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인류 데니소반인과 나의 히말라야 인연


멸종한 고인류인 데니소반인과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고, 새로운 내용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은 확실한 것은 없다. 데니소반 인이 우리 호모 속과 완전히 다른 종이라는 주장도 있고,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호모 속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데니소반인은 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알타이 산(Altai Mountains)의 데니소반 동굴에서 발굴한 손가락 마디뼈에서 분석한 유전체 서열로부터 새로운 종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10년 박사과정 학생이던 요하네스 크라우스(Johannes Krause)는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손가락뼈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하였다. 데니소반 인이라는 새로운 혈통임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발견된 데니소반인의 화석은 데니소반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 조각과, 치아 세 개, 두개골 조각이 전부였다. 


화석이 발굴되면 그 형태학적, 역사적 맥락을 함께 분석해 그 계통을 확인한다. 데니소반인은 그 형태학적 맥락은 알 수 없는 채로 DNA에 근거하여 이전까지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종류의 호모(Homo)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였다. 이후 유전체 비교를 통해서 데니소반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대략 40만 년 전 서로 갈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들의 조상과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이 서로 갈라져 나간 것은 최대 80만 년 전후로 추정되었다. 현생인류와 고인류의 조상이 있었고 이들로부터 우리 인간과 고인류가 갈라져 나왔다. 고인류는 다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반 인으로 분기된 것이다. 이들 고인류는 멸종되었다.


데니소반인 유전인자가 티베트인이 고지대 환경에 적응하는데 기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20년 10월 31일 「사이언스」에 두 개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2020년 티베트 고원의 바이시야 카르스트 동굴(Baishiya Karst Cave)에서 중석기 시대 하악골이 발견되었는데, 대략 16만 년 전의 데니소반 인으로 추정된다. 이 화석에서 DNA가 추출되지 않아, 남아있는 단백질 흔적을 가지고 내린 결론이었는데, 그 신빙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같은 해인 2020년 동굴 퇴적층에 남은 데니소반인의 DNA를 찾아냈다. 이곳에서 수만 년에 걸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10만여 년 전부터 6만여 년 전 사이 적어도 수만 년에 걸쳐 데니소반 인이 살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데니소반 인이 오랜 기간 티베트 고원의 고위도 저 산소 환경에 적응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적응 유전인자를 현대 인류에게 공유해 티베트 고원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4500m 이상에 사는 사람들은 약 200만 명이다. 이들은 고도가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대사 질환이 훨씬 낮게 발생한다. 당뇨병, 관상 동맥 질환, 높은 콜레스테롤의 고지혈증, 그리고 비만과 같은 대사 질환의 비율이 낮다. 쥐도 고도가 4000m가 넘는 저 산소 환경에 지내게 하면 혈당 수치가 떨어지고 체중이 줄고, 저 산소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인간이 심혈관 질환 등 질병 위험이 낮은 것도 쥐와 유사하다. 산소가 부족한 고도가 높은 지역에 살 경우 에너지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 더 많은 대사 활동을 한다. 몸에 축적된 지방을 더 많이 연소하는 대사활동 때문에 대사 질환이 생기기 어렵다.

https://doi.org/10.1016/j.cmet.2023.02.007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하면 히말라야 셰르파(Sherpa)를 떠올린다. 티베트 사람 중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네팔 고원지대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산지대의 저 산소에 적응하였다. 지금은 셰르파가 고산 등반 가이드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셰르파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어부보다 수백 배 사망위험이 높다. 그 ‘죽음’에 대한 대가로 네팔 평균소득의 3~5배 벌 수 있다.


앙 도르제라는 셰르파의 아버지 니마 텐징 셰르파는 1970~1980년대 영국의 유명 산악인 크리스 보닝턴 경의 원정대에서 활약했다. 앙 도르제는 12세의 어린 나이에 포터로서 본격적인 셰르파 일을 시작했다. 22세에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정하며 촉망받는 셰르파로 성장했다. 그는 고산등반대행사에서 포터들을 통솔하는 서다(Sirdar)로 1993년부터 2007년까지 맡았다. 이후 수십 번에 걸쳐 에베레스트 등을 올랐다. 2002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미국 언어학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1년 후 결혼했다. 고등학교와 대학동창인 산악인 친구가 네팔에서 활동하는 이 분을 소개받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였다. 내가 아는 분이 이 사람인지는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지금도 연락처를 알고 있고 향후에도 연락하여 히말라야로 들어갈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다른 지구 외딴 섬에서 일어난 진화와 멸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