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는 동물보다 못한


해면이나 빗 해파리 같은 최초의 동물은 6~7억 년 전에 나타났다. 그러나 뼈가 없기 때문에 화석을 남기기 어렵다. 물론 뼈가 없으니 척추도 없고 뇌도 없다. 2018년에 가장 오래된 6억 년 전 살았던 동물의 화석이 호주에서 발견되었다. 놀라운 것은 오늘날 인간 유전자 중 반 이상(55%)이 최초의 동물에도 있다는 점이다. 동물이 최초로 출현했던 당시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반 이상이 그대로 남아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으스스하다. 과거와 단절된 완전히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인간은 생명계와 진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생명다양성과 생태환경을 논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결코 자연과 독립된 ‘고고한’ 존재가 아니다.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현재 우리의 모습도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다양성과 예측할 수 없는 행동도 수억 년 또는 수십억 년 동안 이어온 다양한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보아야 한다.’는 펄 벅(Pearl Buck)의 말대로 과거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삶을 사는데 중요하다.


최초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뇌 안에 있는 ‘물렁물렁한’ 신경세포는 화석이 될 수 없다. 화석을 통하여 신경세포를 볼 수 없으니 신경세포가 진화해온 과정을 밝혀내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살고 있는 동물의 신경세포를 통해서 그 진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추측해볼 수 있다. 지구상에 등장한 최초 동물의 신경세포는 해면동물과 유사했을 것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알 수가 없다. 해파리는 현존하는 동물 중 가장 단순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의 신경세포가 뇌에 있지만 해파리는 몸의 여기저기에 퍼져있다. 쉽게 이해하면 몸 전체가 뇌인 셈이다. 문어의 신경세포는 일부는 뇌에, 일부는 다리에 있다. 동물이 나타난 후 진화가 계속되면서 문어 같이 신경세포가 일부 장소에 집중된 동물이 태어났을 것이다. 이러한 신경세포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척추로 집중되고 결국 뇌가 된 것이다. 동물의 뇌는 신경세포가 집중된 것이므로 종합 신경계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이나 인간의 신경세포와 시냅스 또는 뇌가 어디서 어떻게 기원했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2021년 해면의 세포에서 그 기원의 단서가 발견되었다. 해면(aquatic sponges)은 뇌나 시냅스가 없지만 세포가 그것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해면은 소화관(digestive chambers)에서 먹을 것을 걸러내고 미생물과 상호 작용한다. 해면의 세포는 침입한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소화관 여기저기를 다닌다. 이 세포의 내뻗은 긴팔이 세포와 세포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접점이 되는데 이것이 뇌의 신경 세포 사이의 시냅스들과 유사하다. 시냅스가 없지만 이러한 세포들의 상호작용으로 ‘시냅스’ 기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세포들이 점차 진화하여 시냅스의 기능을 가지고 결국은 뇌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면세포가 소화관에서 박테리아를 제거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으로 우리의 뇌란 생존을 위하여 시작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부분 생물에서 학습과 기억은 뇌에서 이뤄진다. 연상학습(associative learning)은 자극이 반복되거나 경험을 반복되면 그 관계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을 조정하는 학습이다. 개에게 음식을 줄 때마다 종을 울리면 종만 울려도 침을 흘리게 된다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 대표적이다. 과연 이런 해면동물이 학습을 할 수 있었을까? 뇌가 없으니 부정적인 생각이 들 것이다.


자포동물(Cnidaria)은 해파리, 말미잘과 산호를 말한다. 산호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이다. 자포동물은 뇌가 없고, 신경은 몸에 분산되어 있다. 몸에 퍼져있는 신경망이 주변 자극에 반응해 움직임을 조정한다. 2023년 과학자들은 자포동물도 연상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뇌가 없이 분산된 신경망만 있는 말미잘 같은 동물도 학습을 하는 영역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말미잘이 뇌 없이도 독자적 경로로 연상학습 능력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뇌가 없어도 인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220685120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작은 거짓말을 자꾸 하다 보면 갈수록 엄청난 거짓말을 하게 되며 죄책감도 못 느낀다. 막말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인, 표절이나 조작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학자 등은 바로 소도둑이다. 거짓말을 반복하다 보면 부정직한 행동을 제어하는 뇌의 부위가 무감각해진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사기꾼 같이 잘못을 반복적으로 하고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는 것도 이런 원리이다. 2023년 초부터 정치인들의 뻔뻔한 거짓말이 끊임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정말 뻔뻔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뇌는 있지만 뇌가 없는 거나 다름없는 사람들. 하등동물보다 못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삶이 별반 차이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이들도 자신이 뭘 잘못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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