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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의 인간중심적인 관점과 생태적인 관점


2021년 가뭄과 폭염으로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그리스, 남유럽, 러시아, 미국, 북아프리카 등지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큰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냈고, 산림과 야생동물을 집어삼켰다. 전 세계적 산불은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으로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인재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폭염과 산불, 홍수와 해수면 상승 등 연쇄적이며 총체적이다. 산불로 삼림이 파괴되고 생물 몰살로 종의 다양성이 훼손된다. 인류 스스로 자초한 위기다.


‘지구 허파’로 불리던 아마존도 산림벌채와 산불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최대 38%가 인간의 활동으로 황폐화됐다. ‘황폐화’란 인간의 활동으로 숲의 기능을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황폐화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삼림 벌채로 나오는 것과 같거나 더 많다. 이로 인하여 생물 다양성은 줄었다.


우리나라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2022년에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울진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발생으로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산양, 삵과 담비, 오소리, 고라니는 돌아왔다. 그러나 산불로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서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자연 산불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5만 년 전부터 기원전 4000년 사이에 거대한 동물들이 대거 멸종했다.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지자 초원에 마른 풀이 쌓이고 나무가 들어섰고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화재는 호수 바닥 퇴적층에 검은 재를 남겼다. 퇴적층의 재 함량을 비교하면 수백~수천 년 단위로 화재가 얼마나 자주 어떤 규모로 났는지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대형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멸종한 곳은 남미로 83%에 이르렀고 이어 북미가 68%로 많았다. 오스트레일리아 44%, 아프리카 22%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형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멸종한 남미에서 화재가 가장 크게 늘었고 이어 북미가 뒤따랐다. 호주와 아프리카에서는 초원 화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마른 풀과 덤불, 작은 나무들이 많아졌지만 수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산불은 단기적으로는 재산상의 큰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산불로 인하여 이에 적응한 새롭고 풍부한 식물 종을 만들어낸다. 산불이 생물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류와 포유류의 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산불이 단기적으로는 식량부족으로 초식동물들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응과 새로운 종의 형성을 촉진하는 진화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

https://doi.org/10.1111/ele.1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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