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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망가뜨리는 초 가공식품

대부분의 약은 쓰다. 좋은 음식도 대부분 쓰다. 대부분의 약은 자연에서는 독으로 작용한다. 식물이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항생’ 물질을 내는 것이 그것이다. 말도 그렇다. 싫은 말도 귀를 기울여야 약이 된다. 사기꾼은 듣기 좋은 말을 하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가고 한다. 대부분의 사기는 신뢰를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달한 음식이나 입에 딱 붙는 음식도 그렇다.


초 가공식품은 가공을 많이 한 식품을 가리키며, 대부분의 대량 생산 식료품이 초 가공식품이다. 이런 식품들에는 유화제, 방부제, 감미료, 트랜스지방, 착색제와 같은 식품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다. 빵도 화학성분, 착색제, 방부제를 첨가해 기계식으로 생산한 것은 초 가공식품이다. 스낵과자, 도시락 포장제품, 소스, 가공된 과일 음료, 소시지, 냉동피자도 초 가공식품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즉석 라면은 강력한 초 가공식품이다. 초 가공식품 중 일부는 정크 푸드(junk food)이다. 정크 푸드로 불리는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은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가고, 당분과 지방이 많은 탄산음료, 과자, 감자튀김 등이 포함된다.     


지방과 당분이 많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뇌가 그런 음식을 좋아하도록 바뀌면서 중독된다. 작은 양이라도 주기적으로 단 음식을 먹으면 중독된다. 실험적으로 단 두 달 동안 고지방의 단 음식을 먹어도 뇌의 도파민이 완전히 바뀌면서 당분에 중독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번 뇌가 바뀌면서 중독성이 나타나면 쉽게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비만으로 이어지고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게 된다.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pdfExtended/S1550-4131(23)00051-7


특히 달고 지방이 많은 가공 또는 초 가공식품은 중독성이 강하다. 미국 18~23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전체의 92% 정도는 ‘먹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강해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고 대답했다. 중독성이 강한 음식을 조사했는데 1위가 피자, 2위 초콜릿, 3위 감자 칩, 4위 쿠키, 5위 아이스크림 순이었다. 실제로 이런 초 가공식품은 담배나 마약과 거의 유사한 중독성이 있다. 초콜릿도 티로신이나 트립토판 같이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중독성이 많다. 초콜릿을 먹으면 뇌에서 자연 환각물질(enkephalin)이 많이 나와 식욕을 자극하고 음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심지어 비만 치료를 위해 위 수술까지 받았음에도 초 가공식품 중독은 사라지지 않아 금방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도 한다. 중독성을 수치로 나타내면 피자의 중독성 수치 4.01, 초콜릿과 감자 칩이 3.73, 쿠키 3.71, 아이스크림 3.68, 감자튀김 3.60, 치즈버거 3.51, 탄산음료 3.29, 케이크 3.26, 치즈 3.22이다. 반면 오이 1.53, 당근 1.6, 콩 1.63, 사과 1.66, 현미 1.74, 브로콜리 1.74, 바나나 1.77로 천연식품들은 중독성이 가장 낮았다. 왜 가공식품을 먹으면 비만이 되고 자연식품을 먹으면 아닌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과자를 다 먹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간다. 이것이 바로 음식 중독이다. 음식중독은 단순한 과식과는 달리 먹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가공 식품이나 초 가공 식품에는 식탐 또는 음식중독을 일으키는 당분과 염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그래서 가공 식품이나 정크 푸드를 많이 먹으면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약물 중독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음식중독 환자의 뇌를 보면 마약이나 게임 중독자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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