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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13. 2023

또 다른 지구 외딴 섬에서 일어난 진화와 멸종


섬들이 육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이다. 보고된 육지 생물종의 20%가 섬에서 살고 있다. 외부와 고립된 섬은 진화의 ‘실험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고립된 환경에서 생물이 각자 환경에 맞춰 독립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진화론의 개념을 터득했다.


태평양이나 대서양 같은 망망대해에 있는 섬에 사는 동물은 고립되어 살면서 ‘왜곡된’ 진화를 겪는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는 피그미 코끼리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체구가 지나치게 작아졌다. 코모도왕도마뱀, 거대 쥐, 거대 황새는 지나치게 커졌다. 섬의 한정된 자원에 적응해 컸었던 동물은 작아지고, 작았던 동물은 커진다. 뉴질랜드의 섬에서 발굴된 화석을 분석한 결과 1900만 년 전경에 무게 7킬로그램, 키 1미터로 추정되는 거대한 앵무새가 살았음이 드러났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린 아이만한 앵무새가 살았다고 밝혀졌고, 무게 230㎏인 날개 없는 새 모아를 비롯해 14종의 거대 새 화석이 발견됐다. 다른 대양 섬에서도 거대 새가 살았음이 잇달아 밝혀졌다. 포식자인 포유류가 없는 외딴 섬에서 새가 비행 능력을 잃는 쪽으로 진화한다. 생명은 폐쇄되고 고립된 환경에서 살면 왜곡된 형태로 진화한다. 인간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고립되고 폐쇄된 환경에서 살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


면적이 좁은 섬에서는 덩치 큰 동물이 작아지는 ‘왜소화’가 일어난다.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호랑이 같은 포식자가 없는 섬에서는 작은 동물에게는 ‘거대화’ 현상도 나타난다. 섬 왜소화와 거대화가 한 장소에서 일어난 대표적 사례는 지중해 사르데냐 섬에 살았던 사르데냐 난쟁이 매머드와 사르데냐 거대 수달이다. 전자의 경우 키가 1.4m에 불과하다. 반면 수달은 몸길이기 2m에 달해 최상위 포식자였다. 하지만 이들은 마지막 빙하기에 모두 멸종했다. 인간이 섬에 상륙하면 섬 거대화와 왜소화를 겪은 포유류의 멸종 속도가 10배나 빨라진다. 한정된 면적을 지닌 섬에서 땅을 개간하고 동물을 사냥하는 경우 멸종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신기한 동물을 무분별하게 사냥한 것도 역시 멸종을 앞당겼다.


그래서 섬에 사는 생물 가운데 상당수는 멸종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전체 멸종 위기종의 50%가 섬에 있을 정도이다. 인도양의 한 작은 섬 모리셔스(Mauritius)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다. 모리셔스 과일박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섬 전체에 식물을 퍼뜨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남아있는 동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시끄럽고 망고를 먹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이고 있다. 도도 새 등은 이미 멸종되었다. 모리셔스의 동식물들은 대량 멸종의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 모리셔스의 식물들은 동물이 씨앗을 퍼뜨린다. 그 동물이 멸종하면 식물도 생존이 어렵다. 이 섬에 400년 전 사람들이 다른 동물을 데려왔고, 일부는 스스로 섬으로 왔다. 지금은 쥐, 돼지, 원숭이 그리고 다른 종류의 새들이 있다. 이들도 과일을 먹지만 멸종 동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식물의 번식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6669-9


마다가스카르는 약 1억50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왔다. 약 8800만 년 전에는 인도에서 분리되었다. 아프리카 남동쪽 섬 마다가스카르는 수천만 년 이상 고립된 섬이다. 그래서 특유한 고유 동식물이 많다. 아프리카에서 이 섬으로 유입돼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대표적인 포유류들은 영장류 계통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육식성 고양이과 동물 포사(fossa) 등이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 자생종 249종 가운데 30종이 멸종됐다. 2010년 마다가스카르의 멸종위기 종은 56종 이었다. 10년이 지난 후 128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포유류의 절반 이상이 멸종위기인 것이다.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및 밀렵이 원인이다.


지구상의 또 다른 지구 생명들이 멸종하고 있다. 물론 대륙의 동식물들도 대멸종을 하고 있다. 얼마나 심한지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과거 수십억 년 동안 대멸종보다 더 빠르고 더 심각하다는 것을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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