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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반려견이 수명이 짧은 이유

개를 처음에 키울 당시 그 크기에 대해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크기는 늑대보다 작았을 것으로 본다. 개는 품종에 따라 크기가 매우 다르다. 개를 키우면서 인간이 적극적인 개량을 한 것도 원인이지만 개의 유전자에 소형화에 관여하는 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늑대에서 개가 갈라지기 전인 5만 년 전 늑대에서도 이런은 변이가 있었고 이는 인간이 길들이기 시작한 개에도 전해졌다. 소형화로 가는 변이는 아마도 암 발생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럽에는 대형견이 많다. 이들이 유목을 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유럽에 사는 ‘커다란’ 개는 기원전 6천 년부터 기원 전후까지 크기가 2배로 늘어났다. 가축을 키우는 인간을 도와 늑대 등 천적과 싸우기 위해서로 추정된다. 크로아티아에서 발굴된 개 유골을 분석한 결과 기원전 6천 년경에는 15kg정도였다. 기원전 약 4천 년 경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면서 평균 무게는 17㎏으로 늘었다. 로마 시대에 이르러서는 24㎏으로 늘었다. 개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축을 치는 이동 방목을 돕는 역할을 점점 더 많이 맡게 된데 따른 변화로 본다. 신석기 시대에 살았던 양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높은 산으로 이동해 풀을 뜯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산지에서 가축을 치면 늑대나 곰 같은 맹수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선 양치기 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대형견은 우리나라에도 수입하여 반려 견으로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늑대와 싸우던 종으로 사납고 위험하다. 2023년 4월 시골 마을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고 산책 중이던 대형견이 노인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와 함께 걷던 목줄도 입마개도 하지 않은 대형견이 갑자기 공격한 것이다. 목, 배와 다리 등에 피멍이 들고 상처가 생겼다. 반려견과 외출할 때 목줄을 채우지 않아 상해를 입히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도 무서운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놀라는 것을 본다. 작은 개들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나 보면 짖고 덤벼든다. 개도 생명이니 보호하여야 하지만 선진국처럼 좋은 제도를 도입하여야 할 것 같다.


1977년 영국 뉴캐슬 대학의 토마스 커크우드(Thomas Kirkwood) 교수는 일회용 체세포 이론(disposable soma theory of aging)을 제안했다. 노화가 노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 종족 번성에 더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지금도 널리 지지를 받는 이론이다. 

https://doi.org/10.1038%2F270301a0


생명이 에너지를 성장과 재생산에만 사용하면 세포 회복과 암 방어를 할 수 없다.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병을 막고 번식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명에 죽음이 찾아온 것은 물리적 원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 죽음을 가져온다. 죽음은 또한 진화의 원리이다. 번식을 위해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르도록 진화한 것이다. 종의 지속, 아주 부정적으로 말하면 더 많은 개체가 미래에 태어나 더 많은 죽음을 경험하게끔 진화한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일회 체세포 이론은 우리가 키우는 반려 견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오늘날 수백 종의 개 품종은 대부분 지난 200년 동안에 만들어진 것이다. 짧은 기간에 나타나서 암을 방어할 진화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덩치가 큰 종의 개들이 더 작은 종의 개들보다 수명이 짧다. 작은 품종 개의 평균 수명은 12~16년, 큰 품종은 8~12년이다. 큰 개들이 반드시 더 빨리 늙는 것은 아니다. 큰 종들은 암에 더 취약해 더 어린 나이에 암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흐르면 더 작은 크기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사람들이 암 발생률이 낮고 수명이 긴 더 큰 개를 기르는 선택적 번식으로 작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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