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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2. 2023

털없는 원숭이와 꼬리없는 쥐

인간은 우주로부터 격리된 ‘지구인’이라기보다는 ‘우주인’이다. 지구도 우주의 일부이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인간은 지구 지각에 있는 원소로 구성되고 태양으로부터 오는 복사를 에너지원으로 삶을 유지한다. 태양이 없으면 지구상 생명과 인간은 모두 바로 멸종한다.


인간의 몸은 원자로 되어있고 그 원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원자들로 교체된다. 살아 있다는 것은 환경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대사를 지속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몸의 조직과 기관은 그 형태를 유지하지만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새로 유입된 원자들로 바뀌고 세포도 새로 만들어진 세포로 바뀐다. 우리는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물질들이 협력을 통해 만들어낸 어떤 복잡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화학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과 다른 생물이 다른 원소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별 먼지예요. 10억년 된 탄소죠(We are stardust. Billion year old carbon.).” 조니 미첼(Joni Michell)의 ‘우드스톡(Woodstock)’이란 노래의 가사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은 지구와 태양을 이루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질량비로 봤을 때 산소 65%, 탄소 18%, 수소 9.5%, 질소 3.2%, 칼슘 1.5%, 인 1.2% 등이다. 분자들의 질량비로 보면 물 62%, 단백질 16%, 지방 16%, 탄수화물 1%, 그 외의 다양한 분자들로 구성된다. 우리의 존재를 설명하는 데는 이 원소들의 기원이 포함되어야 한다. 


생물종은 진화의 계통과 유사성에 따라 역-계-문-강-목-과-속-종의 단계들로 분류한다. 인간은 진핵생물역-동물계-척삭동물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Hominidae)-사람속(Homo)-사람종(spience)으로 분류된다. 사람과(Hominidae)는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의 대형 유인원을 포함하는 영장류의 한 과이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현생 인류로 진화했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볼 때 현대 침팬지와 98.4%가 똑같은 존재이다. 얼룩말과 말, 또는 돌고래와 곱등어(돌고래와 비슷하지만 부리가 없다)의 차이가 우리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남겨두었던 털투성이의 선조들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


어떤 물고기는 인간과 유전자와 단백질이 70~80% 같다. 지구상 최초의 동물도 인간과 반 정도 유사한 유전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브라피쉬(zebra fish)는 잉어 과에 속하는 인도가 원산지인 열대어이다. 키우기 어렵지 않아 관상어로 인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송사리 같은 모양에 멋진 줄무늬가 있는 물고기이다. 조그마한 송사리를 보면서 이들이 인간과 거의 유사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유전 구조는 70%, 단백질 구조는 80% 정도 유사하다. 그래서 임상실험 초기에 활용하고 있다. 이후 인간과 (질병) 유전적 구조가 97% 일치하는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한다. 쥐와 인간은 97% 유전구조가 같다. 우리가 아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98.4%이다.


그래서 어떤 과학자는 인간을 ‘꼬리 없는 쥐’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백주에까지 설치고 다니는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란이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간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김광림의 시 ‘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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