 의하면 향후 1000년 이내에 북대서양 해류가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낮다. 하지만 100년 이내에 일시적으로 변화를 겪을 확률은 약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대서양 해류 변화로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이 이미 느려지기 시작했지만 21세기 중 붕괴할 가능성은 없다고 2021년에 진단했다. 2004년부터의 데이터를 토대로 관측한 결과였다.
그러나 2023년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서양 자오선 역순환이 빠르면 2025년 거의 사라질 수 있고 2095년 이전에 완전히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가장 가능성 높은 붕괴 시점은 2039~2070년이고 중간 값은 2050년이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꼽았고 앞으로 인류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느냐에 따라 붕괴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연구결과에 사용한 계산 방식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불확실성은 있지만 이번 연구는 붕괴가 훨씬 빠르게 찾아올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9810-w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 지구온도가 10도 이상 바뀌는 대재앙이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